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윤리학적 관점에서 본 현대 생명공학          

 (본 내용은 2000년 3월 14일 21C 생명공학 시대와 인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감리교신학대학교 현대 기독교 윤리연구소 주최의 학술강좌에서 박충구 교수님의 기독교 윤리학적 관점에서 본 현대 생명공학에 대한 내용을 빈약하게나마 정리한 것이다.)

기술과학과 의술이 합하여서 만들어진 생명의료 윤리(Bio ethic)라는 신조어가 나온 것은 1971년이었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응용가능해지면서 익숙해지기 시작한 유전자치료, 자녀 생육권, 유전자 지도, 유전자 특허, 인간 게놈프로젝트와 같은 용어들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양 둘리, 냉동배자에서 태어난 시험관 아기, 머리가 없는 올챙이, 죽은 남편으로부터 정자를 추출하여 임신한 63세의 어머니, 인간과 가장 유사한 장기를 가지고 있는 복제 돼지의 탄생까지 예전에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사건들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명의료 윤리학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창조주의 창조능력을 모방하는 인간의 행위는 윤리적으로 합당한 것인가? 이러한 창조능력의 확대는 인간에게 창조적 능력과 상상력을 허락한 신의 뜻에 합한 것인가?  오늘의 생명공학이 불러 온 생명복제 현실을 보며 첫째는 What's going on?(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둘째는 유전자 조작과 생명복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해에 대한 분석 및 윤리적 문제를 논의하고 셋째, 유전자 조작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 넷째 통전적 생명이해에 근거한 생명윤리의 지평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현대 생명공학의 전진기지로서 유전공학
인간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생명복제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미지의 것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철학적 관심의 촉매가 되었을 뿐 아니라 생명과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전자 공학을 통한 인간의 고통의 극복이라는 주제는 현대 유전공학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인간의 오래된 꿈인 무병장수를 바라는 현대 생명공학의 유토피아적인 꿈은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변은 아직 충분히 숙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인 모를 질병에 대한 규명과 보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요구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현대 생명유전공학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생명복제 현실에 대한 기존의 연구결과
유전물질에 대한 연구는 유전자에 대한 암호를 해독하려는 데 집중되고 있었다. 또한 DNA구조분석 방법이 발달되면서 인간질병의 원인 규명 및 인간의 생리학적인 연구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의학적이며 생물학적 관심으로 시작되었던 인간 유전자에 대한 탐구는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정치권력과 자본이 결합하며 상업적이고 국가적인 전략적 과제로 이해되고 있다. 복제양 돌리와 휴먼 게놈프로젝트 등 유전 공학적 발전이 급진전을 이루고 있다.  또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연구결과들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1997년 머리 없는 올챙이가 인위적으로 발생되었고,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연골 조직이 쥐에서 배양되었으며 돼지에게 인간의 유전자
와 결합된 세포를 이식하여 배양함으로써 세포은행을 운영할 과학적 기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가장 적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유전자 치료 요법이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불완전한 유전자로 인해 생기는 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면 그 어느 세대도 누려보지 못한 의료적인 특권을 누리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 창출이라는 것은 생명의 구조를 인간이 임의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이에 따른 자연적 우생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새로운 유전적 변화가 후손들에게도 나타나고 이것이 기존의 인간의 결점, 결여된 부분을 치유할 수 있지만 우생학적인 유전공학의 적용으로 인간의 새로운 종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성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이해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생명복제에 대한 찬반

인간복제에 대한 찬성
동물복제의 경우 질병퇴치를 위한 연구,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확보하기 위하여, 원하는 동·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유전학적으로 형질 전환시킨 동·식물을 얻기 위해, 이종이식을 위한 장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포 분화에 관한 기초 지식을 얻기 위해, 불임치료 연구 등이다. 생명복제 기술의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여 파킨슨씨병, 당뇨, 근육 무력증, 유방암과 같은 유전병을 치유할 있다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우수한 품종의 동·식물 재배로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가축의 장기를 인간에게 적용시키려는 연구 등이 진행이다. 인간복제의 경우 불임의 극복, 장기 이식을 위한 복제, 노화방지책, 성형효과, 유전자오류 조정 등이다. 일정기간 태아를 발육시키지 못하는 육체적 조건 때문에 일어나는 습관성 유산으로 인하여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이들에게 자녀 산출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주장한다. 장기이식을 위한 복제에서는 복제를 통한 생명의 회생을 주장한다. 인간복제 기술을 이용하면 이식용 장기나 세포를 생산해 내어 세포 혹은 장기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이에 속하는 주장이다. 또한 인간복제가 인간을 영원히 젊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가능성도 주장되고 있다. 일련의 집단은 인간의 뼈나 이식 가능한 세포를 생산해 내어 자신의 모습을 성형할 수 있다는 데 복제 기술에 찬성하고 있다. 유전자로 인한 질병 다운증후군, 데이섹스병(시력을 잃게 됨), 간·신장을 교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백혈병이나 암을 정복하고 폐에 치명적인 낭포성 섬유증, 척추마비나 근육이상발육 혹은 사지마비에 걸린 이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간복제 기술에서 내다 보고 있다.  

