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이범석
ㆍ작성일	2000-11-23 (목) 22:25

ㆍ추천: 0 ㆍ조회: 1502

ㆍIP:

Gaia3
8. 가이아와의 공존을..........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 중의 어떤 사람은 내가 생태학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이제까지 생물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그나마 무리없이 다루어 올 수 있었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생태학을 '생물들 사이 또는 생물들과 주위 환경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간 생태학은 '인간과 환경 사이'의 상호 관계를 다루는 분야인데, 이 장의 목적은 인간 생태학의 관점에서 가이아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데에 있다. 그렇지만 먼저 인간 생태학의 최근의 업적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1970년대의 여러 탁월한 인간 생태학자들 중에서 특히 다음의 두 사람은 인류가 생물권의 다른 부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하여 가장 명백하게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르네 뒤보 박사는 인간의 존재를 지구 위의 모든 생물들을 돌보는 집사의 개념으로 강력하게 표현하였다. 그는 인간은 지구라는 커다란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며, 정원의 꽃들과 정원사는 서로 공생 관계에 있다고 보았는데, 이것은 매우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임이 분명하다. 뒤보 박사와는 반대로 개럿 하딘 박사는 인간의 존재를 그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인고 할 뿐 아니라 세계의 나머지 부분들도 파멸로 이끄는 비극의 연출자로 간주하였다. 그는 인류가 이러한 파멸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대 과학 기술, 특히 원자력 관련 기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과연 우리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크게 회의 적이었다.
위의 두 관점은 인간생태학자들이 인간의 위치에 대하여 논의하는 가운데 가장 빈번히 제안되는 견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 이외에도 물론 다른 관점들이 있을 수 있다. 대체로 성향이 무정부주의자 또는 폭력 혁명가에 가까운 여러 소규모 학자 집단들은 현대 과학 기술을 해체하고 파괴시킴으로써만이 인류의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파멸의 길이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그들이 그처럼 주장하는 동기가 일차적으로 인간 혐오적 감정에 의한 것인지 또는 기계 혐오적 감정에 의한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어쨌든 창조적인 생각보다는 파괴적인 활동에 더욱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들이 이제까지 생태학의 범주 속에서 가이아를 다루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 설명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생태학이란 학문은 그 기원이 어떠하든간에 일반 대중들의 관념 속에서는 인간 생태학과 연관되어서 성장해 왔다. 그 반면에, 가이아 가설은 지구 대기권의 관찰과 다른 무생물적 속성의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생물이 가이아 가설에 연결될 때에는 특별한 관심이 미생물들에게 집중될 따름이었는데, 미생물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가장 하등 생물로 비쳐서 생물의 범주에 집어넣지 않기도 일쑤인 그러한 존재가 아닌가. 인간 종족은 물론 가이아의 발달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인류는 가이아의 역사에서 가장 뒤늦게 등장하였기 때문에 인간의 역할을 논의하면서 가이아의 존재를 살펴보기란 사실상 조금은 부적절하였을 것이다. 현대 생태학은 인간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지구의 역사를 통하여 나타난 전체 생물군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태학의 범주에서라기보다는 차라리 지질학의 범주에서 생물들을 조망한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까다로운 생태학의 문제를 조금 살펴보기로 하자. 가이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들과 세계의 나머지 부분들, 또는 우리들 서로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있어서 어떤 차이점을 초래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하딘 박사의 철학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이 문제를 시작하려고 한다. 공평하게 말하자면, 그가 제시하는 비관론을 반드시 숙명론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딘 박사가 가졌던 생명관의 핵심은 현대 생태학 속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데, 열역학의 세 가지 법칙을 쉽게 해석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 할 수 있다.
·우리들은 이길 수 없다
·우리들은 분명히 지게 된다.
·우리들은 게임에서 손을 씻을 수 없다.
