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성성에 대한 윤리학적 고찰

Ⅰ. 서론
최근 우리 사회에서 21세기는 지금까지의 역사가 만든 삶과는 다른 새로운 삶에 대한 희
망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역사 속에서 계기를 마련하고 역사의 방
향을 재고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인류의 역사는 그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차별에 대한 반
성과 변혁의 가능성을 기도해왔다고 할 수 있다.  계급, 인종, 성에 대한 차별이 지난 몇 세
기의 중심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들은 미해결의 상태로 남아 있다.  최근 여성
성 혹은 여성의 원리라는 개념은 남성성에 기반한 제국, 문명, 발전 등의 문제에 대한 하나
의 대안적 가치를 제시할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여성성이 진정 다름 세기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인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Ⅱ. 본론
먼저 여성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일단 두 가지로 짚어보자.  첫째, 여성에서 여성성으로
의 전환이 갖는 의미이다.  둘째는 모성에서 여성성으로의 번환이다.  여성에서 여성성으로
서의 전환은 여성이 사회,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는 개념이라면 여성성은 문화적 의미를 내
포한다고 구분해볼 수 있다.  여성성, 여성다움이란 말은 여성을 구성하는 요소다.  이 요소
에 대한 관심은 성별을 가능하게 하는 상징체계, 일상의 가치체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여성운동이 법적, 정치적 의미에서 권리를 추구하여 왔다면 이제는 문화적, 심리적 차원으로
더 깊이 들어가 그곳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모성에
서 여성성으로의 전환은 지금까지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여성성이란 단어의 역사는 오래 되어 그것의 출생을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지만, 여성성
이라는 개념을 먼저 사용한 사람으로 프로이드를 들 수 있다.  프로이드는 여성성
(femininity), 여성의 성(female sexuality)이라는 두 개의 글을 썼다.  여성성, 혹은 여성의
성이 '과학적' 탐구의 대상임을 제시한 셈이다.  '암흑의 대륙'이라고 부른 여성에 대한 이해
를 위해서 여성성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탐구는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여성이론가들 중의 일부는 정신분석의 영향 하에
여성성을 남성성과 구분하면서 모성적 베품과 여성의 쾌락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프
로이드의 남성적, 남근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대항적 이론인 셈이다.  여성의 섹슈
얼리티는 남성의 단선적인 섹슈얼리티와 다르고, '총체적'이라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의 음
경과는 달리 온 몸에 성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쾌락은 남성의 단선적인 쾌락과는
다른다는 것이다.
남성의 단선적인 성(혹은 성기)은 바로 직선적인 역사관, 진보관과 연관되고 이러한 직선
적인 발전의 개념이 바로 현대의 문명을 낳았다고 본다.  그리고 남성이 정액을 축적했다가
방출하는 것이 자본주의적이라면 모유나 여성의 선물, 여성의 베풂, 여성의 경제는 리비도적
경제이며 열락의 경제가 된다.  이들은 남성의 음경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성기(두음순)에서 출발하여 프로이드에 대항이론을 제시한 셈이다.  이들의 이론은 여성성을
새로이 정의하면서 이제까지의 남성적 역사관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는다.
또한 여성성이 감성적이고 타자에 대한 배려를 갖는다는 점에서 윤리적 화두의 중심에
있기 시작한 것은 생태주의와 동양적 가치를 강조하는 입장과도 연관된다.  인도의 생태여
성주의자 반다나 쉬바는 지금까지의 발전은 악성 발전이며 폭력과 착취의 원리라고 보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적 원리를 제시한다.  그녀는 여성적 원리란 자연친화적이며 사람
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중심의 발전개념과는 다른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서양의 물질문명
과는 대비되는 동양의 정신문화가 강조되면서 이 정신문화는 또한 여성성으로 개념화된다.  
분리와 대립이 아닌 통합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감성으로서의 여성성이 강조된다.
문명과 발전의 역사관은 자연환경파괴를 가져왔고 인간을 비인간화시킨 측면을 갖고 있
다.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문명, 이성, 합리 등의 근대적 개념들과 근대적 가
치들이 재고되기 시작하였다.  문명과 이성을 내세운 근대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와 얽혀있
고 타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여성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것이 갖는 윤리적 함의(含意)를 제시하는 것은 일단
이제까지의 역사가 남성성에 기반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는 인간
이란 이름이 대부분 남성성에 기초한 이름임을 페미니즘이 제시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은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많은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다.  인
간에 내재해있는 권력은 여전히 지배욕망을 드러낸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역사에 대한 필
요하다.  여성성이라는 개념이 제시하는 가치와 근대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변화 과정에서
제대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감성과 베풂, 보살핌, 비폭력적 정신이 여성성으로 정의될 때는 상당한 문제가 있
다.  여성성이 보살핌, 베풂이라는 모성으로 제시될 때는 여성과 남성의 성차별을 공고히 하
는 데 이바지해온 모성 이데올로기가 재강화된다.  아페서 말한 프랑스의 일부 여성이론가
들의 이론 속에서도 여성성과 모성이 아직 분리되지 않고 있다.  모성에서 여성성으로의 전
환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어머니와 여자를 분리하는 것 즉, 모성을 여성성과 분리하는 것
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재생산'의 도구 혹은 모유를 주
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 스스로 성을 즐길 수
잇는 존재가 된다는 의미를 띄게 된다.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모성으로서 주부로서, 아내로
서, 사회적으로 정의된 그런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성성이란 사회적 개념은 상
당 부분 여성이 이런 존재가 되도록 뒷받침해주는 이데올로기였다.
지난 세기 동안 찢겨진 닻을 내리고 지속가능한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총체성으로
서의 여성성'을 말하기 전에 여성성과 남성성이 그동안 어떻게 정의되어 왔으며 그 정의가
살아있는 여성과 남성을 어떻게 구속하였는지를 밝히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존과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어떻게 갈라져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부드러움, 보살핌, 감성, 베풂 등
의 말들이 역사 속에서 여셩의 시간과 공간을 제한하여 왔음을 본 후에 진정 베풂과 부드러
움, 그리고 감성이 여성성이라는 이름 하에 불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가능해질 것이
다.

Ⅲ. 결론
21세기라는 이름 하에 문제의 핵심은 남겨둔 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또한 새로운
윤리라는 이름 하에 여성의 삶을 여전히 모성으로 묶을 수도 있는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까지 역사는 모성적인 부드러움과 베풂에 의해 지탱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
다.  그러나 인류가 필요로 하는 윤리적 가치에 다시 여성성이라는 이름을 씌우면 실존하는
여성들이 그 가치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왜 우리는 감성과 보살핌의
윤리를 꼭 여성성 혹은 여성적 가치라는 이름하에 두어야 하는가?  남성적 가치의 거부가
그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우리가 그래도 여성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려면
자본의 여성화 혹은 여성의 모성화가 아닌 그 어떤 여성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글쓴이          윤기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