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이범석
ㆍ작성일	2000-11-23 (목)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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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a2
6. 해양
한때 아서 클라크는 다음과 같이 설파하였다: "이 행성을 지구라고 부르는 것은 얼마나 부적절한가? 이곳은 명백히 대양으로 불려야만 한다," 지구 표면의 거의 4분의 3은 바다다. 그래서 외계로부터 찍은 지구의 위성 사진에는 지구가 장엄한 사파이어비치 청색으로 뒤덮여 있고 단지 여기에 점점히 부드러운 구름이 깔리고 극지방에는 흰색의 빙하로 빛나는 그러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 지구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형제 행성인 화성이나 금성의 칙칙한 빛깔에 비교될 때 더욱 돋보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지구가 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양은 깊은 청색 바다가 널리 퍼져 있는 바로 그 상태를 일컫는다. 대양은 다른 별로부터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들을 놀라게 하는 그 이상의 존재가 분명하다. 대양은 지구라는 거대한 증기 기관의 한 부분으로, 이 기관이 태양의 복사열을 받아들여서 공기와 물의 운동을 통하여 에너지를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분산시키게 하는 데에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총체적으로 거대한 용존 가스의 저장고라고 할 수 있어서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조성을 통제하고 해양생성물들-지구상의 모든 생물군의 약 반에 해당하는 -에게는 안정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 등으로 생물권에 기여한다.
원시 해양이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분한 가설이 있는데, 심지어 과거한때는 노출된 육지란 전혀 없는 지구가 완전히 바다에 뒤덮여 있었으리라는 주장도 있다. 그 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육지가 나타나고 대륙이 생겨났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가설이 사실로 증명이 된 다면 우리들은 생물의 기원에 대한 이제까지의 통념을 바꾸어야 하는 궁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설명은 다음과 같다. 처음 지구가 행성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후 얼마 동안은 온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지구 내부로부터 끓어오르는 가스와 수증기가 원시대기권과 원시 해양을 형성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생물체가 태어나기 전의 지구의 역사를 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그것은 가이아의 탐구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보다 더욱 중요하고 관심을 끄는 것은 생물의 탄생이후 해양을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인류는 첼린저호 탐사 떄의 본래 정신으로 되돌아가서, 바다는 여러분과로 나누어서 연구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해양의 물리학, 화학, 생물학은 다시 거대한 지구과학의 상호 관련적 학문으로서 새로이 부각하게 된 셈이다. 해양을 대상으로 가이아를 탐구하고자하는 우리들의 시도는 왜 바다는 그렇게 짤까 하는 아주 실제적인 물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한때 아주 확실한 것으로 인정되기도 하였는데(지금도 많은 교과서와 백과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즉 태고적부터 쏟아져 내린 비와 강물이 육지로부터 염분(salt)을 바다로 운반하였기 때문에 바다가 짜졌다는 것이다. 해양의 표면으로부터는 물이 끊임없이 증발된다. 그것들은 다시 빗물로 되어 육지에 뿌려지곤 하였지만, 증발이 되지 못하는 염분은 항상 바다에 남겨 지게 된다. 따라서 바다는 날이 갈수록 염분 농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생명체가 바다에서 탄생되었다는 논리는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된다. 또 지질학자 들은 가장 간단한 생물체, 아마도 박테리아였을 생명의 존재가 이미 35억 년 전에 나타났음을 증명하는 증거들을 그득하게 쌓아 놓고 있다. 그렇다면 대양의 나이는 적어도 그 정도는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추정은 방사능 연대측정에 의한 지구의 나이 추정과도 잘 부합 된다. 방사능 연대 측정은 지구의 나이를 약45억 년으로 잡고 있다. 또 지질학적 증거들은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처음 바다가 만들어지고 생물이 탄생하였을 그 즈음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실제로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 어떤 경우에라도 현재 바다물의 염분 농도와 우리 몸의 염분 농도의 차이만큼에 해당하는 커다란 변화는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생물세포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 수용액이나 외부 환경을 막론하고 그것의 염분 농도가 6퍼센트를 잠시라도 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은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다. 