하딘 박사의 견해에 따른다면 이 세 가지 법칙은 단순히 단어 의미의 타락 정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법칙에는 비극이 담겨 있다. 왜냐하면 아무도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그 사실이 바로 비극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 법칙이야말로 전 우주를 지배하는 유일한 법칙이며, 우리들은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다른 법칙을 알지 못하고 있다.
만약 우리들이 가이아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이 세상에서의 인간의 위치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예를 든다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제아무리 현대 과학 기술로 튼튼히 무장하고 있다 하더라도 단순히 가이아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과학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필요하면 얼마든지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 정보를 가공하고 전달 할 수 있는 통로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이버네틱스 이론은 만약 인간들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정보를 처리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대를 무난히 빠져 나올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만약 우리들이 "나의 사랑 지니"란 ＴＶ프로그램에 나오는 '지니'를 언제든지 통제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요술 호리병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된다.
가이아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들이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한 예로 우리들은 혐기성 미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메탄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를 아직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허친슨 박사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메탄 가스는 어쩌면 전적으로 동물의 내장에서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우리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메탄 가스와 기타 기체들의 양이 달라지는 만큼 대기 중의 이들 가스 농도도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방귀의 비상이라고 여러분은 우습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례는 우리들이 얼마나 지구 가이아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하겠다. 한편 이러한 에는 우리들-모든 포유 동물들을 포함하여-이 생기 발랄한 가이아 시스템에 있어서 아주 비천한 기능을 담당하여 수행하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 우리들로 하여금 서글픈 감정을 갖게 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 인류가 가이아의 품안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고자 한다면 이러한 정보 유통의 부재는 조속히 치유되어야만 할 것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모든 관점에서 추구하여 얻어지는 정확한 정보는 반드시 널리 유포되어야만 한다. 과거에 얻어진 부정확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마치 내일의 일기를 예보하는 데 거대한 컴퓨터와 지난달의 기상 자료를 함께 이용하고자 하는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우리들이 가이아의 존재 안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는 아무런 규범도 법률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우리들이 행하는 하나하나의 행위에는 반드시 그 귀결이 따르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9. 에필로그
나의 아버님은 1872년생으로서 영국 원티지 주 남쪽 버크셔다운즈에서 성장하셨다. 그분은 아주 열성적이며 탁월한 정원사셨으며 또 점잖은 신사 분이기도 하셨다. 나는 그분이 실수로 물 속에 빠진 장수말벌을 손으로 건져내어 살려 주시는 것을 보곤 하였는데, 그분은 곧잘 "모든 생물들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야, 알겠니, 꼬마야"라고 나에게 말씀하셨다. 아버님은 장수말벌이 오얏나무에 기생하는 진디를 구제하는데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들은 보상으로 가을철에 탐스런 오얏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누누히 설명하셨다.
그분은 어떤 특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신 것도 교회나 성당에 나가시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버님은 기독교적 정신과 탐미적 사고가 적당히 어울린 정신 세계를 구축하고 계셨는데, 이는 당시의 시골촌부들에게는 아주 보편적인 사고 방식이었다. 그분은 부활절과 함께 노동절도 끔찍이나 좋아하셨는데 두 휴일 모두 종교적 관점에서 뿐 아니라 유쾌함을 즐기는 날로서 좋아하셨다. 그분은 모든 생물들에 대하여 본능적인 애호심을 가지고 계셨으며 나무가 베이는 것을 볼 때마다 대단히 슬퍼하곤 하셨다. 나는 자연에 대해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그분에게서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그 당시 구불구불 나 있던 시골길을 나와 함께 걷거나 또는 자동차길을 따라 달리면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은연중에 나에게 전수해 주셨다.
이 장의 첫머리는 이렇게 나의 아버님의 전기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가이아 가설의 여러 관점들 중에서 특히 가장 풀어헤치기 어려우며 가장 신중한 사고가 요구되는 관점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제부터는 인간과 가이아의 상호 관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살펴보자. 여기에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우리들의 자각을 일깨우며, 이와 동시에 그것의 진정한 속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깊어지는 그 어떤 것을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를 맡거나 또는 들었을 때 우리들을 채워 주는 쾌감, 인식감, 충만감, 경외심, 열정, 동경심 등이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의미한다.
