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선교의

방향에 대한 전망

● 문제제기

지난 20세기는 한 마디로 말해서 혁명의 세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에 걸친 공산주의 혁명과 그후 후반의 몰락이 있었다. 이들은 이 땅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국가를 실현하려고 하였다.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국가에는 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인간만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이상국가로 가기 위한 길 위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강요되었다. 결국 공산주의는 20세기 후반에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도 그 정신은 살아서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인류는 전쟁으로 인해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과학문명과 인간이성의 발전을 거듭해 오던 인간문명은 결국 커다란 두 번의 전쟁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제 1, 2차 세계대전은 인간사고의 혁명을 요구하였다. 두 번의 전쟁으로 인해서 세상은 다시 한번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두 번의 전쟁은 그 당시 서양 열강들의 전쟁이었다. 이들은 모두다 진보주의적이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공산주의자들과는 또 다른 이상국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이들도 역시 인간들이 세운 이상국가를 실현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싸움은 그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인간이성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또한 기독교에 의해서 영향을 받은 진보주의적 사고에 타격을 주었다. 20세기는 17,8세기에 시작된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모더니즘의 시대였다. 즉 그들은 근대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으며 20세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들은 인간이성의 권위를 절대시하고 있었다. 모더니즘은 이 인간이성의 최고점을 지향하고 있다. 냉정한 지식을 요구하고 있으며 인간의 능력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움직인다. 또한 역사는 진보한다는 낙관적인 사고를 가지게 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은 교육에 힘으로 교정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제약과 자연에서의 우리의 연약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모더니즘은 지금 서서히 쇠퇴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세기 후반에 오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1세기 동안에 겪은 일련의 시련들은 그들이 생각하던 모더니즘의 이상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질문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모더니즘에 대한 질문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제들이 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에 한계가 없다거나 지식은 본래적으로 충분하다는 것과 인간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포기한다. 모더니즘이 모든 것을 분리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든 것을 통합하려는 경향을 띤다. 모더니즘이 내세우는 권위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다. 절대적인 것에 대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상대적인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경향은 결국 다원주의를 낳는다. 전 세계는 이제 절대적인 그 무엇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 다양한 생각과 사고들이 다양한 세계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공존하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전 세계는 이제 다 계층 다 문명이 공존하는 가운데 살게 되었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의 대두에 대해서 교회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교회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대답해야 할 위치에 서 있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 맞는 적절한 대답을 던져야 할 때이다. 실제로 신학은 이미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교회는 그 나름대로 시대적인 상황에 대처하면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교회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사고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것을 부정하든 긍정한지 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는 기독교는 선교의 측면에서도 모색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과거의 선교전략이 적절하게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교 역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모색을 하여야 할 때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가 지배하는 시대에 선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견해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20세기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의 선교신학적 변화들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특히 사회참여와 전도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 이제 더 이상 개인적인 구원만 중요시되고 있지 않으며 사회적인 구원까지도 주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은 이로 인해서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견해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는 웁살라 문서와 로잔언약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사회참여에 대해서 언급한 양 진영의 대표적인 문서들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21세기를 향한 선교의 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첨예하게 대립해 오던 양 진영들은 그 가운데서 서로의 견해들로 접근해 가는 경향들을 우리는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을 본다. 이것을 존 스토트의 로잔 20년 이후의 회고와 전망을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21세기 선교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앞으로의 선교를 위한 시대적 상황은 어떠한지 알아보고 나름대로의 소망을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것이 또한 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천년이 약 20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의 문제들을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과거에 우리의 잘못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우리의 살아온 길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선교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더 나은 선교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며 그 결과 21세기에 예수님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주님께로 이끌어 올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본 론

Ⅰ. 새로운 국면에 처한 선교

현대 사상의 사조는 결국 개인주의로 나아간다. 모더니즘의 특징상 자율적인 자아를 이야기하고 전근대적인 권위주의적인 타율에 대해서 반대한다. 결국 이것은 인간이성의 극대화이며 따라서 법은 자신에게 속해 있으며 따라서 자신이 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윤철호 교수는 서구 사회의 근대는 중세 기독교 세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던 르네상스시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중세 기독교 세계는 교회가 세상을 지배하는 세계였고 거기에는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서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르네상스시대 이후 인간이성의 발견은 이러한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의 붕괴를 가져왔고 그것은 결국 세속화의 시대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모더니즘의 사상은 결국 개인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자신 위에 어떠한 법도 허용하지 않게 된다. 오직 자신의 이성만이 법이 되는 것이다. 개인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으려는 생각은 모든 사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개인주의 적인 사상은 결국 교회에도 영향을 주었다. 종교개혁 이후 구원은 개인적인 회심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교리가 중요시되었다. 신학자들은 복음을 전함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전도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19세기 자유주의 신학과도 연결된다. 자유주의 신학의 선구자인 슐라이에르마허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의존의 감정"이라는 말을 하였는데 결국 이것은 그 당시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써 개인 경험에 대한 절대화로 나아가게 된다.

