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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cture602
기독교 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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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영안
작성일 2000-10-17 (화)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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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위기에 대응하는 제사장 신학 (계명대 정중호)
                       생태계 위기에 대응하는 제사장 신학
                                                                      계명대 / 정중호

I. 서론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만물들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자연을 향해 "좋다"라고 선언하였다(창 1:31). "하나님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라는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상은 하나님의 사랑스러운 피조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독교 전통에는 이원론적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 있다. 정신적인 것은 선하고 물질적인 것은 악하며 내세는 귀중하나 현세는 멸망의 성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러한 경향은 또한 이스라엘과 가나안의 종교를 대비시키는 모습에서 가나안의 바알을 물질적이며 풍요의 상징으로 부각시키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독교에 나타나는 이원론적 사상은 후기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헬라시대 이전의 히브리 사상에서는 통합적인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 있다. 뤼테르(Rosemary R. Ruether)는 히브리 예언자들이 통합적인 사고를 하였음을 강조하며 주장하기를 "인간과 자연은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하는 하나의 계약 피조물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그녀는 "인간과 사회와 자연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메시야적인 거룩한 비젼으로 되돌아가야한다"고 역설하였다.
 현재 21세기를 눈 앞에 두고있는 세계는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되어 있으며 생태계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분명 창조신학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관리자로서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자연을 착취하며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가? 악한 관리자가 선한 관리자가 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는가? 파괴되고 상처난 것을 치유하는 길은 있는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창조신학은 충분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서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신학이 있다. 바로 창조신학과 관련된 제사장신학이다. 본 논문의 목적은 제사장신학이, 특히 제사의식에 나타난 제사장신학이 생태계위기에 직면해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응적 신학임을 제시하는데 있다.

II.  총체적 생태계

 생태계(ecosystem)라면 보통 동물과 식물을 포함하는 자연생태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을 제외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은 인간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존재한다. 우선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살펴보면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은 모두 네페쉬 를 갖고 있다(창 2:7, 19; 9:9-10; 레 11:10, 46; 24:18; 민 31:28). 따라서 동물들이 흘린 피는 땅에 묻어야 한다(레 17:13). 동물들도 율법 아래 있다. 동물들도 안식일을 준수하여야 한다(출 20:10). 동물들 역시 하나님과 계약을 맺었으며(창 9:9-10) 새로운 계약의 상대자가 될 수 있다(호 2:20). "생육하고 번성하라"라는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기본적인 축복이 동물이나 인간에게 동일하게 주어진다(창 1:22, 28).
 한걸음 더 나아가 제사장신학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님과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하나님은 인간주거지 한복판 성전에 거주하며 인간과 자연을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사장신학에서 말하는 생태계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하나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총체적 생태계'(total ecosystem)라고 명명할 수 있다.
 제사장신학에서 거룩이라는 개념은 평범의 영역이 아닌 것을 말하며 동시에 부정한 것이 아닌 정결한 것을 의미한다. 부정의 영역이 죽음의 영역이라면 정결은 생명의 영역이고 동시에 거룩은 철저하게 생명으로 충만된 영역을 말한다. 따라서 '총체적 생태계'는 생명으로 충만해야 한다.
 생태계의 위기라면 자연생태계의 위기를 일단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인간 사회에서의 정의가 무너지는 것은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 부마-프레디그(S. Bouma-Prediger)는 이 둘의 관계를 생태정의(ecojustice)라는 단어로 표현하였다. 뿐 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하나님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자연생태계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 그리고 하나님의 위기와 관련이 있고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에 처한 자연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제사장신학적인 방안은 단순히 자연생태계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 생태계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III. 생태계 위기의 발생 원인

