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년 총회"(A Jubilee Assembly)로서의 제 8차 WCC 하라레 총회

1948년 8월 147개 교회의 대표들이 암스텔담에 모여 "함께 할 것"(to stay together)을 선포한 후,¹⁾ WCC(세계교회협의회)는 기독교회들의 하나됨을 증진하여 왔다. 이후 50년이 지나 열리는 제 8차 총회로서의 "희년 총회"는, 올 12월 3일부터 14일 사이에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의 하라레(Harare)에서 있을 예정인 바, 새로운 천년을 향한 20세기의 마지막 총회가 된다. 이와 같은 짐바브웨 총회에는 세계로부터 330여 회원 교회들과 2,000여 공식적인 위원들과 대표들이 참여할 것이다. 또한 WCC 중앙위원회에서는 지난 해 9월, 세계의 회원교회들이 WCC 50주년인 희년을 기념하여 1998년 12월 13일을 "재헌신 주일"(Recommitment Sunday)로 지켜줄 것을 결정한 바 있다. 네델란드 교회협의회는 자국의 암스텔담에서 열린 1차 총회를 기념하여, 1998년 9월 20일에 WCC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아마 이 날로부터 WCC의 50주년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WCC도 그의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올 가을에 여러 가지의 행사를 기획해 놓았다. WCC는 이런 행사와 예배 등을 통하여, WCC의 "일반적 이해와 비전"(CUV: A Common Understanding and Vision)의 폭을 넓혀 나가기를 소망하고 있다.²⁾

2. WCC의 삼중적 과제

근대 에큐메니칼 운동은 1910년 영국의 에딘버러에서 열린 세계선교대회에서 본격 태동하였다. 그 대회 결과 1920년 대에 세 개의 국제적 회의들이 결성되었는 바, 국제선교협의회(IMC), 신앙과 직제회의(Faith and Order), 생활과 사업회의(Life and Work)가 그것이다. 이에 있어 우선 후자의 두 회의들이 합하여져서 1948년 암스텔담에서 제 1차 WCC 총회가 열리게 되었으며, 1961년 뉴델리에서 열린 제 3차 WCC 총회에서는 국제선교협의회를 산하 기관으로 흡수하였다. 현 세계교회협의회의 사무국 아래에는 신앙과 증언, 교육과 갱신, 정의와 봉사의 세 사업부가 있으며, 그 중 제 1사업부인 신앙과 증언 사업부 아래 신앙과 직제 위원회, 세계선교와 전도 위원회(CWME), 교회와 사회 위원회 등이 소사업부로 속해 있다. 그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의 전신은 국제선교협의회이며, 교회와 사회위원회의 전신은 생활과 사업회의라고 할 수 있다.

WCC는 크게 세 가지의 일에 관심을 두어왔다. 신앙과 직제회의가 중심이 되는 교회일치운동이 그 하나로서, 우리는 그 운동의 주제를 다양성 속의 일치(unity in diversity)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각 교파의 교리적인 차이를 극복하려는 WCC의 성과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우리는 1982년 페루의 리마에서 만들어진 BEM 문서 (Baptism, Eucharist and Ministry Text, 세례, 성찬, 교역 문서)³⁾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CWME가 중심이 되어 펼치는 세계선교의 사역이 또 하나의 주요한 일로서, WCC는 선교신학으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을 꾸준히 발전시켜 온 바 있다. 세 번째로 WCC는 사회를 변혁하며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구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여 왔는 바, JPSS와 JPIC라는 주제를 통하여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였다.⁴⁾