사회적으로 볼 때 근대사회는 개인주의적인 관점이 지배하는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데이빗 그리핀은 근대사회의 특징에 대해서 말하면서 분열화, 구별화, 기계화, 물질주의를 이야기하였다. 근대사회는 산업화로 인한 분업화가 일어났으며 이것은 결국 분열화를 초래하였다. 결국 이것은 약한 개인이 무시되고 소외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한 근대사회는 될 수 있는 한 구별하였다. 비합리적이고 봉건적이고 미신적인 전통으로부터 근대적인 사고는 모든 것을 구별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더욱 모든 것은 더욱 세분화되었고 전문적인 분야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구별화는 결국 인간의 기계화를 초래하였다. 인간은 결국 거대한 산업사회의 작은 부속품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물질주의를 초래하였다. 결국 이러한 근대사회의 특징들은 개인주의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더니즘의 개인주의적인 경향은 기독교 안에도 스며들어왔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개인에 초점을 두고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처럼 이해되었다. 또한 교회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서 개인주의화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복음은 결코 개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성경에서 우리들에게 말하는 비전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더니즘의 개인주의적 관점은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서 의문시되고 있다. 이러한 모더니즘의 잘못을 깨달은 이들은 개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것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 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들은 교회 내에서의 새로운 이해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개인구원뿐만 아니라 사회구원도 이야기해야 한다. 여기서의 사회구원이라 함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중요시하고 적극적 사회참여를 통하여 선교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기독교적 성찰을 요구하도록 만든다. 우리들에게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다.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의 조화를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들은 사회참여라는 형식으로 우리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제 교회는 교인들 개개인의 구원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구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구원에 대한 방법으로서 사회참여를 교회를 선택하고 있다. 결국 교회는 사회참여를 시도하게 되었다.

Ａ. 에큐메니칼 진영의 시각(사회참여의 대두로서의 웁살라 문서)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사회참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제 4차 웁살라 총회에서부터였다. 사회참여로서의 선교의 개념은 이전의 전통적인 선교개념을 가진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웁살라 문서가 나오게 된 것은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60년대는 그야 말로 격동의 시대였다. 유럽에서는 학생시위로 들끓고 있었고 베트남 전쟁은 세계는 국지전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케네디 암살,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등 암울한 많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경제적인 불균형이 대두되었고 그 가운데서 빈부의 격차 등이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독재자들에 의한 탄압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는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 가운데 교회는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웁살라 회의가 있기 전에 여러 분과로 모여서 사회참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수많은 회의가 열렸으며 그 결과가 바로 웁살라 회의인 것이다. 이 웁살라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는 제2분과 보고서인 "선교의 갱신"이다. 여기서 사회참여는 구체적으로 선포되고 있다. 이 문서(선교의 갱신)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토대로 한 '새로운 인간화'를 선교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그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인간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회의 바로 그와 같은 인간성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다양한 파괴적인 세력들에 의하여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서 싸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영혼의 구원의 측면보다는 사회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이다. 즉 이제 교회는 영혼구원뿐만 아니라 육신적인 구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타인을 위한 그의 전적이 헌신과 절대적 동참, 절대적 자유, 꿰뚫는 진리, 고통과 죽음을 승리로서 받아들임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본다"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인간성의 모델이 누구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새로운 인간성의 모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따라서 새로운 인간성의 추구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을 따라가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선교가 타인을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새로운 인간성이 추구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결국 사회참여의 목표는 타인을 위한 선교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의, 자유, 그리고 인간이 존엄성 더 많이 성취하는 것을 그리스도 안에 있는 진정한 인간성에 대한 회복의 한 부분으로서 보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인간성은 그리스도 안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은 정의, 자유,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교회는 사회참여를 통해서 소외된 인간의 정의, 자유,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교회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교회는 세상 속에 있어야 한다. 교회와 세상은 결코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는 타인을 위한 교회이다. 따라서 교회선교는 사람들에게 도전하고 또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웁살라문서는 결국 선교의 행동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볼 때 웁살라문서의 내용은 영적인 측면을 무시하는 듯하다. 제2분과 보고서를 읽어보면 육체적인 정의와 자유는 중요시하지만 결국 영적인 굶주림과 빈곤에 대해서는 도외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분은 복음주의자들로부터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서가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응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교회는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따라서 영적인 구원의 측면을 대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완전히 무시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측면에서 이 문서를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이 문서는 선교에 있어서 사회참여를 우선 순위로 한 입장이었던 것이다.

