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김태우
ㆍ작성일	2001-06-06 (수)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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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연구 범위논쟁 본격화
배아연구 범위논쟁 본격화

생명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 진교훈 서울대 교수)가 18일 밝힌 `생명윤리기본법'(가칭) 시안은 생명 연구의 자유 확대를 주장하는 생명공학계와 이에 반대하는 종교계 등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22일 공청회를 계기로 생명윤리 논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가장 민감한 쟁점은 무엇보다 인간 배아 연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자문위 발족 때부터 가장 민감한 쟁점이었다.

이번 시안에서 배아 복제는 금지하되, 잉여 배아에 한해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은 `생명공학이 지닌 실용적 혜택'은 수용하면서 인간 개체 복제로 나아갈 수 있는 배아 복제 연구는 엄격히 금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배아 연구 분야의 생명과학자들은 대체로 우려의 반응을 나타냈다.

잉여 배아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를 해온 마리아병원의 박세필 기초의학연구소장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잉여 배아에 한해 허용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배아 복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은 생명과학 연구의 싹을 잘라버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를 개발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도 “복제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을 앞서가는 몇 안되는 생명공학 기술인데 치료용 인간 배아 복제 연구까지 금지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 동물복제 연구자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용만 책임연구원은 “배아 복제는 의학 연구 목적에 한해 허용하되 엄격하게 관리하면 될 것”이라며 “배아 복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생명공학의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신경줄기세포 연구자인 연세대의대 박국인 교수(소아과)는 “배아 복제 금지와 잉여 배아 연구 허용은 현실적인 합리적 선택으로 받아들인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는 정반대로 종교계와 여성계는 그동안 잠재적 인간생명체인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 자체를 반대해왔기 때문에, 공청회와 이후 여론수렴 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생명윤리연구회와 기독교 생명윤리위원회는 “인간의 생명은 수정과 동시에 시작된다”며 “생명공학과 의학계는 인간 배아 복제와 인간 배아 실험을 중단하고 다른 질병치료책을 개발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23일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여성민우회는 “일단 공청회를 지켜본 뒤 대응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불임여성의 노쇠한 난자에 건강한 난자의 세포질을 이식해주어 임신을 촉진시키는 `세포질 이식 불임치료법'을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치료로 분류해 금지시킨 것 역시 의료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다. “두 어머니의 유전자가 아이에게 혼합돼 유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시각과 함께 “이 경우 두 유전자가 상호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연구결과”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 있기 때문이다.

생명특허 관련 부분은 생명공학계의 이해관계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자문위 한 관계자는 “막판에 가장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안은 윤리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생명과학 발명에 대한 특허는 특허청의 요청에 의해 생명윤리위가 심의·결정하도록 했는데, 이는 생명특허 기준을 강화한 것이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자문위는 22일 공청회 이후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식시안을 마련해 6월중 과학기술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시안을 발표한 `생명과학 보건안전윤리법안'과 절충·조율해 단일한 정부 입법안을 만들어 정기국회에 올릴 계획”이라며 “국회 공청회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법안이 손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