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7일 (5) / 강원용 목사

상황윤리는 1960년대부터 나온 말입니다. 아가페의 사랑, 하나님의 사랑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이지만, 그러한 사랑을 받아들여서 실행할 때는 내가 살고 있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시대에 따라서 장소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그것이 똑같이 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윤리는 '물은 H2O'라는 수학공식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인간은 다 살아있는 인간이고, 인간은 시간 장소 문화 속에서 달라지는 것이니까,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됩니다. 옛날에는 없던 이야기가 1960년대부터 세계의 기독교 신학자들, 중에서도 윤리학자들 가운데서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일 처음 시작한 사람은 두 사람인데, 하나는 영국 성공회 주교였던 존 로빈슨(John Robinson)이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대표적인 책이 {신에게 솔직히(Honest to God)},인데, 이화여대의 현영학 선생이 번역한 책이 우리나라 말로 나와있습니다. 상당히 문제가 된 책이었는데, 이 사람이 책을 낸 것은 1963년에 냈습니다. 그 책 가운에 제 6 장이 새로운 도덕(New Morality)이란 제목으로 썼습니다. 그 이야기를 요약하면 세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세상에서 사랑 만이 무조건 선하고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다. 그 이외에는 무조건 선하고 무조건 옳다고 말할수 없다는 것이 첫째고, 둘째는 도덕적으로 옳고 선한 것이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개인의 복지를 위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랑의 실현이고 아무 장소에나 어느 때나 똑 같은 것이 아니다는 겁니다. 개인의 사정을 위해서 그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이냐? 충족시켜주어야 할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실현시켜 주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윤리와 사랑이라는 겁니다. 세번째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법, 종교에서의 율법, 우리가 습관적으로 지켜온 관습, 전통, 그런 것들은 사랑의 실현이나 사랑의 반응을 위한 안내적 규범의 기능을 하지만, 그것 자체가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관습을 지키는 것, 법을 지키는 것, 그런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선한 도덕의 기준이 되는 사랑의 안내역을 하는데 불과하지 그 자체가 선이나 악은 아니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그것들이 사랑의 실현을 하는데 적합할 때는 선이 되지만, 오히려 사랑을 실현하는데 방해가 되는 때는 오히려 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성숙한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는 것을 유교적인 관습과 도덕으로 보면, 부모의 허락이 없이 하기때문에 잘못된 것이지만, 부모가 가지고 있는 관습이 그 사람들의 사랑을 위해서 돕는 것이면 선이지만, 방해가 되면 오히려 악이 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우리의 습관이니 율법이니 법이니 이런 것을 무시하고 필요없다고 하는 게 아니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안내역을 하고 도와주는 역을 하는 것이지, 그거 자체가 선이나 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로빈슨이 이 책을 낸 것이 1963년인데, 3년후에 미국의 죠세프 플레처(Joseph Fletcher)라는 사람이 1966년에 상황윤리(Situation Ethics)라는 책을 썼습니다. 3년전 로빈슨 주교가 한 이야기와 크게 다른 것이 없습니다. 이 사람은 다만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게 살아가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 방법은 계율적인 접근방법이다. 기독교인은 이래서는 안된다, 저래서는 안된다, 자식들은 부모 앞에서 이래서는 안된다. 그런 계율을 따라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두번째는 도덕적 계율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그런 것을 깨뜨려버려야 된다. 그런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이 두가지가 아니라고 하며, 세번째 상황적 접근방법을 취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른 상황에서는 선이 되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는 악이 될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악이 되는 것이 다른 상황에서는 선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정해져야 된다. 그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사람은 미국 사람답게 책 속에다가 구체적인 예를 많이 들었습니다. 살인하지 마라는 계율이 있어요. 그런데 살인해야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살인하는 것이 악이 아니라 선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것의 예 중의 하나를 목사이자 신학자인 독일의 본 훼퍼(Dietrich Bonhoeffer)를 들었습니다. 본 훼퍼는 히틀러를 암살하려했다가 발각되어 사형당한 사람입니다. 히틀러 한 사람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빼앗기는 때에, 히틀러를 살인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 거죠. 유명한 본 훼퍼의 이야기에, 술이 잔득 취한 주정뱅이가 자동차를 몰고 가면서 이 사람도 치고 저 사람도 치고 하면서 달아나는데, 그런 운전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차에 뛰어 올라가서 끌어내리는 거다. 그것 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않느냐? 라는 이야기입니다.