하임(S. Mark Heim)은 그의 논문에서 이같은 WCC의 세 가지의 주요 운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1948년 암스텔담에서 시작하였는 바, 창립교회들을 통하여 세 가지의 강력한 운동을 일으켜 왔다. 한 운동(신앙과 직제)은 물려받은 신앙고백적인 분열을 극복하여 교회의 가견적 일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였다. 다른 한 운동(생활과 사업)은 더 넓은 인간공동체 안에 있는 전쟁과 부정의의 아우성들에 대해 응답하려 하였다. 세 번째의 운동(국제선교운동)은 세계를 복음화할 것을 목표로 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선구자들에게 있어, 이 세 가지의 운동은 하나로 연결되었었다. 그들을 하나로 하였던 지평은 교회의 가견적 일치, 신앙 안에서의 코이노니아 및 생활(life)과 증거였다. 교회는 그의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에게 고백하기 위하여, 하나님이 사랑하는 세상에 봉사하기 위하여, 그리고 세상이 주 예수를 믿도록 하기 위하여, 하나되어져야만 한다.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경륜의 세계 내적 유비로서의 이같은 비젼은 (이론에 있어) 그렇게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⁵⁾

3. 8차 총회의 주제에 이르기까지의 스케치

WCC는 세계교회와 인류의 문제를 염려하며, 그들의 관심의 초점을 변화시켜 왔다. WCC 1, 2차 총회 시에는 "책임사회"(responsible soceity)라는 개념이 강조되었다. 책임사회는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응답(책임)을 강조한 책임윤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인권을 옹호하고 평화를 보장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책임을 가질 것을 주장하였다. 2, 3차 총회인 뉴델리 총회와 웁살라 총회에서는 "사회정의"(social justice)가 중심 문제로 떠올랐다. 교회의 정치참여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어 급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며, 폭력의 사용가능성을 검증하며 혁명적 사회참여론들이 논의되었다. 책임사회는 법치와 경제정의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서구적 상황에서는 잘 통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제 3세계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이에 책임사회에의 주장이 퇴조하고 혁명적 신학의 경향이 강조되었다.⁶⁾ 1975년에 있은 나이로비 5차 총회에서는 사회정의라는 개념에 "존속할 수 있는 사회"(sustainable soceity)라는 명제가 결합되게 되었다. 이 셋째 단계에서는 발전주의의 비판에 따른 생태계의 위기의 문제가 부각되어 이후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1983년의 뱅쿠버 총회에선 핵전쟁의 위협 등으로 종말론적 분위기가 고조되어 "평화"(peace)에 대한 강조 및 기독교의 구원과 생명의 수여자로서의 그리스도의 의미를 새롭게 조망하기에 이르렀다. 1991년 캔버라의 7차 총회 시의 주제는 "오소서 성령이여 -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로서, 전 지구를 구원하는 문제에 있어서의 성령의 현존의 중요성, 또는 "영성"(spirituality)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그리하여 오늘의 하라레의 제 8차 총회에 이르게 된다. 그 총회의 주제는 "하나님께 돌이켜라 - 희망 중에 기뻐하라!"로서, 인류는 그의 문제를 씨름하는 중, 삼위일체 하나님께 돌이키는 것이 궁극적 방법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7차 총회의 주제는 인간에 내재하는(immanent) 성령이 강조된 반면, 8차 총회에서는 인간의 한계와 유한성에서 인간 스스로를 왜소하게 느끼고, 우리를 초월하여(trascendent) 있는 하나님에 대한 전폭적 의지를 더욱 부각하고 있다.⁷⁾