 린 화이트(Lynn White, Jr)는 주장하기를 환경오염 문제의 원인은 과학과 산업기술에 있다기 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나 가치체계에 있다고 하였다. 린 화이트는 한걸음 더나아가 현대인의 가치체계와 자연에 대한 태도는 서구사회의 종교적 지주인 기독교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린 화이트의 이러한 주장은 창세기 1:28에 나타난 자연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창세기 1:28이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본문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조점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과 힘겹게 싸우며 생존투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에 그리고 많은 피조물을 신으로 믿고 바위나 산이나 별들을 향해 경배하는 시대에 자연은 피조물이며 인간은 그 자연을 선하게 관리하는 존재임을 창세기 1:28에 부각시켰다. 이러한 강조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는 인상을 주었으며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기 보다 상하 관계로 인식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성서를 오해하는데서 발생한 것이지만 그 여파는 기독교 역사에 상당히 깊게 침투되어 있음도 사실이다.
 총체적 생태계의 구성원은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다. 이 중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위기상황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은 바로 사람이다. 우선 자연은 원래 자생력과 자정능력이 있기에 스스로 생태계를 위기로 몰아넣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자연 생태계를 상처입히고 파멸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연 생태계의 관리자이기 때문이다(창 1:28). 또한 사람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서 사람이 죄를 저지르면 자연은 상처를 입게된다. 아담이 죄를 지었을 때 저주를 받은 것은 아담이 아니라 땅이었다(창 3:17). 사람이 자연(땅)과 연결되어 있음은 사람을 '흙덩이'로 보는 J기자의 설화(창 2:7)에서 분명히 볼 수 있다. 환경오염으로 나타나는 현대의 생태계 위기 문제는 결국 인간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빚어진 잘못 때문에 일어난 문제이다. 자연  생태계에 위기감이 감돌면 즉 흙이 위기에 부닥치면 필연적으로 흙덩이인 인간은 그 생존에 위기가 닥쳐온다.
.  생태계 위기의 발생 원인을 '하나님의 말씀' 즉 하나님에게서 찾기 보다 인간의 잘못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 총체적 생태계는 하나님이 중심이 되어 살아가는데 고대 이스라엘 시대의 말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하나님이 사시는 '하나님의 집' 즉 성전을 중심해서 살아간다.  '하나님의 집'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은 바로 하나님의 환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제사장신학에 의하면 인간이 죄를 지을 때 그 영향은 '하나님의 집'에 미쳐서 '하나님의 집'을 오염시킨다고 하였다. 그 오염이 극에 달하면 하나님은 더 이상 '하나님의 집'에 살 수가 없어서 떠나시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그 성전과 그 성전을 둘러싼 마을은 하나님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파멸의 길로 치닫는 것이다. 하나님의 환경을 오염시켜 하나님과 인간이 더불어 살 수 없도록 만든 장본인도 역시 사람이며,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죄 때문이다.
 총체적 생태계의 위기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사람의 죄라는 진단은 생태계 위기가 신학적이요 신앙적인 문제임을 명백히 보여 주고 있다. 현대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생태계 위기는 이제 신앙의 문제이며 그 해결방안은 신앙고백적인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IV. 생태계위기에 대응하는 방안

 환경오염 문제와 생태계위기의 문제라면 우선 창조신학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신학이 생태계가 위기에 직면하기 이전의 상태와 생태계 유지의 기본적인 원리를 제공하는 신학이라면 제사장신학은 생태계 유지를 위한 실천방안과 생태계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하나님의 환경을 포함한 개념으로 대응하는 제사장신학의 제의적 대응방안과 음식법을 통한 대응방안은 총체적 대응방안이라 할 수 있다.

 1. 제의적 대응방안

 생태계위기에 대응하는 제의적 방안은 바로 인간이 저지른 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제사장신학의 핵심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바로 속죄제(정화제사; Purification Offering)와 속건제(배상제사; Raparation Offering) 등 제의적인 방법을 통해 회막을 정화시키고 하나님이 편안하게 계실 수 있도록 제사장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제사장의 노력은 죄가 발생한 후에 행해지는 치유적인 행위임과 동시에 예방적이며 적극적인 대응행위이기도하다. 이 제사의식 가운데 주목할 점은 인간의 죄 때문에 동물이 제물이 되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하는 점이다. 인간의 저지른 죄의 중대함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정화제사(속죄제)에서 정화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계신 성전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따라서 제사장은 정화의 기능이 있는 피를 사람이 아닌 성전의 제단과 성소 그리고 지성소에 뿌리게 된다. 이러한 절차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죄가 '하나님의 집'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제사장은 '하나님의 집'을 정화시키는 제사를 드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속죄일 제사를 살펴보면 정화제물의 피를 성전에 뿌리고 바르는 절차도 있지만 '아사셀을 위한 염소'에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실어서 광야로 보내는 절차도 있다(레 16:20-22). 이 경우 대제사장은 이스라엘 백성을 대신해서 그들이 저지른 고의적인 죄를 하나님께 고백하고 염소에게 안수함으로 염소가 죄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 염소가 광야로 나갈 때 그죄는 성전에서부터 축출되고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의 거주지로부터도 제거되어 지는 것이다. 하나님의 환경이 정결해짐과 동시에 인간의 환경도 정결해 지는 구체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정화제사와 배상제사의 절차 가운데 중요한 것은 제사를 드리는 사람의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는 절차이다. 대속죄일에는 대제사장이 백성을 대신해서 죄를 고백하며 정화제사를 드리게 된다. 이러한 제의 절차 가운데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점은 제의가 하나의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제의를 통해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는 인간변화를 일으키며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인간의식과 인간행동의 변화는 제의가 산출할 수 있는 예방적이며 적극적인 대응방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제사 가운데 화목제가 있다. 즉 육식을 할 경우 마음대로 도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종류의 동물을 일정한 방법으로 일정한 장소에서만 도살하여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정해 놓았다. 화목제를 통해서 인간에게는 고기로 영양을 공급해주면서 동시에 동물의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질문이 있다. 희생제사 즉 동물을 죽여서 제사를 드리는 의식을 거행하는 제사장신학이 어떻게 동물을 포함한 생태계 위기의 대응방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희생제사가 당시에 편만한 종교적 관습이라는 점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즉 제사장신학이 희생제사의식을 창안했다기 보다 당시에 편만한 희생제사의식을 야훼신학화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제사장신학은 동물 생명의 소유주는 하나님이라는 철저한 신학적 바탕을 가지고 있으며 무분별한 도살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러한 신학은 동물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오히려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동물들이 피를 흘려야하는 시청각적인 신앙교육을 통해 죄를 미연에 예방하고 총체적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물의 생명을 귀중히 여기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P의 도살방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P에서는 제의적 도살에  샤하트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샤하트 는 '목을 긋다(자르다)'라는 의미로 짐승을 도살할 때 고통을 적게 주려고 신속하게 행동하며 단시간에 피를 채취하려는 도살방법을 의미한다. 성서에서는 도살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탈무드에서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도살에 사용되는 칼이 날카롭고 흠이 없어야 하며 도살하는 동작이 재빠르고 중단없이 시행되어야한다. 이러한 방법의 목적은 분명하다.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피를 신속하고 용이하게 채취하려는 것이다.