낙태를 하는 것은 살인하는 것이라고 규정되던 때에 나온 이야기입니다만, 어떤 정신병자가 정신병원에서 어느 정신병자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아기를 가졌는데, 그런 아기를 과연 낳아야 되느냐? 낙태를 시키는 것은 어린 생명을 죽이는 것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옳은 일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이 기가 막힌 예를 여러개 들었는데, 가령 스코트랜드의 이야기를 봅시다. 인디안들이 백인을 보면 다 죽이곤했는데, 인디안들을 피해서 사람들이 길을 가고 있는 도중, 어떤 여자가 병이 들어서 우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었어요. 이 아기는 자기 아이인데, 이 아기가 왕 하고 울게 되면 그 인디안들이 사람있는 것 알고 이 사람들을 다 죽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기가 막히지만 자기 병든 아이를 이 여자는 죽였습니다. 다른 사람 살리기 위해서. 그것이 어머니로서 할일이 아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아기를 죽인 것을 악이라고 잘못했다고 말할 수 가 없다는 겁니다.

'간음하지 마라'도 다 지켜야 하는 도덕인데, 간음을 하는 것이 선인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하나 예로 든 것이, 제 2차 세계대전 때 소련군에게 잡혀간 포로였던 버그마이어(Bergmeier)라는 독일여자가 있었어요. 어린 아이와 남편을 가진 여자였는데, 이 사람이 포로수용소에 갇혔어요. 그 여자는 우연히 포로수용소 안에서도 자기 남편과 아이들이 건재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여자는 무슨 방법으로던지 여기를 빠져나와 남편의 곁으로 돌아가야겠는데, 이 수용소에서 석방되어나가는 방법이 하나 밖에 없어요. 아기를 임신한 경우에는 석방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포로수용소의 간수하고 간통을 해서 이 여자는 임신을 하게되고 석방이 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남편은 그 버그마이어를 반갑게 맞이했고, 옥중의 아기 또한 버그마이어의 아이들이 귀여워해주고, 그 남편 또한 이 어린아이를 안고 세례까지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버그마이어 여사의 행위를 간음을 행했으니까 악이라고 해야하느냐?

이런 예를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데로, 거짓말 하지 말아라, 거짓말 해서는 안된다, 의사들이 거짓말 많이 하지 않슴니까? 환자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서는 안되죠. 그리고 조국을 위해서 싸우던 군인이 포로가 되어갔을 때, 국가의 기밀을 말하라고 상대편에서 고문을 할 때,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 동족과 나라를 망치는 일인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거짓말을 한다면 잘못이겠습니까? 풀레처라는 사람은, 우리가 다 악이다하는 것도 그 상황에 따라서 선이 될 수도 있고, 선이다라고 하는 것이 상황에 따라서 악이 될 수 있다, 상황이 문제를 결정하는 거다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많은 예를 든 이 책은 많이 팔렸고,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몇해 동안 토론도 많았구요. 여기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미국대사로 온 제임스 레이니(James Laney)라는 사람입니다. 그사람은 원래 예일 대학에서 기독교 윤리를 공부한 사람입니다. 제가 기독학생운동 위원장을 할 적에, 거기서 연구간사로 있던 사람입니다. 신학공부를 많이 한 사람입니다. {윤리에서의 규범과 상황 : 하나의 재고}라는 책을 1969년도에 냈습니다. 풀레처의 책이 나온지 3년후에 나온 책입니다. 여기서 이 사람이 제일 강조한 것은, 풀레처가 개인의 특수상황을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만, 선이냐 악이냐, 내가 이것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것을 왜 자기 자신의 개인 상황에만 놓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혼자 사는게 아니고 공동체 속에 살고 있지 않느냐? 내 개인의 상황에서는 그러는 것이 선이 될지 모르지만, 나와 같이 사는 공동체에도 선이 되느냐? 그것은 다르지 않느냐? 결국은 사회도덕의 이야기죠. 공동체 사회의 도덕적 행위의 요구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히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한 공동체 속에 내가 구성원이 되어서 유대관계를 가지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것인데, 내가 하는 행위가 공동체에 대해서도 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냐? 우리가 공동체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는 한, 공동체의 원리와 규범을 무시할 수 있느냐? 상황은 간단하게 규정해낼 수 없다, 상황을 단순화 시킬 수 있느냐? 레이니의 이런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고 타당성이 있지만은, 공동체를 강조하는데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유교도덕(三綱五倫)은 공동체나 가족 인척간에 지키는 도덕입니다. 