책임사회 - 사회정의 - 존속할 수 있는 사회 - 평화 - 영성 - 하나님께로 돌이킴의 흐름을 다시 한 번 검토하여 보자. WCC는 먼저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접근하며, 교회가 사회에 참여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우리 한국교회에 있어서도 지난 60년 대에 교회가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참여의 문제 자체를 의심하는 교회는 없게 된 것같다. 세계교회도 먼저는 참여의 문제를 질문하였는 바, 그것이 책임사회라는 명제로 결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회의 문제를 살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되는 것은 사회정의 곧 분배의 문제이다.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 사이의 삶의 질적 차이는 심각하다. 그러므로 WCC는 사회문제를 다루며, 사회정의의 실현에 착목하였던 것이다. 사회정의의 문제는 파이(pie)를 나누는 문제라면, 생태계의 파괴의 문제는 우리가 나눌 수 있는 파이 조차도 만들 수 없다는 위기감에 대한 걱정이다. 잘못하면 자원이 고갈하여, 우리의 생존을 위한 빵조차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이에 "존속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주제를 검토하게 되었던 것이다. 환경파괴의 문제는 인류가 서서히 멸망하는 원인이 되는 반면, 핵전쟁은 인류를 일시에 멸망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리하여, 80년 대에 들어 세계교회협의회는 이런 위기를 겨냥하여, 평화의 문제를 중심된 주제로 부각시켰다. 이와 같이 WCC의 사회에 대한 관심은 점점 종말적 성격의 것으로 방향이 잡혀갔는 바, 이에 기독교의 영성과 구원으로서의 긍극적 해결에 대한 추구를 하게 되었다. 캔버라 회의는 하나님의 영의 현존을 강조하며, 인류문제 해결의 성령론적 단초를 강조하였다. 이제 금번의 8차 총회에 이르러, 세계교회는 하나님께로의 돌이킴을 통해 인류를 향한 "기쁨의 해"를 선포하였다. WCC는 먼저 세계에 대해 눈을 돌리는 것이 신앙인의 책임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을 향한 돌이킴(Turn to the World)과 관심은 삼위일체되신 하나님을 향한 돌이킴 (Turn to God)을 통해서 가능하다. 하나님을 향한 돌이킴을 통해 우리는 다시 진정으로 이웃을 향해 돌이킬(Turn to Neighbors and All Creations) 수 있다. 인류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님께로의 돌이킴의 생각은 몇 가지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먼저 인간의 한계를 고발한다. 인류는 그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⁸⁾ 인류의 구원은 초월적인 하나님 편에서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 안에서, 오늘의 현실이 비록 참담하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희망 중에 우리는 기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인류의 상태가 처참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구원이 그와 같이 하나님의 편에서 오는 것이라는 말이 우리의 책임을 면케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희망을 통하여, 더욱 사회변혁을 위한 노력에 매진하여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돌이킴은 그에 상응하는 우리의 응답을 요청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praxis)을 이행치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이같은 응답적 노력 가운데에서, 하나님 안에 있는 희망이 현실화하게 되며, 우리는 오늘의 참담한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케 된다. 하나님의 은총에 따른 인류 구원에 대한 회상(memory)과 기념, 그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회개와 사랑의 실천(praxis), 예배의 경축 중에 있는 하나님 나라의 선취(anticipation)에 따른 희망과 기쁨, 이 세 가지가 오늘 8차 총회의 주제가 말하는 바이다.

4. "하나님께 돌아오라 소망 중에 기뻐하자!"라는 주제에 대한 베스트(Thomas F. Best)의 설명

8차 총회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삼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WCC의 신앙과 직제 위원회의 총무인 베스트는 말한다.⁹⁾ 먼저 하나님이 은총 중에 우리에게로 돌이키신다. 둘째, 우리는 신앙과 사랑의 행동을 통해 그에게 응답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창조물 속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현존의 최종적인 충만을 선취하게 된다. 이 삼중적 구조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과거의 하나님의 구원행동을 기념한다. 현재에서 그 신앙을 실천으로 옮긴다.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삼중적인 구조는 교회의 구조와 연관된다. 교회는 회상의 공동체, 행동하는 사랑의 공동체, 희망의 공동체로서의 삼중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 그 교회는 믿음과 사랑과 소망의 공동체이다. 그것은 또한 세례의 구조와도 관련된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믿음의 선물과 그에 대한 인간의 응답 및 희망 안에서 생동하는 새로운 생명의 기쁨을 향한 운동을 경축한다. 또한 성만찬 시 이러한 세 가지의 의미가 경축된다. 기념(anamnesis) 안에 있는 우리 신앙의 구성적 요소, 현재의 그리스도에 의해 부어지는 생명의 수여(giving of life), 오늘에 미리 맛보는(the arrabon) 희망에 따른 기쁨의 의미가 그것들이다.¹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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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We intend to stay together."라고 암스텔담 총회에서 표현하였다.