우리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형태의 생물들에 연관되어 자신들의 적당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거의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그러한 일을 수행하도록 미리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들이 가이아의 존재 속에서 여러 생물들을 대할 때에 이러한 본능에 따라 적절히 행동한다면, 우리들은 올바르다고 간주되는 행동이 곧 선한 행동이며, 또한 우리들을 즐겁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점을 발견함으로써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가이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 생물권을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는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시혜적 식민지주의와 마찬가지로 설득력을 잃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한 시도들은 모두 인간이 이 지구의 지배자라거나, 또는 비록 소유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집주인격은 된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동물 농장》이 풍자하는 것은 모든 인간 사회는 여하튼간에 세상을 자기들의 농장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며, 우리들은 이 사실을 반드시 깨달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가이아 이론이 암시하는 바는 인류는 바로 가이아의 파트너이자 그의 한 부분이며, 우리들은 가이아의 일원으로서 매우 민주주의적인 실체 속에서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이아 이론에 함축된 여러 설명하기 곤란한 개념들 중의 하나는 그서의 지능에 관한 것이다. 마치 생명에 대해서 그런 것처럼 우리들은 현재까지 가이아에 대해 막연히 그 속성을 구분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완전히 정의하고 있지는 못하다. 지능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 시스템의 속성이며, 문제에 대하여 올바른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에서 문제라 하는 것은 시스템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의 두뇌와 컴퓨터를 비교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은 못 되지만 종종 그렇게 해 보고 싶은 충동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제 그러한 충동에 승복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인간은 개체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우리가 얻은 지식을 표현하고 전달 할 수 있는 수단을 특별히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별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정보를 유용하게 사용함으로써 물건을 생산하고 또 주위 환경을 변모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들의 두뇌는 서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거의 무한정하게 많은 감지기, 주변 장치, 기계류 등만이 아니라 기억 은행에도 연결되어 있는 중형 컴퓨터에 비교될 수 있지만 이 컴퓨터는 서로서로의 연결이 느슨하며 또 외부와의 정보 전달 수단이 거의 완전하게 배제된 그러한 것에 불과하다.
원시 시대의 인류가 야생마의 고기 맛을 알게 된 후에는 자신들의 식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뒤져서 모든 야생마들을 살육하였다는 점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야만적이고, 게걸스럽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고, 잔인하다는 등의 단어가 그러한 행동을 표현하는 말로 먼저 떠오를 것이다. 말과 인간이 동반자적 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깨닫지 못한 것은 얼마나 커다란 실수인가! 바다의 고래를 거의 다 살육한 연후에 포경국들이 사양화해 가는 자국의 포경 산업을 위하여 고래를 기르자고 나서는 것은 크게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들이 부주의하여 고래를 멸종으로 이끌면 그것은 분명 일종의 종학살이며 또 게으르고 완고한 국가 관료주의에 너무나 탐닉한 결과일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나 자본주의자를 막론하고 우리인류는 아직 이러한 범죄의 심각성을 깨닫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들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이를 고치기에는 아직 그리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필경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들의 자녀들은 가이아와 함께 공존하면서 바다의 고래와 협동하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린이들은 마치 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말에 올라타서 육지를 누볐던 것처럼 마음속으로나마 고래의 능력을 이용하여 빠르게 빠르게 헤엄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이아 이론을 통하여 지구도 하나의 생명현상을 갖는 유기체임을 알 수 있다. 인간과 동물만이 생명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며, 식물, 지구, 더 나아가 무생물까지도 일종의 생명현상을 갖고 있음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좀더 많은 관심과 책임을 가지고 생명과 더불어 생태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