진정 하나의 인간이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그런 도덕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참된 인간이 될 수 없는 그런 경우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가 공동체 속에 살고 있지만은, 공동체 자체가 굳어져 잘못되고 있을 때, 공동체의 도덕을 깨뜨려버리지 않고 윤리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거냐는 겁니다. 신약성경을 봅시다, 예수님이 유대인 공동체에 맞추어서 살았습니까? 안식일의 문제, 간통한 여인을 놓아 준 사건이라던지, 모든 것이 당시 유대인 공동체에 매여서 산 일이 없습니다. 공동체를 너무 강조한 것은 새로운 도덕주의나 율법주의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레이니의 말은 한편으로 옳은 말입니다.

이런 이론이 미국에서 전개될 무렵에 폴 레만(Paul Lehman)이란 유니온 신학교 교수는, 풀레쳐가 사용한 상황이라는 situation라는 말을 context라는 말로 바꾸어 놓습니다. situation과 context를 구별합니다. 우리나라 말로 situation을 상황이라고 번역하고, context를 정황이라고 번역해야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의 요지가 레이니가 어느 정도 같은 것은, 크리스챤이 살아가는 생활윤리는 사랑의 윤리로 생각하고, 교회를 단위로 생각합니다. 교회라는 공동체는 하나의 코이노니아이다. 서로의 친교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바로 교회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공동체로서 살아나가는거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판단해야하는 문제의 요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무엇이 옳았느냐? 모세가 말하기를 무엇이 옳았느냐? 라는 식의 율법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 그리고 내 상황에서 어느 것이 옳으냐 그러냐? 라는 식도 아니고, 내가 크리스챤이 되었다는 것은 교회라는 코이노니아 속에서 살고 있고, 이 코이노니아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공동체인데, 그렇다면 이 공동체는 무엇을 하는 공동체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판단해야할 것은 내가 이런 저런 상황에서 무엇을 판단하기 이전에 이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무엇을 하고 계시냐? 라는 질문이 가장 기본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context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 속에서 하시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직접적인 상황에 의해서 하나님의 역사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내가 서 있는 그런 situation의 좁은 테두리가 아니고, 훨씬 넓은 context 속에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봐야한다는 겁니다. 전체상황 속에서 봐야한다는 겁니다. 플레쳐나 로빈손이 말하는 것은 상황을 너무 협소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훨씬 넓어진 정황 속에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본다면, 하나님은 오늘 정치활동(political action)을 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과 화해하는 일 또한 정치에 포함 시키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정치는 사랑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속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답게 살게 한다는 겁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참여한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 한다는 일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화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 분이 죽 앞질러 나가서 이런 멋진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상황 혹은 context는 굉장히 복잡한 상황입니다. 간단하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이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단순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결정할 때, 이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지 아닌지를 알아야하고, 그러기에 하나님에게 물어봐야하는데, 하나님과 직접 통하는 Hot Line 전화가 없습니다. 목사님 가운데는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과 직접 통화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신앙이 없는지 쉽지가 않습니다.