인간복제에 대한 반대론
생명이 인위적으로 복제된다면 한 개체 인간의 배자를 통한 영혼 부여설이 부정되고 기존의 체세포를 통한 복제는 결과적으로 유전학적인 동일인이므로 영혼설을 허용하지 않는점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생명을 복제하는 행위는 한 생명을 얻기 위해 276개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이므로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이는 생명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생명복제를 통한 예측 불가능한 돌연변이나 유전학적인 손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다. 부친뿐 아니라 모친을 상실한 세대의 등장은 가정의 붕괴라는 비극을 결과한다. 나아가 가족관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의를 요구하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인공적인 생명의 탄생은 인간 생명의 출생에 있어서 존엄성을 파괴한다. 인간을 복제하는 일은 인간을 사물처럼 다루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가 주어진 생명이 아니라 만들어진 생명을 산출함으로써 인간 평등에 대한 이상을 파괴한다. 실험실에서 인간을 만들어 내는 행위는 하나님의 역할을 획책하는 인간의 오만이다. 인간복제는 적자 생존의 법칙을 첨단의 생명산출방식에 적용시킴으로써 우생학적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나뉘는 사회적 불평등을 넘어선 생물학적인 불평등을 초래한다.

 신학적인 인간이해의 관점을 보면 구약성서의 창세기 1장 27-28절은 인간이 하나님에 의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의 숨을 받은 존재로 창조되었음을 진술하고 있다. 성서의 진술은 역사 속에서 인간의 자유와 인간간의 평등과 인간의 책임을 규명하는 근거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이해는 인간을 종족이나, 성이나, 계급이나, 피부색에 의하여 차별 받아서는 안 되는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 여기게 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할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의 형상은 형이상학적인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오직 하나님에 의하여 한계가 지어진 존재로서 모든 것에 대하여 자유하나 다만 하나님 앞에 선 존재로서 존재한다. 여기에 인간 존재의 의미와 존엄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현대의 생명공학은 이러한 신학적 인간이해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나간 지점으로 인간의 운명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하나님에게서 주어진다는 신학적 이해를 자연주의적으로 이해하여 생물학과 물리학 아래 인간의 존재의미를 내려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이 지향하는 바는 인간을 조작, 재생, 조정을 통하여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과학적 가능성에만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인간복제에 대해 로만 카톨릭 교회는 절대적인 반대를 표명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독교 교단들은 인간복제만이 아니라 동물의 생명을 복제하는 일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 생명공학과 인간의 미래
현대 생명공학은 생명의 개체적 독립성을 옹호하되 파괴해서는 안 된다. 둘째로 현대의 생명공학은 기존의 인간, 가족, 사회의 틀을 존속시키는 데 기여하되, 이를 파괴하거나 급격히 바꾸는 일에 기여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 신학적 인간이해는 지난 2000년의 역사 속에서 기독교 공동체를 통하여 인간의 구원과 삶의 의미를 조명해 오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인간을 위하여라는 표제하에 진행되는 인간 중심적 가치보다는 창조세계의 보존이라는 생태중심의 가치를 통하여 오늘날의 생명공학이 보다 통전적인 생명윤리의 안내를 받아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결론
인간만을 위한 인간 중심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뭇 생명의 권리도 존중하는 생태학적 생명윤리가 보다 오늘의 기독교 공동체가 실천해 나가야 할 윤리적 지평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소수의 인간만을 위한 생명공학, 그리고 기존의 생태적 정의에 불균형을 이룰 인간 중심적 생명공학은 윤리적인 비판과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생명의 생존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생명공학, 기존의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 생태정의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생명공학은 보다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길을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