전도가 먼저냐!, 사회참여가 먼저냐!. 이 두 측면을 놓고서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웁살라 문서는 사회참여를 전도보다 우선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상황의 도전에 직면했던 교회는 새로운 선교의 모색으로서 사회참여를 끄집어 낸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선교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도하고 교회를 설립하는 일에 중요한 목적을 두었던 전통적인 선교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웁살라 문서는 그 이후 에큐메니칼 선교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서가 되었다. 이후 많은 에큐메니칼 회의들은 사회참여를 더욱더 구체화시켜 나갔다. 그 이후 교회는 선교의 범위를 영혼구원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적 측면에서의 해방으로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교회는 이제 더 이상 세상밖에 존재하는 것이라 아니라 세상 안에 존재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더 나아가 교회의 존재의미 또한 바뀌게 되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은 하나님과 세상 사이의 교회에서 세상 속의 교회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웁살라 문서는 복음주의 진영에도 영향을 주었다. 웁살라 문서를 비판하는 가운데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사회참여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만들게 되었다.

Ｂ. 복음주의 진영의 시각(사회참여에 대한 자각으로서의 로잔 언약)

웁살라 문서에 대한 복음주의 진영의 반대는 격렬한 것이었다.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사이의 견해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에큐메니칼 진영이 전도보다 사회참여를 우선하는 입장이라면 복음주의 진영은 단연코 전도를 우선하는 입장인 것이다. 따라서 복음주의 진영에 있어서 웁살라 문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복음주의 진영의 시각에서 볼 때 웁살라 문서는 방향을 잘못잡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맥가브란의 격렬한 논지에서 그 당시 복음주의 진영의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맥가브란은 웁살라 문서에 나타난 선교 정책은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를 듣지 못하고 믿지 않은 20억이나 되는 비기독교 인구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라고 강한 어조로 주장하였다.

"적어도 20억이라는 인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그리고 구주로 믿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더 무서운 것은 불행한 땅에서 살면서 육신적인 기근을 겪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의 기근 안에서 살고 죽는 것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맥가브란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웁살라 문서는 비기독교인들을 향한 선교의 포기로 생각되었다. 맥가브란은 이 글에서 "교회가 오늘날 말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진정한 쟁점"(the precise issues)이라고 말한다. 웁살라 문서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참여이다. 즉 사회정의와 경제적 빈곤의 문제, 정치적 문제들에 있어서의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선교전략의 방향에 대해서 잘못됐다는 것이다. 맥가브란의 주장은 육체적인 굶주림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가 우선되어야 함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맥가브란은 20억을 향한 관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실질적인 구원의 문제가 주된 선교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음주의 입장 역시 수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사회참여라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입장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맥가브란은 위의 글을 쓰면서 복음주의 진영을 향해서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우리는 읽어버린 자들을 양 우리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우리는 제자와 열방들을 향한 주님의 명령에 대해서 복종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우리는 그의 생명을 주신 우리 주님에 대한 선교, 즉 하나님의 선교를 충실히 할 수 있 을 것인가?"

결국 이것은 그 당시 시대상황에 대해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복음주의 진영에도 위기가 올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자각의 질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복음주의 운동이 사회참여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복음주의 운동은 전도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사회참여 부분이 어느 정도 희생되는 것을 감수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물음은 1974년 로잔 언약으로 대답되어졌다. 복음주의 진영은 이 글을 통해서 이전의 자신들의 미진했던 사회참여에 대해서 반성하고 보다 나은 선교를 다짐한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한 부분이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인종, 종교, 피부 빛, 문화, 계급, 성 또는 연령의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타고난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사람은 서로 존경받고 섬김을 받아야 하며 착취당해서는 안된다. 이점을 우리는 등한시하여 왔고, 때때로 전도와 사회 참여가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한데 대하여 참회한다."

사실 로잔언약은 전도의 우위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전도와 사회참여가 서로 상반되는 것은 아님을 천명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사회참여가 필요한 것임을 인정하게 된다. 또한 주의해서 보아야 할 점은 사회참여가 전도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는 이유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사람과의 화해가 곧 하나님과의 화해가 아니며, 사회 행동이 곧 전도는 아니며, 정치적 해방이 곧 구원은 아닐지라도, 전도와 사회, 정치적 참여는 우리 그리스도의 의무의 두 가지 부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정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는 다같이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우리의 교리, 우리 이웃을 위한 우리의 사랑,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순종의 필수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우려한 것은 양극화이다. 즉 전도나 사회참여 어느 한쪽만을 강조한 나머지 분리를 초래하고 그 결과 선교에 있어서 불필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따라서 로잔언약은 전도가 먼저이지만 사회참여도 역시 그리스도의 의무이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순종의 필수적 표현임을 이야기함으로써 두 가지다 버리지 않고 수용하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참된 제자는 제자로서 합당한 봉사를 감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전도의 열매는 사회봉사이며, 전도를 통한 참된 회심을 한 사람만이 참된 사회참여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도와 사회참여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선교를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 다 중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따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이것을 적절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논쟁으로 허비하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더 큰 선교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하나님의 나라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 땅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나라를 향한 소망으로 나아간다. 사회참여와 전도는 이런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궁극적인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도 버릴 수 없고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고자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전도와 사회참여의 절절한 사용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