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윤승로
ㆍ작성일	2001-11-24 (토)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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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권리!
[조선일보] 2001-11-19 (독자) 칼럼.논단 06면 45판 1768자
[시론] ‘품위있는 죽음’존중돼야-의사윤리지침 (贊)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5일 창립 93주년을 맞아 ‘의사 윤리지침’을 선포했다.
이 윤리지침은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이 통과됐을 때에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침이다.
의사협회는 왜 이 지침을 제정하여 선포했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의사들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에 생명윤리에 관한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다.
의사는 윤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상황에 자주 맞닥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의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판단은 자칫 도를 지나치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나아가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스스로의 판단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다.
불행하게도 우리 의사 사회는 이제까지 마땅한 윤리지침이 없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의사윤리선언이 있었지만, 그 내용은 매우 포괄적이고 상징적이었다.
그래서 지난 97년에 새로운 ‘의사 윤리선언’과 ‘의사 윤리강령’을 제정한 바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의료계 내부 논의와 윤리학자나 법조인 등과의 공청 과정을 거쳐 윤리지침을 제정·공포하게 된 것이다.
의료계는 이번 윤리지침 선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생명윤리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을 바라고 있다.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들도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윤리지침이나 윤리강령을 마련한다.
그러나 유독 의사 윤리지침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우리 모두에 해당되는 생명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에 너무 등한하였다.
의사나 지식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의사 윤리지침에 담고 있는 ‘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을 마치 ‘안락사(안락사)’인 듯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안락사의 개념이 바뀌고 의료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에 이른바 ‘중환자실 의료’가 눈부시게 발전해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소생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 이미 사망의 과정에 들어선 환자에게도 단순히 생명연장치료를 적용하는 일이 생겼다.
이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을 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족의 합의를 거쳐 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의사가 의료집착적 주장을 하거나, 법의 과다한 제재를 우려한 나머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환자는 끝까지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윤리지침은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과다한 연명치료는 중지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를 ‘소극적 안락사’라고 표현한 것은 과거 생명연장 치료 개념이 없던 시절을 생각한 혼동일 뿐이다.
이미 1980년 교황청은 이 두 가지 개념을 구별하여, 회복 불능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을 용인한 바 있고, 세계의사협회나 미국의 기독교 단체 등도 같은 의미의 선언을 하였다.
물론 이번 지침의 일부가 현행법과 어긋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법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의료계는 20년 전부터 뇌사(뇌사)의 인정을 요구했으나 작년에야 비로소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우리 사회는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인정, 뇌사자의 장기공여로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법 제정 전에 장기이식수술을 한 의사들을 우리 사회는 ‘살인자’로 보지 않았다.
의사 윤리지침은 비록 의사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지만, 이처럼 우리 사회의 화두(화두)인 생명윤리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의사협회는 앞으로도 새로운 생명윤리의 문제가 제기된다면 이를 지침에 적극 반영할 것이다.
[이윤성 서울의대 교수·전 의협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