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장철한
ㆍ작성일	2001-12-05 (수)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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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 복제 뜨거운 논란
미국 ACT사의 인간배아복제 실험으로 ‘복제인간’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 명성홀에서는 국내 최초로 복제소를 탄생시킨 황우석 박사(서울대 수의학)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장 진교훈 박사(서울대 윤리학) 등 각계 전문가들과 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명복제기술 연구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이 학교 해석학연구소가 ‘생명과학과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마련한 학술대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저마다 “과학과 윤리,종교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면서도 입장에 따라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이날의 발표 내용을 인간배아복제 실험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구분해 요약한다．

■반대론-“인간 존엄성 신성불가침”
진교훈 교수는 이날 ‘생명과학에 대한 윤리학적 성찰’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그동안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할 말을 아껴왔다”며 “인간의 존엄성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때부터 부여된 불가침의 것”이라고 말했다．
진교수는 “성서학자가 어떻게 인간 배아 연구에 찬성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덕호 교수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진교수는 “수정란이 착상되기 전이나 14일 이전에는 인간이 아니라는 주장은 순전히 자의적인 기준에 불과하다”며 “생명은 연속과정이며 배아나 태아는 자기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더욱 더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교수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인공수정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체외수정과 인공수정 과정에서 비배우자의 난자와 정자를 사용하는 것과 대리모 등의 방법은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인공수정 과정에서 ‘잉여’ 배아의 수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교수는 생명윤리자문위에서 마련한 생명윤리기본법에 대해서도 “생명공학자와 의사들의 주장이 완강해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가 미흡했고 생명특허의 인정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성열 교수(호남신학대 구약학)는 이날 ‘구약성서의 생명공학’이라는 발표 논문을 통해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생명공학의 시각으로 새롭게 읽을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창세기에 나타난 창조 순서에 따라 식물-동물-인간의 순으로 생명공학 문제를 검토한 강교수의 시각은 대체로 ‘기술의 남용이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쪽이었다．
식물의 경우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생명공학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주장이지만 강교수는 “현재도 이미 인류에게 필요한 양 이상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며 “제1세계와 제3세계 사이의 분배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명공학기술로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교수는 또 하나님이 동물을 창조한 뒤 “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다 물에 충만하라.새들도 땅에 번성하라”고 축복한 것에 주목하고 “하나님이 만드신 동물 종(種)의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창조의 왕관’인 인간의 경우 “인간을 생명공학기술에 의존해 복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께서도 원치 않는 일임에 분명하다”고 강교수는 지적했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거나 생태계에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따라서 “생명공학이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전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킨다는 분명한 목적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경탄과 관조의 대상이었던 생명 현상이 이제는 분석과 개입,제조의 대상으로 바뀌었다”며 “이 생명공학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방기자

■찬성론-“난치병 치료위한 차선책”
“생명복제 자체가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아닙니다.인간복제는 허용될 수 없지만 배아복제 연구와 동물복제는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생명복제에 대한 성서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처음 발표에 나선 오덕호 교수(호남신대 신약학)는 성서신학자로선 드물게 생명복제에 대한 부분 찬성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대표적인 배아복제 허용론자인 황우석 교수도 “생명공학기술 없이는 21세기 경제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생명과학계를 신뢰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교수는 이날 발표한 논문에서 “생명복제는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다”고 단언했다.무에서 유를 창조한 하나님의 창조와 생명복제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오교수는 따라서 생명복제 연구는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다는 현실론을 주장했다．
오교수는 복제연구가 신의 영역인 생명질서에 인간이 개입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살인이나 피임도 인간이 생명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복제 연구를 한다고 해서 인간이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오교수는 행위보다는 그 동기와 결과가 중요하다며 생명복제가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거나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려는 선한 목적으로 시도된다면 ‘하나님의 뜻 안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교수는 인간 배아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생명과학계의 주장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그는 “자궁에 착상되지 않은 배아는 수정후 14일 전까지는 인간의 신체 중 어떤 기관으로도 성장할 수 있어 아직 한명의 인간으로 보기 어렵다”며 “14일 전의 배아는 연구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즉 착상 전의 수정란은 독립된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오교수는 결론적으로 생명복제 연구가 인간복제로 이어지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인간의 치료를 위한 배아복제와 연구, 인간외 동물의 복제는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교수는 “해로운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이로운 것을 계발하지 않는 것은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한달란트 받은 종이 주인의 징계가 두려워 이를 땅에 묻어둔 것과 같다”며 “다만 조급하게 굴거나 이익에 눈이 멀어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도 ‘생명복제 기술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해줄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황교수는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의 윤리적인 반대에 부딪쳐 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그는 “생명공학은 인간의 질병퇴치와 식량증산,환경보전,에너지 대체 등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미래상을 제시했다．
그는 “생명공학기술은 인류의 3대 숙제인 식량·환경·질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며 “동시에 생태교란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과학이 사회를 위해 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방기자

■“목회자들 생명복제에 관심가져야”
1년동안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해온 강성열 교수는 “생명복제 문제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신학교의 학술대회로는 드물게 과학계와 윤리학계,법학계의 학자들을 초청했는데.
-다른 학문과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이들을 초청하기 위해 1년전에 주제를 기획하고 미리 섭외를 했다.생명복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도 신학자나 목회자들은 기본적인 인식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이번 학술대회에 많은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오늘 발표한 논문이 ‘다시 읽는 창조 이야기’였다.그동안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생명공학적인 인식으로 검토한 예는 없었던 것 같은데．
-논문을 준비하면서 문헌들을 찾아봤지만 생명공학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창세기에 접근한 예는 없었다.솔직히 지금은 창조의 순서에 따라 생명공학적인 문제를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앞으로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생명공학에 대한 찬반 양론이 첨예하다．
-생명공학의 진보를 막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는 다만 진보의 속도를 늦추고 기술의 오·남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석학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이번엔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져 있는 주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동안 학술대회를 통해 국내 신학계에 현대 해석학의 성과를 성서신학 윤리신학 역사학 등 신학의 각 분야에 접목하는 방안을 실험해왔다．

■상업성과 예외… 시대의 영성 주도
호남신학대학교 해석학연구소의 학술대회는 지방신학대학의 하루짜리 학술대회였지만 치밀한 기획과 내외의 협력으로 알차게 치러졌다．1년전에 이미 주제를 정하고 각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학자들을 섭외했는가 하면 발표 원고를 미리 받아 책으로 출판해 지방에서 열린 학술대회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특히 학술대회 발표논문집을 펴낸 한들출판사(사장 정덕주 목사)는 이번으로 5회를 맞은 해석학연구소의 학술발표회를 1회부터 계속 논문집 출간을 통해 지원해왔다.
한들출판사 정목사는 “사실 이런 서적은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다른 출판사에서 다 펴내길 꺼리고 있다”며 “그래도 한국 신학의 맥을 이어가는 장을 만들고 싶어 꾸준히 책을 펴내 왔다”고 말했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칼 바르트의 로마서 강해’ 등 신학서적을 주로 출간해온 한들출판사는 92년에 세워진 신생 출판사다.해석학연구소 외에도 문화신학회 조직신학회 선교학회 등의 학술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성경주해사전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한들출판사는 “앞으로도 한국 신학의 발전을 위해 열린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큰 들판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2001년 12월 1일 국민일보 13면 문화면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