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김보람
ㆍ작성일	2002-06-13 (목)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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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어떻게 보고 대할 것인가
트랜스젠더, 어떻게 보고 대할 것인가
인간으로서 하나님 앞에 서도록 도와야

//뉴스엔조이 2001.08.10//

▲ 성전환 수술을 받아 이른바 트랜스젠더로 불리는 하리수 씨
I

타고난 성을 버리고 인위적인 성전환 수술을 하여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거나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뀐 사람들의 삶이 사회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전환 수술을 받아 이른바 트랜스젠더로 불리는 하리수 씨가 최근 화장품 모델로 대중 앞에 나서면서 트랜스젠더의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는 여러 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은 남자였지만 늘 여자로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는가 하면, 이상형의 남자는 류시원이라며 그와의 즉석 통화에 얼굴을 붉히며 여자의 모습을 보였다. 성전환 후 남자와의 성관계를 가져 보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솔직하게 시인하였고, 현란한 춤과 포즈로 연예인의 끼도 선보였다. 그는 자전적 화보집 출간을 하고 영화 출연과 음반 취입을 하는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자리매김을 굳히고 있다. 이런 그의 행동은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타고난 성을 버리고 인위적인 성전환 수술을 하여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너무도 새로운 것이기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들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퍼지면서 여기 저기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랜스젠더는 병원에서는 여자로 진료받지만 법원에서는 남자로 처우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트랜스젠더가 결혼하여 혼인 신고를 하려 할때 주민등록번호에 나와 있는 본래의 성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것으로 인해 사회적 고통을 당하는 트랜스젠더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어주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곁들여서 하리수 씨가 남자와 성 관계를 가지면 그것은 동성애냐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렇게 트랜스젠더들이 점차 사회 전면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보고 대할 것인가?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보고 대할 것이냐의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매우 다양한 이슈들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보고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개인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일단 트랜스젠더에 관한 성경적 관점을 알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성경적 관점이란 것이 쉽게 단정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이 성경적이라고 하는 기준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과 하나님의 깊은 뜻은 더 높은 차원에서 계속 추구되어야 할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현 수준에서 논쟁보다는 인간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 그러나 이 글이 성경적 관점을 제껴두고, 무작정 개인적 생각을 떠벌이는 것도 아니란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II

이 글의 성격과 목적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트랜스젠더를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것은 그 혼자만의 생각이다. 하나님의 질서는 한 두 사람의 파괴적 행위에 의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몇 사람이 성 전환했다고 해서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무너졌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성 전환 행위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성 전환 행위 하나로 와르르 무너뜨릴 수 있는 질서를 창조한 하나님의 능력은 나약한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나님의 질서는 인간의 타락 때부터 이미 무너진 것이었다. 무너진 질서가 또 다시 무너진다고 하며 한 두 사례를 더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인간이 부분적으로 파괴된 창조 질서 속에서 아담 때부터 살아온 것을 감안하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일을 하나 더 경험했다고 해서 무조건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파괴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별 것이 아닌 일을 크게 부풀려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

트랜스젠더에게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했다고 강력히 정죄하다가도 그래도 성 전환한 것을 빼면 그를 주님의 사랑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그것은 위선적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말로만 사랑을 표하고 그의 현실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쉽게 이해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중적 태도를 지양해서 맞추어야 할 초점은 성 전환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그를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격적 존재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모아진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글의 성격은 트랜스젠더에 관한 심리학적, 정신병리학적, 또는 신학적 관점의 분석보다는 트랜스 젠더를 품어야 한다는 목회적 관점의 제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글의 목적은 그리스도인들이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를 찾아보고 그에 따른 자세를 살피는 데 있다.

III

그러면 성 전환 자체에 대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부터 생각해 보자. 외적으로는 주어진 성을 바꾼다는 것은 하나님의 기본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생물학적 성은 인간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 때 본래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주어진 성을 거부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마음이다. 트랜스젠더는 남자 속에 갇힌 여자나 반대로 여자 속에 갇힌 남자가 본래의 자기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하다가 결국 수술을 통해 성전환을 선택한 사람이다. 물론 성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단순히 환경 속에서 교육되어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치유방법을 동원하여 고칠 수 있고, 고쳐야 한다. 그러나 끝까지 자기를 생물학적 성이 아닌 정신적 성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성의 정체성 혼란으로 말미암아 너무도 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라고만 할 수 있는가? 그들의 고통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는가?