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말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겠다는 옳은 말인데,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쉽게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것이라고 단순하게 우리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폴 레만은 사람이 사람답게 하는 일이 바로 하나님이 하시는 정치다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에베소서 4장 13절을 가지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일과 그를 아는 일에 일치하게 되어 성숙한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충만하신 분량의 경지에 이르려 하는 것입니다.'라는 이 성경말씀을 가지고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기에 개인이 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내가 유리한데로 이끌어당겨서 이루어지는 이해관계의 주관적인 판단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기 도피를 하고 자기 정당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말하자면, 본 훼퍼가 히틀러를 죽일려고 했다는 결정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악용한지를 아십니까? 본 훼퍼도 히틀러를 죽일려고 했는데 우리가 죽일려는게 뭐가 잘못이냐? 이래가지고 자기편리하도록 써먹은 것이 또한 사실입니다. 폴 레만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정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성숙한 인간으로 살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된 하나님이 하시는 context 정황에서 판단해야한다고 주장했고, 항상 코이노니아라는 말을 기독교적 context라는 말에다가 결부시켜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1960년대이후의 세상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크리스챤은 이래야 한다라는 식의 간단한 윤리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그런 상황 속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어렵게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우리가 이런 분들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많이 배워야하지만, 이분들의 대답을 간단히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카톨릭에서 말하는 윤리하고 종교개혁자들이 말한 윤리가 어떻게 달랐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느나 시간관계상 빼놓았어요. 결국 루터는 카톨릭을 하나의 율법주의로 쳐버리고 양심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결국에 재판받을 때도 '당신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나를 설득을 시키고 내 양심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한, 나는 결코 내 주장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양심이라는 말을 썼는데, 그 이후에 어느 것이 양심적이고 양심적이지 않은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을 죽인 한 살인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잡혀서 하는 말을 라디오를 통해서 들었는데, 나는 내 양심에 따라 죽였다고 이야기를 해요. 양심에 따라서 사람을 죽인거예요. 양심이 무엇이냐라는 문제가 혼란했기 때문에, 개신교에서는 양심의 지침서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신도들이 알아볼 수 있게 이런 것은 양심적이고 저런 것은 양심적이 않다고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카톨릭의 고해성사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요.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우리가 살아가데 있더 윤리가 간단치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간단치 않다고 해서 되는 데로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구요. 풀레쳐가 이야기한 버그마이어 여사 이야기를 읽고, 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여자는 형무소 간수와 간통을 하고 아기를 낳아 안고 집에 돌아오는데, 그 남편도 반갑게 안아주고 자식들도 반갑게 어머니와 아기를 맞아주고, 남편이 교회에 안고 가서 세례도 주고 하는데, 만일에 그 남편이 정조가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적인 남자였다면 이런 말을 했을 겁니다. '차라리 당신이 거기서 죽어버렸으면 내가 그래도 아름다운 당신 모습이라도 기억하고 살아겠다, 뭐 때문에 살아왔느냐? 꺼져라.' 그럴 수 있지 않습니까? 