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황선탁
ㆍ작성일	2001-12-03 (월)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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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과 바벨사이-인간 복제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
에덴과 바벨사이
- 인간복제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 -
한기채(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세계 최초로 인간복제 계획을 발표한 미국 클로나이드의 창설자 클로드 라엘이 지난 8월28일 한국에 방문하여 “최초의 복제인간이 앞으로 6~24개월 안에 탄생할 것”이라고 공언을 했다. 라엘은 외계인이 인류를 창조했다고 믿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로 그와 그를 따르는 라엘리안이 설립한 인간복제회사 클로나이드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리처드 시드는 영국 BBC와의 대담에서 “인간복제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우리는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정도의 지식과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인간복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불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녀출산권으로서의 복제’나 동성애자들의 자녀출산권을 주장하고 있다. 또는 죽어 가는 아이를 복제하거나 장기이식을 위한 복제를 말하기도 하고,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등 치유와 수명연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녀출산에 있어서 부부들이 생물적 친자관계를 원한다고 하지만 복제인 경우는 양쪽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결합이 아니라 한쪽의 유전형질만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태어날 아이는 부모 중 한쪽의 유전적 복제물이 되어 나이 차이만 있을 뿐 모든 특성이 한 쪽과 똑같게 된다. 이러한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부모 중 하나는 아이의 친부모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장기이식을 위한 복제는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심각한 인간 존엄성 침해가 있다. 유전적 결정론에 영향을 받은 우생학의 인간조작의 비윤리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복제는 인간 개인의 유전적 고유성을 인위적으로 침해하므로 개인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며 생명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인간복제는 지금까지 인류가 간직해 온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윤리적 규범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결혼과 생식의 분리, 성과 생식의 분리가 일어나 결혼관이나, 가족관이나, 성에 대한 개념이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인간복제는 자연을 조작하며, 생명의 시간적 흐름을 역행시키며, 미래의 생명을 담보하여 창조주의 영역을 침범하는 거대한 반란이다. 여기에다가 인간복제 기술이 인간의 이기심과 공명심 그리고 상업적인 목적까지 가세하게 되면 인류에게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최초에 에덴에서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이 창조되었으며 하나님의 위임을 따라 하나님의 피조물들에 대한 인간의 권한과 책임이 주어졌다. 그러나 바벨에서는 하나님과 같이 되어 보려는 인간의 야망이 기술과 결합하여 역사적 혼돈을 야기하게 된다.
새로운 기술은 힘으로 나타나며 힘의 사용에는 항상 윤리적 문제가 결부된다. 과학기술은 힘의 사용 결과를 스스로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과학 기술을 윤리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에 급급하다면 우리는 분명 자신이 만든 기술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은 이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의 삶과 의식을 지배하는 거대한 문화적 권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바벨은 최초의 인간문명이 어떻게 혼란을 불러 왔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자, 우리가…하자”는 반복적인 말은 에덴에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쓰시던 언어를 흉내 낸 것이다.
인간복제는 다름 아닌 인간의 ‘하나님 놀이(playing God)’이다. 인간복제는 하나님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다는 신학적 이해보다는 생물학적인 소산이라 이해하여 생물학과 물리학 아래 인간의 존재 의미를 둔다. 인간의 생명이 천하보다 더 귀한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에 있는데, 이제 인간복제에서는 인간과 복제의 산물인 인간이 창조주와 창조물의 관계를 맺으므로 인간이 수단으로 전락되고 종속인간이 되어 인간의 생물학적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
서울대 서정선교수처럼 연구는 허용하되 적용을 감시하자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한 태도는 옳지 못하다. 연구에 앞서 윤리적 선택을 먼저 해야 한다. 어떤 형태이든 인간 생명을 복제하는 모든 연구는 금지해야 한다. 비배우자 체외인공수정으로부터 시작하여 배아복제와 실험에 내포된 비윤리적인 면들을 사회공론화하고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