여기에는 예외적인 경우란 극히 드문데, 염전이나 사해(dead sea)에서 생활하는 생물들이 매우 희귀하다는 관찰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생물들에게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끓는 물 속에서 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험악한 조건 속에서 생활하는 극소수의 생물들은 생물계의 다른 부분이 그곳에 제공하는 특별한 호의에 힘입는 바가 크다. 즉 그러한 장소에는 외부에 공급되는 산소나 먹이가 풍족해서 높은 염분 농도를 제외한다는 생물체의 생활에 달리 어려움 점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이점을 그곳의 생물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곳에 생물들은 고온이라든지 염분 농도가 높다든지 하는 악조건을 극복하는데 전력을 다할 수 있고 그 결과 기이한 형태의 소수 생물들만이 살아 남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문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자 수 십억 년의 기간 동안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지난 수 십억 년 동안 해양의 염분 농도가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여러 직접적 또는 간접적 증거들은 비교적 그 신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수억 년의 오랜 기간동안 별다른 진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살아 왔던 생물들을 현재 시점에서 조사해 본다면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과거 어떠한 경우에도 6퍼센트를 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3.4퍼센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약 과거 한떄 염분 농도가 4퍼센트에만 이르렀더라도 해양의 생물들은 우리들이 현재 화석 기록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종류들과는 전혀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빗물과 하천에 의해서 육지로부터 바다로 씻겨 들어가는 염분의 양은 매 8000만 년마다 한번씩 바닷물을 현재 수준의 염분 농도로 만들 수 있는 정도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작용이 바다가 만들어진 이래 계속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오늘날의 모든 대양은 염분 농도가 아주 높아져서 생물들이 전혀 살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분명 바다에는 염분이 더해지는 만큼 이를 신속히 제거 할 수 있는 어떤 기작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한 기작을 찾고자 하는 필요성은 해양학자들에 의해 먼저 인식되었으며, 그 결과 이제까지 몇 가지 시도가 있어 왔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이론을 정립한 바 있는데, 그것들은 모두 본질 적으로는 무생물적 메커니즘에 기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들 중의 어느 한가지도 아직까지 널리 인정받고 있지는 못한다.
브뢰커 박사는 나트륨과 마그네슘들이 미세한 파편으로 되어 끊임없이 해저로 가라앉으면서 그것들이 해저 퇴적물로 쌓이거나 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저면의 광물질과 결합하면서 바닷물로부터 제거되는 것 이 아닌가 하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제안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못하고 있다.
음이온계의 염소이온과 황산염 이온의 제거에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러한 두 가지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브뢰커 박사는 페르시안 만(persin gulf)과 같이 외떨어진 해역에서는 빗물이나 하천에 의해서 물이 유입되는 속도보다 증발되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만약 오랜 기간의 걸쳐 증발이 심화된다면 넓은 지역에 소금이 만들어지게 되며, 이 소금 층은 자연적인 지질학적 작용에 의해서 결국은 땅속에 뭍힐 것이다. 이러한 소금층은 전세계적으로 대륙의 지하에나 대륙붕의 표면 바로 아래쪽에서 또는 바로 그 표면에서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소금의 층이 형성되는 시간적 규모는 수억 년에 이르기 떄문에 이러한 방식에 의해서 염분이 바닷물로부터 제거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염분 농도가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될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중요한 난점이 있다. 만약 우리들이 바다의 격려된 장소에서 소금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지질학적 작용에 의해 땅속에 묻히는 과정을 전적으로 무생물적인 메커니즘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들은 그러한 일들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무작위 발생을 했으리라고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이 이론은 해양의 염분 농도가 허용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범위내에서 평균 농도를 유지하여 왔다는 지질학적 역사를 설명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에 의한다면 자연의 임의적 변화에 따르는 통제 기능의 상실로 여러 차례 대규모의 치명적 변동이 과거에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브뢰커 박사는 이제까지 육지로부터 바다로 씻겨 들어간 규산염을 포함하는 광물의 1퍼센트도 현재의 바닷물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 반면에 사해에서와 같이 육지에 둘러싸여 염분 농도가 매우 높아진 호수에 있어서는 전체 염분에 대한 규산염의 비율이 매우 높다. 