교회에서도 간통한 자의 자식은 세례를 안 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앞에 버그마이어 여사가 있다면 난 잘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러나 모든 여성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 우리라고 하는 인간은, 내가 가장 옳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어디 내놓아도 떳떳하다고하는 그 결정 자체도 내 어떤 이기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에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원죄죠. 그러한 점에서 내 판단은 절대로 옳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딴 이야기입니다만, 제2차 대전이후에 칼바르트하고 라인홀드 니버하고 브루너하고 논쟁을 했습니다. 그때 니버가 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내리는 결정(decision)은 절대로 the decision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은 a guilty decision 이다. 여러 개의 결정 가운데서 하나를 하는데, 그것도 죄책을 동반한 결정이다. 절대로 깨끗한 결정은 없다. 인간의 모든 결정은 죄책을 동반한 결정 a guilty decision 이다. 이것은 선이고 이것은 악이고, 그래서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할 수 있는 굉장히 드물다. 이래도 악이고 저래도 악인때에 악이니까 다버려야하느냐? 그러다가는 결과적으로 더 큰 악에 협조하게 되고 만다. 가령, 전쟁이 일어났다. 침략자가 군대를 몰고 들어온다. 총칼을 들고 마주서서 싸우는 것, 죽이니까 그게 죄다. 죽이는 자체를 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마주서서 싸우는 악과, 싸우지 않으면 침략자들이 마음대로 벌이는 침략행위의 악과, 어느 악이 더 큰 악이냐? 우리는 많은 악 가운데서 무엇이 적은 악이냐? 이런 판단을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의 경우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이것도 선이고 저것도 선일 경우에도, 선 가운데서 보다 작은 선을 버리고 보다 큰 선을 택해야 합니다. 상대적이다 그겁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판단력이 그렇게 완벽하지 못하고, 우리 마음 밑바닥에 나를 희생시키더라도 남을 위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자기 중심적인 욕심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존재입니다. 이런 것을 하나의 기초적인 전제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해야 합니다. 거기에다가 보편적인 것을 끼울 수가 없는 겁니다. 풀레쳐가 예를 든 것이 다 그런 겁니다.

이렇게 상당히 논쟁을 하다가 70년대 들어오면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신학계에 굉장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 한 것은 전부 서구적인 배경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제가 이야기한 칼바르트니 니버니 폴레만이니 풀레쳐니 로빈손이니 다 서구적인 문화 속에서 서구적인 사고계통 속에서 새롭게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잘 아는데로 6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특히 6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사고가 깨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기독교에서 보게 되면 1961년 뉴델리에서 모인 WCC총회가, 그때 제가 총대로 참석한 사람입니다만은, 역사적으로 보면 굉장히 큰 변화죠. 그때까지 기독교는 교회를 갈라놓기를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와 선교를 받는 교회(피선교교회), 이렇게 두 갈래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older church, younger church, 보다 전통이 오랜 교회와 보다 젊은 교회, 이런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 모이기만 하면 공산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의 틀거리 속에서 토른을 했습니다. 막시즘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사실 다 서구사회에서 나온 것이거던요. 그런 전체 틀거리가 1961년 뉴델리대회에서부터 깨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에 처음 나온 용어가, 젊은 교회와 피선교교회라고 지칭하던 말이 area of rapid socical change, 급격한 사회변화가 일어나는 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급격한 사회변화가 일어나는 지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남미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이 지역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고, 거기에다가 모든 촛점을 맞추었어요.

