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의료 윤리에 관한 성서적 신학적 고찰

<머릿말>

오늘 우주와 역사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파괴의 현실과 멸망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1) 제 3세계를 중심으로 모든 가난한 사람들은 빈곤과 기아 그리고이에 부수된 사회적 불의와 장치적 억압, 군사적 파괴, 그리고 문화적 황폐로 인하여 그들의 생명이 파괴되고 삶이 이즈러지고 있다. 2) 산업선진국을 중심으로 인류는 산업화 과정에서 생명의 환경을 파괴하여 인류생명의 파멸이라는 엄청난 현실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3) 나아가서 인류는 스스로의 잔존이라는 이름으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악랄한 사회 부조리를 안전질서로 구축할 뿐만 아니라 가공할 만한 핵전쟁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를 궁극적으로 파멸시키고 우주를 파괴할 잠재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폭력질서와 갈등구조는 인간이 생명과 삶을 불의와 억압과 죽음의 쇠사슬에 매어 놓고 신음하게 하고 있다. 이런 인간의 불의구조, 환경파괴 그리고 핵전쟁 능력은 인간 생명뿐아니라 우주의 생명을 파멸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러한 파멸의 요인들은 서로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고 나타나고 있으며, 따라서 인류는 이러한 생명에 대한 총체적 위협에 대하여 공동연대적인 인식 그리고 비전과 전략

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불의한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오는 빈곤과 기아 그리고 질병은 고도로 발달된 서구중심의 산업체제와 관련되어 있고, 서구 산업체제는 동시에 생명환경의 본산지이며 나아가서 핵전쟁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류의 위기에 대한 분석도 상호 연관성과 유기성을 명확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생명 파괴요인들의 제 일차적인 희생자인 민중의 현실속에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이해를 가져 올 수 있으며 동시에 성서적 신학적 이해에서도 이러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이 가능하리라고 판단된다.

근대자본주의 산업발전 과정은

1)무한한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였다. 이 결과는 우선 세계 경제의 주조적인 불균형을 형성하여 국제적으로는 부국과 확대 빈국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국가안에서는 빈자와 부자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이런 산업화 과정은 제삼세계의 민중을 비롯한 노동자, 농민, 소비자, 빈민들의 희생을 강압하였다. 그리고 무한정의 성장은 자연자원의 고갈이라는 현실을 가져왔으며 나아가서는 인간생명과 유기적인 관게에 있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한편 서구를 중심으로한 세계자본의 전개과정에서 일어났다.

2)이 산업화 과정에서 세계자본은 과학과 기술을 무한대로 발전시켰다.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은 현대 산업화 과정을 성격지어 인간 공동체의 생명과 삶보다는 경제성장을 위한 효율성을 제고 하는데 개발 사용되었으며 소수자의 이윤 극대화 과정에 사용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사회를 극도로 비 인간화하는 과정에 이르고 있다. 또한 편대과학 기술은 군사경쟁에 도입되어 오늘의 전쟁을 핵전쟁, 교도의 전자 기술전쟁등 인류와 생태계 생명을 전면적으로 위협하는 "초현대전쟁"의 현실을 가져왔다. 더 나아가서 현대과학 기술은 인간의 문화생활을 서방 경제,정치권력이 장악할 수 있는 첩경을 가져다 주었으며 이것은 오늘 불의하고 불공정한 국제 정보교신(交信)질서를 가져다 주었으며 인간의 의식까지 장악하려고 하고 있으며 정보의 산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과학 기술의 과정에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관계"를 과학 기술적 사고로 규정한 서구 근대 계몽주의 사상이 뿌리를 이루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가꾸는 관계"에로의 전환이 과학 기술 사고의 근본에 요청된다.

3)근대 산업화 과정은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정치적 대결을, 나아가서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은 물론 인류생태계를 궁극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제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야기 시키고 있다. 이런 파괴의 가능성은 세계대전에서만 예상되는 것이 아니고 국지전에서도 그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금번 "걸프전쟁"의 양상이다. 이제는 인류는 이런 생명 파괴의 전쟁을 허용할 수 없다.

