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orning, Mr.Orwell"?....천만의 말씀입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Orwell, George)은 이미 50여 년전에 '1984년'(Nineteen Eighty-Four)이란 소설을 통해 'Big Brother'의 등장을 경고했습니다.

개인생활이 감시되고 사상이 통제되면 결국 마음까지 지배받는 사회가 온다는 겁니다. 이 소설은 당시의 전체주의 혹은 사회주의의 종말을 내다본 '역(逆)유토피아'적 소설입니다.

그러나 빅브라더의 세계는 더이상 소설속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오늘날 현대인은 문명의 이기라는 컴퓨터, 인터넷, 감시카메라에 의해 철저히 감시당하고 사생활은 노출되는 '新 빅브라더'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의 1977년 작품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당시론 파격적인 발상이어서 기존의 문화 예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지금은 아닌 듯합니다.

감시당하고 조종받고 그러고도 모르는 사회......

현대인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무인카메라와 마주칩니다.

아파트에 살면 당연히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는데 여기 CCTV가 설치돼 있을 겁니다. 자동차를 타러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길도 역시 무인카메라의 눈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도심을 혹은 자유로를 달린다고 치면 역시 여러차례 무인 감시카메라를 통과하게 됩니다.

자! 쇼핑을 갔다고 칩시다. 곳곳에 카메라가 있습니다. 은행에 공과금 내러가도 역시 감시카메라, 돈을 찾으러 현금지금기 앞에 서도 감시카메라가 반짝입니다.

서울에 산다는 주부 이 모씨는 이런식으로 오전 중에만 27번 카메라와 맞닥뜨렸다고 불평합니다.

한동안 세간을 뒤흔든 'O양 비디오'다..'가수 B모양 비디오'를 꼽지 않더라도 비디오를 통한 사생활 침해의 정도도 심각합니다.

서울의 청계천에 가면 '신혼여행 침실''자취 여대생의 침실' 등등 제작물들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몰래 찍은 에로비디오物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답니다.

간혹 걸려온 전화속의 낭랑한 음성은 '정확한 생년월일에 사는 곳에 취미생활까지 읊어대며 물건을 사라거나 무슨 클럽에 가입하라'고 보챕니다.

금융권이나 어떤 인터넷 싸이트에 접속하며 남긴 신상명세가 유출된 것입니다. 한때 백화점 골드카드 회원 전체의 신상명세가 유출돼 돈받고 팔리던 시절이 있었잖습니까? 급기야는 범죄에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한 대기업은 직원들에게 RF(Radio Frequency)카드 신분증을 지급했습니다. 근무시간에 화장실엔 몇번가고 외출은 몇번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근무중 사우나는 '꿈 깨셔'입니다.

이렇게 현대인의 삶은 '투명창속의 인생'입니다.

잠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로 돌아가 봅니다.

조지 오웰은 1949년에 이미 "1984년에는 인류가'빅 브라더'라는 일종의 수퍼컴퓨터에 의해 지배 당할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오세아니아라는 가상의 초강대국에서 사상을 통제당하고, 과거는 물론 현재의 마음까지 통제 당한다는 것이지요. 소설속의 상상력이 현실로 살아나 버렸습니다.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서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우선 인류는 게을러 졌습니다. 주판은 거의 골동품이 돼버렸습니다. 컴퓨터가 더 빠르게 쉽게 계산해 줍니다. 이러다간 인류가 공통적으로 멍청한 상태에 빠져들까 걱정입니다. 더이상 천재적인 수학자가 탄생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데 요즘은 생각도 별 무소용입니다. 대부분 찾으려는 진리나 화두는 컴퓨터 방식에 의해 우리앞에 놓여집니다. 고민하거나 고뇌할 필요도 없어졌지요. 인터넷 정보의 바다에 결과물들이 다 있지 않습니까?

인간의 지혜로운 생각이나 말보다는 컴퓨터가 지지직 뱉어내는 프린트물이 더 유용한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인류는 단체로 무시당하는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국선 컴퓨터 작업을 돕기 위해(?)인간의 몸에 바코드(barcode)를 새겨 넣자는 제안까지 나왔다니 오늘날 인류는 수퍼마켓이나 쇼핑몰의 진열대에 쌓여 있는 물건들과 뭐 다를게 있겠습니까?