2) CUV 과정(CUV process)에 대해서는 WCC, Toward A Common Understanding and Vision of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A Policy Statement (Geneva: WCC Publications, 1997)을 참조하시오. CUV 과정은 1989년 WCC의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되어, 1995년 9월 일차적인 문서가 마련되었으며, 35명의 전문위원들에 의해 검토된 후 1996년 6월 개정되었고, 그 해 9월의 중앙위원회의 논의를 거쳤다. 그리고 1997년 6월까지 세계회원교회들에 배포되어 반응을 물었는 바, 그에 따른 새로운 원고가 1997년 9월의 중앙위원회에서 다시 검토되어졌다. 이렇게 수정된 문서는 이번의 제 8차 총회 중에 제출될 것이며, WCC의 비젼을 새롭게 다지기 위한 성명서로 만들어질 것이다.

3) 이 문서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최종 완성되어, 리마문서라고도 불려진다.

4) JPIC는 Just, Participatory, and Sustainable Soceity(정의롭고, 참여적이며, 존속할 수 있는 사회)의 약자이며 JPIC는 Justice, Peace, and the Integrity of Creation(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의 약어이다.

5) S. Mark Heim, "Unity in Fullness: A Reflection on the Theme for the Eighth Assembly of the World Council of the Churches," The Ecumenical Review, vol. 50, no. 2 (April 1998), 149 참조.

6) H. H. 슈라이, 『개신교사회론 입문』, 손규태 역 (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1985), 163.

7) 1차부터 8차까지의 주제를 영어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차: 1948 Amsterdam, Netherlands, "Man's Disorder and God's Design"/ 2차: 1954 Evanston, USA, "Christ - the Hope of the World"/ 3차: 1961 New Delhi, India, "Jesus Christ - the Light of the World"/ 4차: 1968 Uppsala, Sweden, "Behold, I Make All Things New"/ 5차: 1975 Nairobi, Kenya, "Jesus Christ Frees and Unites"/ 6차: 1983 Vancouver, Canada, "Jesus Christ - the Life of the World"/ 7차: 1991 Canberra, Austrailia, "Come, Holy Spirit - Renew the Whole Creation"/ 8차: 1998 Harare, Zimbabwe, "Turn to God - Rejoice in Hope"

8) 린스트러(Marchiene Vroon Rienstra)는 "하나님께 돌이켜라"라는 외침이 우리에게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과 의지와 자원들의 한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였다. 그와 같은 파괴적이며 분열적인 악의 힘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는 생명의 원천이신 하나님께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힘만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으며, 이같은 악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M. V. Rienstra, "Facing an Unknown Future," The Ecumenical Review, vol. 50, no. 2 (April 1998), 127을 참조하시오.

9) Thomas F. Best, "Turn to God- Rejoice in Hope!": An Approach to the Theme of the Eighth Assembly of the WCC," The Ecumenical Review, vol. 48, no. 3 (July 1996), 404.

10) 또한 베스트(Thomas F. Best)는 『에큐메니칼 리뷰』(The Ecumenical Review)의 최근호에서, 금번의 주제가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을 강조한 제 1차 총회의 주제로 회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암스텔담에서 있었던 제 1차 총회 시에는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이 강조된 반면, 2차 에반스톤 회의에선 예수 그리스도 중심성이 강조되었고, 뉴델리와 나이로비 및 밴쿠버와 캔버라에선 삼위 중의 세 번째 위격인 성령이 부각되었다고 하였다. Thomas F. Best, "Editorial," The Ecumenical Review, vol. 50, no. 2 (April 1998),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