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 누구인가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는 수학과 논리학, 과학철학, 형이상학, 종교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다. 영국의 미술사가 허버트 리드가 그에게 붙여준 '20세기의 데카르 트'라는 호칭에서 볼 수 있듯 화이트헤드는 서양 근대 3백년을 뒷받침해 온 데카르트에 이어 1차대전 이후 위기 에 처한 서구문명에 대해 포괄적인 형이상학체계로서의 '유기체철학'이란 새로운 철학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 이다. 그의 형이상학은 20세기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근거해 자연과 인간사회를 포괄적이고 통일적으로 이해하는 가설적 구도를 제시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영국 켄트주의 전원도시 램즈케이트에서 태어난 화이트헤 드는 영국 성공회의 고위 성직자이자 사립학교 교장이 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종교적이고 교육적인 분위기가 충만한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로부터 10세 때 라틴어를, 12세 때 그리스어를 배우는 등 고전 중심의 가정교육을 받은 그는 14세 때 셔본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라틴어와 그리스어 중심의 철저한 고전 교육을 받는 한편 수학을 배우고 시집과 역사책들을 탐독했다. 화이트 헤드의 책에 보이는 과학과 인문학의 균형은 이러한 성장기의 교육이 밑바탕이 됐다.

1880년 19세 때 명문 케임브리지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한 것을 계기로 1910년까지 이어진 30년 동안의 케임브리지시대 동안 화이트헤드는 수학자와 기호논리학자로서 대성했다. 특히 1885년 트리니티 칼리지의 펠로자 격을 얻어 수학강의를 담당하면서 만난 그의 수제자인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수학의 전분야를 기호논리학으로 체 계화시키려 했던 작업인 '수학원리' 전3권(1910∼13)을 공동 저술하면서 확고한 명성을 얻게 됐다. 그러나 끝내 실증주의자로 남아 있었던 러셀에 비해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수리논리학적 방법을 과학철학과 형이상학에까지 확 대시키려고 노력하면서 러셀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수학원리' 제1권이 출간된 1910년, 30년 동안의 케임브리지대학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런던대학으로 옮긴 화 이트헤드는 몇년간의 강사생활을 거쳐 1914년 런던대학 임페리얼 칼리지의 응용수학 정교수가 됐다. 1924년 하버 드대학의 철학교수로 초빙돼 미국으로 건너갈 때까지 14년간의 런던시대 동안 '자연의 개념'(1920)등 이른바 과 학철학 3부작을 발표한 그는 남들이 은퇴하는 나이인 63세에 철학자로 변신해 '과정과 실재' 등 형이상학 3부작 을 발표하는 학문적 성취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