성 전환을 한 것은 본래 하나님이 주신 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행위라고 할 때 그것은 죽을 때까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 질서의 파괴란 죄가 그들에게 붙여지는 최대의 죄목이 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하나님께서 전혀 용서받지 못할 죄인으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존재이다. 만약 이런 논리가 트랜스 젠더에게 적용된다면, 단순한 성형 수술을 한 사람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더 극단적으로 말해서 발전된 의술과 의약으로 생명을 연장하려고 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인위적 행위이기 때문에 죄로 단정되어 마땅하다. 그런데도 성형 수술을 한 자들에게나 의학적 처방으로 생명을 연장하게 된 자들에게나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죄인이라는 선고가 내려지지 않는다. 이들의 행위가 관용된다면, 자기 성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트랜스젠더를 무조건 창조 질서의 파괴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다.

여기서 성 전환이란 특수한 주제에 관련하여 하나님은 과연 무어라고 말씀하실까를 찾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자 쟁점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지적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생각 자체가 개인적 의견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자기 중심적 사고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려고 하는 사고의 방향은 건전하다고 믿는다.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은 단순히 개인적 입장이나 감정에 따른 것에 머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자기는 여자인데 외모로만 남자다라고 생각해서 성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사람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은 하나님의 심정으로 헤아리는 것이어야 한다. 은혜의 하나님은 어떤 사람도 구원에서 제외되기를 원치 않으신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너무 쉽게 트랜스젠더에게 구원받지 못할 존재로 영원한 낙인을 찍는 것은 하나님의 원하시는 바가 아니라 생각된다.

이쯤해서 하나님의 생각을 떠올려 말하자면, 하나님은 남자냐 여자냐를 자기 스스로 주장하는 것에 관심이 없고, 그가 사람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느냐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야 된다고 본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신다. 어떤 죄인이라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고 할 때 자기의 생물학적 성을 거부하고 자기 성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행위가 은혜의 하나님께 도저히 용납되지 못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결정해 준 성을 거부하는 것은 완전 죄라고 주장한다면, 하나님께서 정말 성전환을 완전 죄라고 본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하나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여자냐 남자냐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피조물로서의 존재성이다.

어떤 사람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겠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하나님을 향한 저항의 표시로 성전환을 했다면, 그것이 단순한 상징적 행동이라도 하나님을 거부한 죄로 규정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것은 강력하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죄라고 선언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그런 의도에서 성을 바꾼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트랜스젠더가 된 것은 자신의 잃어버린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통의 과정을 거치면서 도달한 선택이었지 하나님을 거역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 저항이 아니었다. 이런 행위를 무조건 단죄하는 것은 은혜의 복음을 받은 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라고 보인다.

더욱이 그들은 이미 트랜스젠더가 되어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데, 그들을 향해 자꾸 죄인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하나님의 자리에서 심판하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들기조차 한다. 죄를 정하는 것은 하나님이시지 인간의 전통이나 관습이 아니다. 트랜스젠더들은 무조건 하나님의 구원에서 배제된다고 선언하는 것은 이미 복음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십자가 사랑을 무시하는 것이다.

IV

▲하나님께서는 왜 이런 성전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하셨을까
그러면 성전환 수술이라는 발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트랜스 젠더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님께서는 왜 이런 성전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하셨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사실 그런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셔야 완벽한 창조일텐데, 그렇지 않은 것은 하나님의 실수 때문인가? 아니면 하나님이 장난을 치신 것인가? 절대 그럴 수 없다. 하나님은 완전하기 때문에 실수가 없으시다. 하나님은 인격이기 때문에 그런 장난을 하지 않으신다. 실수나 장난으로 인간의 삶을 고통과 고민으로 뒤범벅되도록 놓아두고 즐기실 수 있는 분이 결코 아닌 것이다.

성 전환은 타락한 인간 현실에서 돌출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찾아낸 길이다. 트랜스젠더가 생겨난 것은 죄의 결과에 따른 하나의 현상을 증거하고 있는 사례라 하겠다. 남자로 태어났으면서도 여자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비극적 현실이 그렇고, 성의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연약한 자의 모습이 그렇다. 주어진 성을 인위적으로도 고쳐야만 제대로 삶을 사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트랜스젠더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타락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질곡 현상이다.