이러한 염분 호수에 있어서는 거의 무생물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므로 염분 조성의 비율이 당연히 화학적 평형에 근접하여 있다고 하여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규조류는 규산염이 부족한 바다에서는 그것들을 흡수하면서 번성하지만 규산염이 풍부한 염분 호수에서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규조류는 바다의 표층에서 짧은 생애를 살면서 규산염을 흡수하고, 죽으면 가라앉아서 자신의 몸을 해저에 묻는다. 그 결과 해저에는 단백석의 규조류 골격이 해저 퇴적물로 쌓이게 되는데, 이렇게 하여 매년 퇴적암으로 변화되는 규산염의 양은 약 3억 톤에 이른다. 즉, 현미경적 크기를 갖는 규조류의 생활사가 바로 바다 표층의 규산염 부족 현상을 설명해 주며, 따라서 바닷물의 화학적 조성을 무생물적인 화학 평형의 상태로부터 크게 멀어지게 하는데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전지구적 규모의 공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규조류와 원석 조류들의 중요성은 그들이 죽으면 몸체의 연약한 부분은 물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그들의 정교한 껍질과 골격은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다는 바로 그 점에 있다. 해양학자들이 흔히 '외각(test)'이라고 부르는 이 아름다운 껍질들은 마치 지리한 장마비처럼 끊임없이 바다의 표층으로부터 해저로 떨어진다. 이들 외각은 모든 생물의 죽음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면서 수십억년 동안 이어져 원석 조류들은 해저에 백악(chalk)과 석회석의 암반을 만들고 규조류들은 규산염의 암반을 형성해 왔다. 이와 같은 사체들의 대량 강하를 단순히 거대한 장례식으로만 간주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는 가이아에 의해 만들어진 컨베이어 벨트라 할 수 있으며, 이 벨트의 역할은 바다 표층의 생산 지대로부터 해저의 저장 지대까지 물질을 운반하는 통로라 할 수 있다. 무기질의 탄산칼슘 골격과 규산염 껍질이 가라앉을 때에는 일부 유기 물질들도 함께 가라앉게 되는데, 이것들은 해저에 묻혀서 황산 화합물의 광석으로 되며, 때로는 유황광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체적인 과정은 생물들의 의해 조절되는 융통성이 많은 매커니즘이다. 생물들은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고 환경을 원상태로 복구시키며, 또 환경을 자신의 생존에 적당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염분 농도를 조절하는 가이아의 절묘한 수단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이러한 수단들은 아직까지는 예측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러한 생각들이 확고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보다 세련된 이론의 개발과 실험을 통한 확인에 나의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믿어 마지않는다.
먼저 해양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수송을 가속시킬 수 있는 가능한 한 방법을 논의하기로 하자. 바다의 표층에서 살던 동식물들이 죽으면 그 사체가 분해되어 해저로 쏟아져 내리게 된다. 브뢰커 박사가 지적하였듯이 그것은 마치 지상에 내리는 비가 공기 중의 온갖 먼지를 모두 끌어내리는 것처럼 표층의 모든 것을 휩쓸어 내려 바다 밑바닥에 퇴적시킨다. 이러한 바다의 비는 원생 생물의 단단한 껍질뿐 아니라 표층의 염분 농도가 약간만 증가하더라도 쉽사리 죽어 버리는, 그처럼 염분 농도에 민감한 동물들의 사체도 포함할 것이다. 이처럼 생물들이 죽어 침강함으로써 표층의 염분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의해서 표층으로부터 제거되는 염분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바다에서의 모든 염분의 사라짐을 오직 이것으로써만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그렇지만 앞으로 다시 논의되듯이, 생물 외각들의 침강과 표층 염분 농도 사이에는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으며 분명히 해양의 염분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데에는 침강 속도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브뢰커 박사가 염화물과 황산염을 제거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하였던 그 이론에도 상당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는 잉여의 염들이 증발이 많고 유입구는 있으나 유출구는 없는 그러한 외떨어진 바다, 얕은 만, 열대 지방의 산호초호(산호초가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 번성하면 해안선과 산호초에 둘러싸인 호수가 만들어진다. 이를 산호초호라 하는데, 때로는 바닷가에 모래가 둘러싸여서 이루어진 자연적인 염분 호수를 일컫기도 한다=역주)등에 증발 잔유물의 형태로 축적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점에서 한 대담한 가정을 삽입해 보자. 즉 산호초호가 문자 그대로 생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과정은 곧 항상성으로 이어지고, 따라서 증발 잔유물은 전적으로 임의의 무생물적 기작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브뢰커 박사의 설명에서 납득하기 곤란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충해 주게 된다.