4)근대산업화 과정의 문제는 인간과 자연, 인간의 생명과 생태계의 생명을 근원적으로 대립, 지배, 파괴의 한계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오염과 공해라는 현상적 문제가 아니다. 이 점에서는 자본주의 산업발전 과정과 사회주의 산업발전 과정에 차이가 없다. 양체제의 산업발전과정은 모두 자연과 생태계의 파괴를 야기 시키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의 생명을 근원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 정치,과학기술 문화가 인간과 자연을 객체화하여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모든 "생명의 공동체"적 실재를 해치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위와 같은 생명파괴의 세계사적 전개 과정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사회이론들, 운동이론들을 가지고는 부분적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또 전재의 문제도 손 쉽게 그 현실과 극복 방법이 포괄되지 않는다. 정의의 문제, 평화의 문제, 생명계의 문제(창조질서의 보존문제)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이해되여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이론적 작업이 필요하다.

총체적 상호연관적 이론의 틀은 생명의 희생자(민중과 생태계의 생명)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생명파괴(민중과 생태계)"현실을 서술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총체적, 상호연관적 생명운동의 이론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생명운동의 신하적 기반이 성서적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모든 생명과 우주의 창조자이시라는 신앙고백은 총체적이고 온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의 기본적 신앙고백>

우주안에 있는 생명과 인간의 삶 그리고 인간의 공동체는 하나님의 창조행위에서

"흑암과 혼돈"이라는 파괴와 주검의 세력을 극복하여 이루어진 샬롬(SHALOM)의 질서이다. 여기서 "흑암과 혼돈"은 바벨론 제국과 같은 잔인하고 전제적인 폭력적 세력에 대한 하나님의 백성 즉 민중의 경험을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총체적인 생명과 삶의 창조 샬롬의 질서는 생명과 삶을 가꾸는 에덴의 정원 즉 생명의 정원으로 표현되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생기를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하시니라....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두시고"

흑암과 혼돈의 세력 즉 주검의 폭력을 극복하고 생명의 질서를 창조하신 하나님의능력을 고백하는 것이 기독교신앙의 근본이다.

그러나 파괴와 주검의 세력은 우주와 인간역사안에서 인간을 주검의 쇠사슬로 매이게 하고 인간을 삶을 고난의 골짜기로 몰아 넣으며 우주를 파괴하는 현실로 재현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성서는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피조물만이 아니라...우리의 몸이 해방될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 하나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것입니다.(롬 8:21-23)"라고 증언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주와 역사안에 있는 모든 생명과 인간의 총체적인 삶을 멸망으로부터 구원하시고 해방시키시는 결정적 사건을 이루셨다고 우리는 성서적 증언을 토대로 하여 고백하는 것이다. 그의 겸허한 수육으로 인간의 모든 조건을 입으시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삶과 고매한 하나님의 義에 대한 가르침과 행동, 그리고 고난의 십자가를 지심으로 인간의 고난에 동참하시고 결국 죽음의 세력을 이기신 부활의 사건을 이룩하심으로 우주의 생명과 인간의 삶을 멸망에서 해방시키셨다는 것이 우리의 고백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의 구주이시다. 이리하여 우주와 인간의 역사는 근본적으로 변혁되어 주검의 정글이 아니고 생명의 정원이 된다고 우리는 믿는다.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靈인 성령은 하나님의 백성에 생명의 활력을 불어넣어 온전한 생명과 영원한 가치가 있는 삶의 운동을 우주와 역사속에 이룩하고 있다. 이것은 풍요한 생명과 충만한 삶인 살롬(SHALOM)의 동산으로서의 역사의 우주를 이룩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영 즉 성령은 창조의 원동력이며, 예언자들의 불의한 폭력에 대한 저항정신의 근본이며, 생명과 평화의 도시에 대한 성감이며 비전이시라고 우리는 고백한다.

생명의 창조주 하나님, 죽음의 세력을 이기신 부활의 주예수 그리고 생명력의 원천이 되시는 성령의 공동적 실체는 인간과 우주의 생명과 삶을 궁극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신앙의 가장 원천적인 신앙고백이다.