'마이크로 소프트'다 '빌게이츠'다 해서 지구촌이 난리입니다.

거의 21세기의 新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빌 게이츠의 신화는 그대로 인류의 신화처럼 받아 들여집니다. 'Windows'는 일상 그자체입니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가득찬 신세대?' 정말 웃기는 얘깁니다. 윈도우식으로 프로그래밍된 新인류일 뿐입니다.

시스템속에서 유전자 코드만큼 다양한 개성은 오히려 일관된 몰개성에 빠지고 있습니다. 현재나 미래 사회는 '저기 신세계가 있다'고 외쳐 인류를 헉헉대게 하고 결국 아무런 생각없이 '지옥행 열차'에 올라타게 하는 겁니다. 바로 빅 브라더의 모습입니다.

좀 다른 방향에서 정보화사회(?) 특히 인터넷시대를 보는 사람도 있긴 있습니다.

MIT에서 미디어랩 소장으로 일하는 네그로폰테 박사는 오히려 "빅 브라더는 죽었다"고 단언합니다.

인터넷에 의해 사회는 다양해 지고 개인화된다는 겁니다. 정보 통제의 주인은 바로 개인이며 사회가 점차 투명해져서 신상정보 유출도 그리 큰 충격이 아니란 겁니다.

네그로폰테 박사는 "21세기의 기본단위는 원자(Atom)가 아니라 비트(Bit)"라는 명제를 제시한 분입니다. 인터넷이 언어장벽을 없애고 급기야 지구촌은 수천개 나라로 분열될 것이라고 내다본 분입니다.

네그로폰테가 꼽는 정보화 사회의 우려(?)는 '세대간 격차'입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역기능보다 세대간 대화두절이나 가치의 차이, 사고나 발상의 충돌..뭐 이런 정도랍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최근 국내에서도 일종의 '들여다보기'프로그램이 인깁니다. 효시는 독일 RTL2라는 방송국의 REAL TV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주로 젊은 남녀의 일상 섹스 뭐 이런것들로 꾸며진 프로인데 시청률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방송심의 단체나 윤리규정이 무색해질 만큼 인기 만점 프로그램입니다.

컨테이너 세트에 그저그런 주변 장식해서 큰돈 들이지 않고 시청률을 높였으니 당연히 피디인 John de Mol이나 사장인 Josef Andorfer는 돈방석에 올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유럽 전역에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젊은이든 누구든 TV앞에 모여 앉아 '금발의 저 여자는 누구와 제일 먼저 섹스를 할까?' 또는 집앞 텃밭에 내일 아침 무슨일이 생길까?' 등등의 퀴즈 맞추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들에게 아프리카의 기아나 중동의 유혈사태 유니세프 모금은 남의 일입니다. 일거수 일투족에 생각까지 지배당하니 프로그램 이름처럼 빅 브라더가 분명합니다.

이런류의 '빅 브라더'는 미국 TV에도 전래됐습니다. 이른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CBS가 방영중인 '서바이버'는 대표선수격입니다.

무인도에 출연자들을 떨궈놓고, 물론 기본적인 생존도구만 쥐어주고 말입니다, 그들의 생존경쟁(?)을 24시간 카메라에 담는 겁니다. 이게 큰인기를 끌자 CBS는 아예 '빅 브라더'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근처 작은 마을의 마당 있는 집을 선정해 벽은 온통 유리로 개조하고 선남선녀를 살게 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그들의 생활, 은밀한 부분까지 방송하겠다는 겁니다. 웬지 몇년 혹은 몇십년 후의 우리 일상생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런식으로 감시당하는 세계가 된다면 그 세계는 분명 멋진 신세계는 아닐겁니다.

오늘 우리사회의 빅 브라더는 누구일까요? 또는 무엇입니까? 절대권력이라는 정치권력일 수도 있습니다. 문화일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사교집단..조직폭력..돈..섹스..??

정보화 사회에 덧붙이자면 최근의 유전자조작(gene manipulation)도 빅 브라더의 시도라는 우울한 진단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를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영원히 해방시켜 줄 혁명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과학기술은 더더욱 발전할 겁니다. 미래사회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한 사회가 될것이 분명합니다. 쉬운 사회가 되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꼭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정성근의 투데이에서 발췌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