바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즉 바다의 화학, 물리학, 생물학, 그리고 이들간의 상호 작용의 메커니즘에 관한 지식을 쌓는 일은 우리 시대 인류가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사업이다. 우리들이 바다에 대해 많이 안면 알수록 우리들은 바다로부터 유용한 자원을 더욱 많이 획득하여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으리라. 지표면에서 육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지구 생물권이 이제까지의 극심한 농경지 개간과 가축 사육에 의해 야기된 심각한 환경변화에 굴복하지 않고 버텨 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 의한 것인지 모른다. 생물권은 앞으로 인구가 더욱 늘어나고 농경지가 더욱 확대되더라도 필경 균형을 잃지 않고 번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바다, 특히 대륙붕의 풍요로운 지역을 육지와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처분하여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된다. 그 지역을 훼손시키면 우리들은 필경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사실상 우리들중의 어느 누구도 지구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이 지역들을 파괴시켰을 때 그 반대 급부가 어떨 것인지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근거에서 우리들은 앞의 남극으로의 항해를 우리 자신들이 가이아를 직접 느껴볼 수 있었던 더없이 귀중한 기회로 믿게 되었다. 우리들은 그 항해를 통하여, 그리고 여타의 모든 탐구를 통하여 바다가 가이아의 가장 귀중한 부분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7. 가이아와 인간: 환경 오염의 문제
우리들 대부분은 적어도 한 번 이상 노인들이 과거에는 모든 것이 현재보다 나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으리라. 이러한 관념은 우리 인간들의 너무나도 뿌리 깊은 관습이어서 우리 자신들조차도 나이가 들면 똑같은 말을 읊조리게 될 것이다. 한편 이 말을 들을 때 우리는 자동적으로 인류의 조상들은 가이아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상념에 잠기게 된다. 필경 인류는 진실로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으며, 이 말은 잃어버린 낙원을 그리워하여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진 의미 심장한 표현일 수도 있으리라.
인간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게 된 것은 하나님에게 복종하지 않은 원죄를 범함으로써 순결한 행복의 상태에서 육욕과 사탄이 지배하는 고난의 세계로 떨어짐을 의미하는 것이다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오늘날의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오늘날에는 인간이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은 자연의 질서를 실험해 보고 또 간섭하고자 하는 인류의 무절제한 호기심과 끝없는 강박 관념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성경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해석하거나 또는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거나를 막론하고 그 모두는 인간의 죄의식을 주지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적절히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의도가 인간 사회에 음의 피드백으로 영향력을 강력히 발휘하여 왔다는 사실을 감히 부인할 수 있을까?
인류는 본질적으로 사탄의 무리에 가깝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불안한 장래의 징조는 점증하는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현상이다.
오염은 현대 기술 혁명의 가장 큰 종양이며, 이는 조만간 우리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산업 활동이나 또는 가까운 미래의 공업 발달이 가이아의 생명성을 전반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사실상 대단히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환경 오염이라는 것은 자연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우리들이 폐기물을 내던져 버리는 것 정도를 오염으로 간주한다면, 오염은 가이아에게 있어서는 마치 우리들이나 다른 동물들이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 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 오염이라는 바로 그 개념은 인간 중심적인 것이어서, 가이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과는 별로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소위 오염물로 불리는 것의 대부분은 사실상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어느 정도의 농도 수준에서 그것들을 '오염물'로 간주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 예를 들어서 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포유류들에게 유해한 일산화탄소를 살펴보기로 하자. 많은 사람은 일산화탄소가 불완전 연소의 부산물로서 자동차의 배기 가스, 연탄 난로의 연기, 담배 연기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만약 인간이 환경 속으로 배출하지 않는다면 공기 중에는 전혀 들어 있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렇지만 만약 우리들이 공기를 분석하여 본다면 일산화탄소가 지구상의 어디에서든지 발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일산화탄소는 대기권에서 메탄 가스가 산화하여 만들어지는데 그 양은 매년 약 10억 톤에 이른다. 따라서 그것은 간접적으로 혐기성 미생물의 이차 생산품이라 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또 많은 해양 생물들의 부레에서도 만들어진다. 그 예로 시포노포레스에는 일산화탄소가 고농도로 포함되어 있는데 만약 이 농도에서 숨을 쉰다면 인간은 곧 죽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는 작금의 오염 상황을 인간의 관점에서보다는 가이아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현재 공업화에 따른 환경 오염이 가장 심각한 장소는 북반구 온대 지방의 대도시 주변일 것이다. 