<건강의 성서적개념--생명과 삶의 온전함>

건강은 성서적으로 살롬(SHALOM)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말이다. 건강은 개인의 육체적 건전함은 물론 공동체의 사회적 복지(WELLBEING)를 포함하고 있다. 나아가서 정신적, 문화적 풍요를 포함하여 생명과 삶의 온전함을 건강이라고 한다. 이러한 총체적 건강은 생명의 환경인 자연과의 활력적 조화와 균형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치유는 단순히 질병의 육체적 요인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하지 못한 사람의 생명과 삶을 온전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는 질병을 치유하신 후에 환자가 반드시 공동체에 복귀되어 사회적 위치에 정착하는데 깊은 관심을 가졌다.

온전한 생명과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사회경제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올바른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정의는 인간의 건강조건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가난, 억압, 소외, 차별등은 인간의 삶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히 해치는 것이다. 병든자와 가난한자, 그리고 죄인(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종교적으로 천시되는 사람들)은 같은 민중의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민중의 영육간에 온전하게 되는 것이 생명과 삶이 온전하게 되는 것이고 건강한 삶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생명의 건강과 온전한 삶을 해치는 세력>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질병을 단순히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드문 사고방식이다. 인체와 생명을 해치는 원인으로는 인위적인 전쟁, 살인, 상해등 직접적인 요인들이 있고 질병, 공해, 환경오염, 빈곤, 기아등 사회적 간접적으로 해치는 요인들이 있다.

성서는 바빌론제국이나 로마제국같은 세력을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흑암과 혼돈의 세력 또는 사탄의 세력으로 보았다. 이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폭력의 조직적, 구조적 총체적 인식인 것이다. 제국의 정치세력은 사회불의구조, 정치적 폭력 그리고 전쟁적 파괴력을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보유한 죽음의 세력이다. 창조의 하나님은 이처럼 생명을 앗아간 바벨론과 같은 "흑암과 혼돈"을 극복하는 행동으로 생명을 창조하셨다. 예수님의 재림은 로마제국의 폭력과 같은 죽음의 세력을 영원히 하나님의 통치밖으로 축출하는 사건이다. 그리하여 이것은 다시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지키시는 생명을 위협하지 못하게하는 종말론적 사건을 의미한다.

하나님을 반역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정의 즉 가난한자, 약한자, 노약자, 병약자, 상처받은자, 신체장애자등을 해칠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정의 즉 그들을 보호하는 일을 실천하지 않는 일을 말한다.

오늘의 제국이나 국가체제는 생존이라는 가치를 지상의 가치로 내세우면서도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갈등과 모순을 구조화하여 인류멸망의 무기체제와 군사질서를 만들어냈고 억압을 더욱 심화하는 갈등정치질서, 착취와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하는 사회경제체제를 구축하였으며,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를 형성하면서 자연을 정복하고 생명환경을 파괴하는 과학기술 체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질서와 체제가 생명을 파괴하는 한 그것은 하나님을 반역하는 세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죽임의 정치경제체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언자들은 왕권들과 제국들의 세력을 이런 시각에서 비판하고 평가하였다. 정의란 샬롬(SHALOM) 즉 생명을 풍성하게하고 삶을 열매맺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파괴와 상처는 그러므로 하나님의 생명창조의 역사를 대적하는 행위이다. 생명의 유지, 생명의 온전함, 생명의 충만함, 아니 생명자체가 하나님의 통치로부터 온다. 이것이 하나님의 살림(살린다)살이(산다)다. 이것을 하나님의 집(OIKONOMIA)이라고도 칭한다. 하나님의 집은 생명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현대말로 하면 생명의 정치경제(POLITICAL ECONOMY)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파괴하는 세력이 곧 생명을 파괴하는 세력이다.

