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신3 정구현
ㆍ작성일	2003-11-16 (일)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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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지도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중앙일보 2001.1.1

위기의 끝이 아니라 위기의 출발점에 서 있다는 암울한 생각으로 새해를 맞는다. 왜 우리는
새해 벽두부터 희망과 용기를 말하기 전에 불안과 근심을 먼저 내세워야 하는가.

국민이 믿을 곳이 없고 기댈 언덕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엉망이라면 경제를 믿을 수 있
어야 하고, 내치가 안되면 외치에라도 기대를 걸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사는 게 어렵더라
도 지도자를 믿으면 그래도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참고 견디면 윗목이 따뜻해질 것이라는 지도자의 말은 이미 허공으로 사라진지 오
래다. 일자리가 불안하고 환율이 걱정이며 수출 또한 불투명하다.

우리가 그래도 믿고 의지해온 것이 경제였는데 이것이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다. 경제
분야의 구조조정이 끝나면 매사가 잘 될 것이라고 대통령이 말하고 경제각료가 연일 대책을
발표하지만 이들 지도자의 말이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말을 너무 바꾸었고 말과 행동이 너무 달랐기에 그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경제에 대
한 불안은 절망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 지도층 신뢰 잃은지 오래

그렇다고 정치권을 믿을 것인가. 우리에게 정치는 아무런 믿음을 주지 못하는 그들만의 싸
움이다. 그들만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에게 불신과 분노를 안겨주는 매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권과 대권에 눈이 어두워 잔수와 꼼수로 국민을 기만하고 임시방편으로 위기
를 호도하고 있다.

이미 개헌론이 나오면서 정치판 흔들기의 꼼수 징후가 나타나더니 급기야 여당 국회의원 3
명이 어수선한 세모(歲暮)를 틈타 자민련과의 공조를 위해 이적(移籍)하는 희대의 촌극을
벌였다.

큰 정치, 믿음의 정치를 국민이 그토록 갈구했건만 정치권은 사도(邪道)의 정치, 패도(覇道)
의 정치로 답했다. 이러고도 정치를 믿으라 할 것인가.

내치가 어둡다면 외치라도 잘 되고 있는가. 김대중 정부의 외치 구심점은 대북정책이었다.
한반도의 탈냉전화를 위한 주변국들과의 외교교섭이 외치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남북교류가 시작되면 중동 호황과 같은 호경기가 올 것이라고 외쳤던 지도자의 목소
리는 이젠 설득력을 잃었다.

지난 한 해의 이벤트성 남북사업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는 일조했겠지만 장기적 전망의
남북관계 개선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대북정책은 더 냉혹한 냉전의 시대
로 되돌아갈 불안요인이 가득 차 있다.

외치도 못 믿겠다. 정치권도 못 믿겠다. 경제도 믿을 수 없다. 정부도 대통령도 믿을 수 없
다. 신뢰의 추락, 믿음을 주지 못하는 신뢰상실의 사회가 된 것이다.

어떤 위기보다 지도자에 대한 불신, 믿음이 없는 사회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다. 믿음이 없
는 사회는 기초가 없는 사회다.

흔들리는 사회기반을 지도자들의 신뢰회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뢰는 어디서 생겨나는
가.

도덕성과 공정성,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법치의 사회일 때 가능하다. 우리가 올 한 해 `기초
를 다지자` 캠페인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이 믿고 따르며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끔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기초를 새롭
게 다져 나가며 서로가 서로를 믿는 신뢰의 사회를 구축하자는 의도다.

우리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결속력만이 이 한 해를 이끌 구심점이라고 본다. 지도자
들 개개인이 나라사랑의 깊은 애정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않고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을 만큼 국민은 지금 허탈하고 공허한 상태에서 새해를 맞는 것이다.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가. 거짓없는 실천력이다. 나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를 생각하는 자세,
자신의 지역이나 조직의 이익보다 나라를 먼저 앞세우는 생각, 누가 정권을 잡고 못 잡고가
아니라 나라경제를 어떻게 하면 회복시켜 반석 위에 올릴 것인가에 몰두하는 열정이 애국심
이고 그 믿음이 사회적 결속력이며 사회적 자산인 것이다.

누가 지도자인가. 동서남북으로 갈가리 찢겨 서로를 매도하는 분열상을 극복하고 나라를 위
해 통합하고 힘을 모으는 지도력과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 진정한 지도자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수출을 위해 땀 흘리는 기업인과 근로자가 나라를 끌고가는
지도자다.

정권 재창출에 연연하지 않고 `국회의원 빌려주기` 같은 꼼수의 정치가 아닌 대경대도의 믿
음을 주는 정치, 말과 실천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이 진정한 지도자다.

*** 행동으로 국민 감동시켜야

`지도자의 신뢰회복` 이라는 낡은 화두를 21세기의 출발점에서 새삼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인들이, 우리의 공직자들이, 우리의 기업인들이 너무도 나라를 생각지 않고 지역과 당파
와 개인의 이해에만 얽매여 나라의 기초를 뭉개고 국민을 속이며 국가경제를 도탄(塗炭)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도 이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위치의 지도자다. 비판은 쉽고 대안 제시는 어렵다.
대안 없는 비판만으로 나라를 흔들기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다는 자각으로 때로는
자제력을 갖춰야 하고 때로는 호소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한 해의 출발점에 우리는 서 있다. 어떻게 세운 나라이고 어떻게 일궈낸 강토인가.
정치 지도자, 경제 지도자, 사회 지도자들이 사심을 버리고 신뢰회복의 대열에 나서기를 호
소한다.

특히 이 한 해가 자칫 삐끗하면 우리의 운명은 나락의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절체절명의 위
기의식으로 지도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면 대통령도 직을 내놓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정책신뢰를
살리기 위해 장관직을 걸겠다는 관료가 나와야 한다.

기업입국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는 기업인의 각오가 있어야 나라가 산다. 2001년 새해 아
침, 우리 마음 속에 사라져버린 믿음을 되살려내고 믿음과 법치로 신뢰의 사회를 재구성하
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모두가 다짐하는 한 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