일본, 미국의 해안 지역, 서유럽과 소련의 일부 지역들은 인구 밀도가 매우 높아 특히 대기 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자 여러분들은 비행기로 이런 지역을 지나면서 아래를 내려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서조차도 만약 바람이 조금 불어서 스모그가 조금 벗겨졌을 때라면 여러분들은 으레 녹색 빛깔의 지표면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땅은 대부분 초록색으로 덮여 있으며 다만 군데군데 회색의 반점들로 점철되어 있으리라. 공업 단지는 확실히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회색이 무성하고 그 주변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집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속에서도 지표면의 일반적인 색채는 녹색이며 나무며 풀들이 의외로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으리라. 자연 식생은 도처에 널려 있으면서 다시 모든 지표면을 뒤덮을 수 있기만을 고대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체험하였던 많은 사람들은 공습으로 완전 파괴된 도시 지역들에서 야생화가 얼마나 급속히 번성하였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공업 단지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노라면 그것이 흔히 환경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듯 그렇게 삭막한 사막과 같은 지역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만약 대부분의 인구 밀집 지역과 공업 단지에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인류의 활동에 대하여 그렇게 깊이 우려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불행히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위의 예는 우리들이 문제를 잘못 진단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은 급진적인 환경 보호주의자들이 환경 오염의 실제적 또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경고성의 발언을 행할 때 그들을 두둔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에 대한 반응에서는 우리들이 너무 과민해지지 않도록 자제해야만 할 것이다. 에어로졸 스프레이식 제품들을 모두 금지시키자는 캠페인을 지지하는 문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모든 미국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분사식 제품들,"그리고 그 밑에는 "비교적'해가 없다'는 제품들도 지상의 모든 생물들을 멸망시킬 수 있습니다." 라고 씌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속된 과장적 표현은 정치적 구호로서는 바람직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학적 표현으로는 오직 잘못된 서술에 불과하다. 우리들은 더럽혀진 목욕물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어린아이까지 내던져 버려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들은 이제 환경 보호주의자들이 주장하듯 심지어 목욕물까지도 버려서는 안 된다. 목욕물은 재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에어로졸 스프레이와 냉장고, 에어컨 같은 편리성 도구들을 계속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견해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한편 우리들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이론을 근거로 우리들의 일상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들을 무조건 생산 금지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서 무턱대고 찬성할 필요도 없다. 인간의 활동 때문에 우리 지구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 도시화와 공업화라는 단순한 것뿐 아니라 다음 데에서도 찾아진다는 점을 우리들은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현대 산업 사회의 도시인들은 자신들의 주변에서 생태학적으로 좋지 않은 어떤 일이 저질러졌다면 그것을 개선시켜 원상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였다면 어떻게 할까? 우리 인류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정말로 중요한 지역은 열대 지방의 삼림과 대륙 연변의 바다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자연의 파괴에 따른 악영향이 미처 발견되기도 전에 생태계 파괴 행위는 돌아 올 수 없는 경계선을 넘어 서 진행되어 버리기 십상이리라. 그러면 그 결과로 예기치 못한 재난이 시작되는 곳도 바로 이러한 지력이 되리라. 인류는 대륙붕과 열대 지역에서 생산성을 감소시키고 그곳의 생태계유지에 필수적인 몇몇 생물종들을 멸종시킴으로써 가이아의 활력에 커다란 손상을 주고 있다. 또 인류는 잠재적으로 가이아에 크게 유해한 독성 화학 물질들의 막대한 양을 바다와 공기 속으로 쏟아부음으로써 설상가상으로 가이아를 분노케 하고 있다.
유럽, 미국, 그리고 중국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볼깨, 만약 전세계적으로 사려 깊게 농업 생산이 추진되면 인간을 제외한 가이아의 다른 구성원들을 크게 해치지 않고서도 현재보다 두 배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고도의 기술 개발과 그 기술의 현명한 적용이 없이도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일 것이다.
결국 우리들은 레이철 카슨 여사가 원인을 잘못 짚긴 하였지만 결론은 제대로 이끌어 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음울한 가능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 ＤＤＴ나 기타 농약들로 새들이 희생되어 새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일런트 스프링이 조만간 닥치리라. 그러나 만약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해도 그것은 농약에 의해 새들이 중독되어 나타나는 것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인류의 머리 수를 늘리기 위해 농약이 사용되고, 그 결과 지구상에서 새들이 살 수 있는 장소를 빼앗김으로써 새들은 사라질 것이다. 개럿 하딘 박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인구의 적정수라는 것은 지구가 먹여 살릴 수 있는 최대의 인구수가 아님을 명심하자. 더욱 솔직하게 말한다면 '지상에는 오직 한 종류의 오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 그 자체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