<생명을 소생케하시고 치유하시는 하나님>

예언자들은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 즉 침공되고 포로되고 노예되며 억압되어 있는 이스라엘민족을 치유하시는 하나님으로 믿었다(시편 147:3). 예언자 예레미아는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 침략에 의하여 심한상처를 입고 죽어갈때에 "길르앗에 약이 떨어질 리 없고 의사가 없을 리 없는데 어찌하여 내딸, 이백성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합니까?(예레미아 8:22)"라고 恨어린 탄식을 한다. 이는 하나님은 치유하는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치유는 그의 백성의 상처에 동참하면서 하시는 치유이지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행위가 아니시다. 상처받은자의 처지에 처하셔서 그 고통을 느끼면서 이루시는 치유이시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주었구나(이사야 53:5)"라고 하나님의 치유의 사랑에 대하여 예언자는 증언한다.

예수님의 치유행동은 하나님의 통치의 나라를 실천하는 예시이다. 예수님은 "소경이 보게 되고, 절름발이가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하여지고,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누가복음 7:22)"라고 자기의 정체를 알렸다. 이것이 하늘나라 즉 하나님의 정의의 사랑의 통치의 구체적 내용이다.

예수님은 자기를 고난의 종(이사야 55:)과 일치시키시면서 인간의 고난에 동참하시면서 모든 죽임의 세력을 이기고 생명 아니 영원한 생명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서 영원한 생명이란 죽임의 세력이 범할 수 없는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지키시는 생명을 의미한다. 즉 온전한 생명과 완전한 삶을 의미한다. 이것이 생명의 부활이라는 소망이다.

요한은 그의 메시아 왕국이 비젼에서 제국이라는 사탄에게 상처입은 생명의 치유와 온전한 샬롬을 증언하고 있다. "강 양쪽에는 열두가지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열매를 맺고 그 나무잎은 만국백성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이제 하나님의 집은 민족들이 사는 곳에 있다. 하나님은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요한 계시록 22:2)....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요한계시록21:3,4)"라고 증언되어 있다. 이것은 하나님은 생명을 온전히 保全하시기 위하여 치유하시고 죽음의 세력을 극복하신다는 신앙이다.

하나님은 스스로 생명운동을 하고 계시며 죽임의 악한 세력과 대결하고 계시다. 하나님은 생명문화를 창조하시고 죽음의 문화와 겨루신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생명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며 특히 상처입은 사람들, 가난하여 기아선상에서 헤매이는 사람들, 또 그들과 연대하여 죽음의 세력과 싸우고 상처를 치유하여 생명을 지키고 온전케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의료인이다. 인간은 누구나 할 것없이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보전하려고 싸우고 있다.

<민중은 생명운동의 원동력이다>

예수님의 주변에는 병든자들 특히 가난을 질머지고 사는 병든자들이 늘 군중처럼 몰려와 있었다. 그들이 이처럼 모여든 것은 그들의 생명을 잔존케하고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어 온전한 몸과 삶을 보전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예수는 생명운동의 주역이라는 확신 즉 신앙때문이다. 혈루증에 시달리는 여인은 남자접촉을 금하는 터부를 깨고 예수를 만졌다. 그녀의 생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것이었다. 예수에 대한 신앙은 병자의 것이었다. 그것은 곧 생명에 대한 신앙이었고 하나님은 생명운동의 근원이라는 신앙이었다.

