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김보람
ㆍ작성일	2002-06-13 (목)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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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차별 금지법 만들어야
[21세기를여는열쇠] 유전적 차별 금지법 만들어야

//한겨레 2000-7-9//

테리 서전트라는 한 미국 여성은 어느날 갑자기 해직통고를 받고 너무나 황당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 회사가 바로 얼마 전 자신의 급여를 인상시켜준 바로 뒤였기 때문이다. 서전트는 알파-1-안티트립신 결핍증이라는 유전병 진단을 받았지만 아직 건강한 상태였다. 그의 주장은, 자신의 보험료를 지급해야 하는 고용주가 이 사실을 안 직후 자신을 해고했다는 것이다. 현재 서전트는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에 이 사건을 제소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이 경우에 적용할 만한 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유전적 차별 금지법의 제정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전적 차별(genetic discrimination)이란 각 개인의 유전적 정보(특히 발생할 질병의 종류, 발병의 시기, 발병의 확률 등)가 드러남에 따라, 소위 유전적 `우위'와 `열세'를 두고 빚어질 사회적 차별현상을 말한다. <가타카>(GATTACA)라는 공상과학영화에 비춰진 사회상과 같은 현상이다.

유전적 차별에 대한 염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현실에 아주 가까이 와 있다. 많은 외국회사가 채용 때 에이즈와 매독 등 각종 질병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보험회사도 가입자의 유전병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의 의료 기록을 당연한 듯이 요구하고 있다. 지난 97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3%의 회답자가 가족의 질병기록이나 유전자 검사로 확인된 질병의 가능성 때문에 자신이나 가족이 직업을 거절당한 것으로 대답했다. 미국 노동부가 1천명을 조사한 결과 65%가 자신들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고용인이나 보험회사에게 알려질 경우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21일 서전트의 경우를 들며, 건강보험과 고용에서의 유전적 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본격적인 의원설득 작업에 착수했다. 집권당인 공화당도 다소 약한 형태이긴 하지만 `환자의 권리에 관한 법안'에 이 내용을 포함시켜두고 있다.

우리는 모두 결점이 있는 유전자를 가졌다. 이러한 결점을 사전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유전자검사다. 그러나 그 결과가 보험회사나 고용주에게 알려지면 어떤 차별,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더구나 병역비리와 의료분쟁, 한국의 기업윤리, 이에 버금가는 정부의 반국민적 정책에 시시때때로 우롱당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사회현실, 챙기지 않으면 절대로 진보할 수 없을 우리의 복지문화에서, 개인의 유전정보에 대한 법적 보호막조차 없다면 차별과 불이익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회전방을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과학의 발전속도에 따라 사회정책도 반드시 변해야 한다. 특히 입법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추이를 정확히 읽어내야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유전적 차별 금지법의 제정이 결코 때 이른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이원근/미래를 사랑하는 연구인의 모임 대표lifegate@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