여기서 끄집어내어 비판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죄의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트랜스젠더를 향해 무조건 정죄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소경된 자를 대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유대인은 태어날 때부터 소경된 자를 죄인으로 취급했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성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사는 자들을 일방적으로 죄인 다루듯이 하는 것은 유대인의 방식이라고 할 때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방식을 진지하게 따라야 한다. 성 전환에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정죄하는 태도로 그들을 대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성 전환이라는 놀라운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서 타락한 세상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생각이 있다. 그것은 트랜스젠더가 있다는 사실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시려는 무슨 교훈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생살이에서 이토록 황당하고 곤혹스런 일들이 당하게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도달한 결론은 인생의 문제를 씨름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그냥 밥 세끼 먹고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일 수 없다. 그렇다면 심각하고도 놀라운 도전들에 직면해서 고민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의식하고 인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교훈으로 떠오른다. 트랜스젠더를 대하면서 정죄하느냐 마느냐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세상살이의 한 자료로 근거로 해서 인생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로 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보여진다. 좀 책임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특이한 문제에 접하여 세상과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행동을 구할 것이다. 들에 핀 백합화를 생각하는 자세로 세상 일과 씨름하는 사람은 반드시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진리와 생명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V

트랜스젠더를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차례다. 이에 대해서는 사랑의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사고의 방향을 잡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그 사랑은 인간적 차원에서 붙잡는 것이어서는 안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에 근거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 젠더를 대할 때 그에게 왜 그랬느냐고 물을 수 있다. 성 전환 한 동기와 성 전환을 통해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그 견해를 솔직하게 표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논점은 당사자 앞에서 성 전환 수술이 잘된 것이니 아니니 하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트랜스 젠더의 인격에 대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대하며 그를 하나님 앞에 세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트랜스 젠더는 교리적 차원에서 따져야 하는 소재가 아니라 목회적 차원에서 접근해 가야 할 생활인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목회적 차원에서 트랜스젠더를 용납하고 인격으로 대하는 것에 대한 성경적 근거로서 다음의 사실을 제시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왕 제도가 필요 없었다. 하나님의 백성은 왕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이스라엘 백성이 요구하자 하나님은 그에 따른 폐해를 지적해 주고서 왕 제도를 허락해 주었다. 그 다음에 왕 제도는 하나님 허락 하에 용납되어야 할 제도로 정착되었다. 심지어는 왕이 하나님의 속성을 이해하는 한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성 전환도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성 전환이 죄라고 규정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의술의 발전은 성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이 사실은 하나님의 피조 세계 안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성 전환을 막을 도리가 없다. 트랜스젠더의 부모도 자기 아들이 여자로 수술받겠다는 것을 얼마나 말렸겠는가? 그러나 그들도 아들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수술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성 전환이 단순히 본인의 의지와 돈으로 선택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다. 인간적 고뇌 속에서 선택한 인생이기에 성 전환을 한 자체를 문제삼다가 사람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지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를 무조건 죄인으로 취급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 속에 있는 진정한 인격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갖고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죄인임을 강요하는 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다시 성 전환 수술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논의의 핵심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트랜스젠더에게 복음을 전해서 그가 예수님을 구세주로 영접했다고 했을 때 그에게 회개했으니 다시 본래의 성으로 전환하는 재 성전환 수술을 권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도 생긴다. 이미 성 전환을 한 사람에게 자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그를 용납하고 하나님 앞에 서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어린애든 어린이든 성 전환을 했든 하지 않았든 모든 인간을 하나님 앞에 세우는 일이야말로 진정 하나님의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예컨대, 혹시 교회에 와서 등록할지 모르는 트랜스젠더를 위해 교적부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는 란을 두지 않는 것도 그들에 대한 배려가 된다. 이런 과정에서 그들을 품어나가면서 트랜스젠더를 인간으로서의 하나님 앞에 서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여기에 사는 그리스도인이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이상의 글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라기보다는 현재의 느낌이다. 앞으로 이에 관해 더 진전시켜 논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이런 논의를 통해 새로이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 역사의 전환기에 하나님의 뜻을 좀더 헤아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또한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런 논의들을 거치면서 계속되는 믿음의 성숙이 한국 교회에 자리잡아 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박 양 식(문화선교 보냄과 세움 대표)
박양식 (2001-08-06 오전 10:4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