모든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극복하려고 싸운다. 죽음의 세력과 싸우는 것이다. 아니 상처내고 죽이는 세력과 싸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든 민중은 일차적으로 그들 스스로가 치유자들이다. 예수님도 "네 신앙이 너를 났게하였다"고 하시면서 병자의 생명에 대한 강력한 신앙 즉 하나님이 생명의 주인이시라는 신앙이 관건이라고 하셨다. 이것은 민중이 그들의 병과 상처치유의 주체라는 것이다. 모든 약이나 의료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이다. 민중은 창조주 하나님과 부활의 주님과 치유의 영에 대한 강력한 신앙심에서 그들 생명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민중은 가난하고 따라서 상처당하고 병든사람들이기 때문에 생명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생명과 삶을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다. 민중은 모든 죽이는 세력의 희생자들이다. 이 희생자들이 죽이는 세력들의 정체를 노출시키고 결국에는 이 세력에 저항하여 승리할 것을 믿는다. 민중의 생명에 대한 철저한 신앙과 생명을 위한 싸움이 생명을 지탱하여 나가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인류를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축복하신 것은 바로 이 민중의 생명력과 그 생명운동을 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는 생명, 영원한 생명의 주시요, 하나님은 생명의 창조자 섭리자이시며, 성령은 바로 생명력 그 자체라는 신앙을 의미한다. 빈곤과 질병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생명의 위협을 가장 첨예하게 받는 민중에게는 이 신앙이 위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은 생명의 창조주시라는 고백은 인간과 모든 생물의 생명은 결코 파멸되거나, 이즈러지거나, 나약하거나, 불완전할 수 없다는 신앙 고백이다. 아무리 강력한 죽임의 세력에 얽매인 민중의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시었으므로 절대로 파멸되거나 왜곡될 수 없다는 신앙고백인 것이다. 이런 신앙고백속에서 민중의 생명력이 궁극적으로 긍정되고 우리는 이 생명력의 온전한 완성을 위한 그들의 삶과 투쟁을 긍정하는 것이며 이에 참여하는 것이다.

<생명운동을 위한 기독교 신앙의 좌표>

1. 기독교 생명관은 영혼과 육체를 구분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은 혼이 있게 마련되었고, 육체없이 그 활력을 가지지 못한다. 영육이 일체될 때 생명은 성립된다. 희랍철학에서는 육체는 영원하지 않으나 기독교는 육체적 몸의 부활을 믿는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모든 생명을 하나님이 창조하신 영원한 가치와 존엄성을 가진 것으로 믿는다.

2. 기독교의 생명관은 공동체적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은 공동체적 조건없이 개인적으로 또는 자연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이것은 가정없이 어린아이의 생명이 보장될 수 없는 것과 같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집(OIKONOMIA=살림살이) 즉 하나님의 사회경제체제없이 그 생존과 번성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생명의 잔존과 번성은 반드시 사회경제적 요건을 수반해야 한다.

3. 기독교의 생명관은 자연과의 유기적 연관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자연적 우주적 환경과 유기적인 관계를 보유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과 생물의 생명이 에덴동산에서 생명의 정원(Garden of Life)을 이루는데서 명확히 들어났다. 그러므로 자연환경의 파괴는 곧 생명환경의 파괴이고 이것이 곧 생명의 파괴이며 삶의 파멸이다.

4. 하나님은 인간을 생명의 주체로 창조하셔서 생명의 잔존, 유지, 가꿈과 성취와 열매맺게함에 있어서 그의 동반자로 하시고 이일에 게속 섭리하고 계신다. 특히 인간은 생명과 그 삶을 파괴하는 모든 세력을 극복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하는 주체적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인간의 생명에 대한 주체성은 생명을 파괴하는 불의한 지배층의 인간에게서 보다는 그들의 생명이 희생되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지키는 민중의 삶과 일함과 투쟁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민중이 빈곤을 극복하여 생명을 잔존시키려고 하든지, 민중이 정치적 억압의 폭력과 전쟁적 폭력을 극복하려고 해방과 평화를 위하여 일하든지, 질병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든지, 또는 자연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가꾸든지 이 모든 활동은 생명의 주체로서의 활동이다.

5.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의 주체로서의 민중은 그들의 생명의 잔존을 위한 일에만 급급하지 않고 정의롭고 풍성한 사회경제적 살림살이와 정치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다채로우며 의미있는 삶을 창출하고 나아가서 정신적으로 영원한 가치가있는 삶을 이루어 생명의 충만(Fullness of Life)을 누리게 한다. 그리하여 민중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땅에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샬롬의 낙원을 이룬다.

6. 기독교 공동체는 이러한 하나님과 민중의 생명운동에 그들에게 주어진 신앙과 생명에 대한 인식과 생명파괴세력에 대한 구조적인식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참여한다. 이것이 곧 정의와 평화와 창조질서의 보전이라는 사회생명운동에의 참여로 전개되는 것이다. 이 하나님의 백성 즉 민중운동에서 기독의료운동의 정체와 역할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