이렇게 되면서 제 3세계라고 불리어지는 지역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따라서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 불교라던지 마호메트교라던지, 또 서구문화와는 아주 다른 토착문화, 이런데 대한 새로운 관심이 강하게 나오면서, 교회 안에서 제3세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모든 관심이 변화되는 지역의 문화와 사회변동에 쏠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신학이나 윤리하는 사람들도, 카톨릭이나 개신교 할 것 없이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지금 저는 기독교인의 윤리적인 사고가 어떻게 역사적 상황에서 바뀌어져오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톨릭 가운데에서도 레이몬드, 바니카, 칼타-나, 한스 퀸 같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카톨릭의 사고를 바꾸어놓으면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개신교 계통으로서는 소위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process이다라고 파악하는 과정신학자(Process Theologin)로서 존 캅 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서양 계통의 마지막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서 지금까지 내려오던 이야기가 바뀌어지게 됩니다. 존 캅의 제자는 우리 교회에 많습니다. 김경재 목사도 제자이고, 김남석 목사도 이 사람 제자고, 정현경 교수도 이사람 제자입니다. 이 사람은 1925년에 태어났으니까, 아직 70이 채 안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쓴 책의 이름 자체가 아주 다릅니다. {다원화시대 안에서의 그리스도 (Christ in A Pluralistic Age)}. 다원화되어버린 세계에서의 그리스도는 누구냐? 그런 문제로 관점을 돌립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이 책에서 문제로 터뜨리고 나왔던 것은, 지금까지 서구문화의 테두리 속에서 그리스도를 이야기하고 기독교를 이야기하는 것을 개뜨려버리고, 불교와 힌두교의 문화권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구문화 틀거리에서 세상을 전부 보았던 좁디좁은 관점에서, 인류에 위대한 영향을 남긴 모든 다른 문화와 종교에 대해서 관심을 쏟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제가지 서구는 높다란 망대 위에서 다른 문화와 종교를 야만 비슷한 것들이라고 생각했고, 종교적으로 볼때는, 다른 종교를 다 이교도와 우상숭배로 봐왔던 겁니다. 그 태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 사람은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만, 기독교만, 하면서 그이외의 것은 다 부정적으로 봐 버리는 폐쇄주의적이고 배타주의적인 태도를, 이 사람은 그리스도라는 이름을 가진 반그리스도라고 말하면서, 벽을 깨뜨려버리고 나오게 됩니다.

특히 요한복음 1장 14절에서 우주만물을 창조한 로고스 말씀이 살과 피를 가지고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온 예수 그리스도, 성육신한 로고스로서의 그리스도를 創造的 變容의 힘이라고 이 사람은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 위에서 얼굴이 환하게 바뀌어진 變容, 로고스라고 하는 것 자체가 천지만물을 창조한 창조적인 에너지로서, 이 에너지가 지금도 우리 가운데 와서 모든 것을 변용을 시켜가는 것으로 보면서,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계를 변용해버리는 대행자이기 때문에, 이 분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절대화, 고정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구약시대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통을 고정화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창조적인 변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 자신 중심에서부터 타자 중심 즉 내가 사랑하는 이웃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겁니다. 제가 시간이 있으면 이웃이 뭐냐?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만, 존 캅은 은 불교나 힌두교도 이웃으로 보는 겁니다. 원수가 아닌 이웃을 향해서 마음을 열어놓는 때, 우리가 가졌던 전통이 창조적 변용의 기회로 바뀝니다. 닫아놓으면 파괴적으로 되고맙니다.

이런 총체적 변용을 믿는 사람들의 관점은 모든 것을 부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람도 영혼과 육체나 개인 따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全인간 whollistic하게 보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범위를 넘어서 다른 모든 것을 포용하고 끌어안아서 변화를 일으키는 속에서 찾아야한다고 이야기를 함으로 이 사람은 동양종교에 대해서 굉장한 관심을 가집니다. 가령 우리 중국의 도교에서 음양이치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이 사람은 음은 우주의 에너지를 말하는 것으로 성서의 로고스 이미지로 보고, 양은 하나님 나라의 이미지로 봅니다. 그래서 내재화의 가능성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서구계통을 내려오던 신학자들이, 서구라는 테두리를 훨씬 넘어서 다른 세계를 그리스도의 이름 가운데서 보기 시작한 것이 역사의 큰 변동이었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는 서구사회의 식민지이고, 거기서는 애니미즘과 원시적인 종교 밖에 없다던 태도에서 문이 열린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때, 아시아라던지 아프리카라던지 남미에 있던 제3세계신학자들은 서양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그냥 앉아만 듣다가 아멘아멘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나 남미에서도 자신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60년대말부터 70년대에 강하게 나왔다. 다음 주일에는 그 중의 몇 가지의 예를 들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정보화시대의 첨단기술의 문제, 지구환경문제 등을 이야기 하려고 할때, 기독교의 배경을 제대로 모르게 되면, 이런 문제가 왜 기독교문제가 되는지 모를 수 있기때문에, 이러한 배경을 하나 하나 이야기해 나가는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