 2. 음식법을 통한 방안

   A. 피를 먹지 말라.

 중요한 것은 생태계가 위기를 맞기 전에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하고 하나님의 금지명령을 어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금령 중에 생태계 보호를 위해 특별히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피를 먹지 말라는 금령이다. 제사장자료에는 희생제물의 피(그리고 기름기)를 먹지말라(레 3:17)라는 금지명령과 사냥물의 피를 먹지말라(레 7:26)라는 금지명령이 나타나 있으며, 성결법전(레 17:10-14)에도 이 점이 강하게 부각되어 있다. 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지 않고 먹지 말라고 한 것은 고기를 피와 함께 먹지 말라는 뜻이다. 즉 고기 먹는 방법에 관한 가르침이다.
 노아에게 내린 금지명령(창 9:3-6)의 내용을 살펴보면;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너희에게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푸른 채소와   같이 모든 것을  내가         너희에게 준다. 그러나 생명인 피와 함께 고기를  먹지 말라. 참으로 너희의 생명인  너희의 피를 내가 찾겠다. 모든 짐승에게도 내가 그것을 찾을 것이며, 각 사람에게도 그의 형제로 인하여  각 사람의 생명을 찾을 것이다. 사람의 피를 흘린 자는 그 사람 때문에  그의 피가 흘려질 것이라.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이나 동물의 생명이나 그 생명을 함부로 죽여서는 아니된다. 만약 함부로 죽이는 일이 일어났다면 하나님이 직접 벌을 내리실 것이다. 창세기 9:5는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제사장신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은 인간의 피를 흘리지 말아야 하며 또 동물의 피를 먹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창 9:3-6; 레 17:10-14). 왜냐하면 피는 곧 생명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주인은 창조주 하나님이며 인간은 생명에 대한 소유권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동물의 고기가 음식으로 허락되었지만 동물의 생명까지 취하는 권리가 허락되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축을 도살할 때는 반드시 화목제를 드려 피를 제단에 쏟은 후 그 고기를 먹도록하였으며(레 17:3-4), 사냥한 고기를 먹을 때는 반드시 그 피를 땅에 쏟은 후 흙으로 덮도록 하였다(레 17:13-14).  만약 이러한 명령을 어길 경우 범법자는 살인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레 17:4, 14).
 피에 대한 금지명령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내려진 것이 아니라 온 인류에게 내려진 명령으로 십계명보다 상위법이라 할 수 있다. 고대 근동에서 피가 제의에서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은 고대 아랍사회 외에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더구나 피에 대한 금지명령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를 금지하는 명령은 제사장신학이 이룩한 창의적인 신학으로 하나님의 소유물인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동물의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동시에 피를 먹지 못하게 한 것은 인간이 생명을 파괴하는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조치인 것이다.

   B.  음식법의 의미

 레위기 11장에 나타나는 음식법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 즉 부정한 것으로 분류하여 그 동물들의 고기를 먹지 말도록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여러가지 학설을 제시하였다;
  (1) 위생적 이론(hygienic theories) - 병을 옮긴다거나 기타 위생상 부적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도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낙타가 금지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대부분의  비위생적인 것들은 고기를 요리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될 수 있는 것들이다.
  (2) 제의적 이론(cultic theories) - 동물들이 신을 대표하거나 이방종교 관습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예를들면 황소는 야훼종교에서나 가나안 종교에서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이 이론은 적합하지 않다.
 (3) 심미적 이론(aesthetic theories) - 시체를 먹는 동물, 혹은 보기에 더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축인 낙타와 당나귀 그리고 토끼와 말 등을 금지하는 것은 이 이유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문명권에서는 더럽게 보지만 다른 문명권에서는 아름답게 보는 것이 있음을 주목해야한다. 특히 유럽인의 시각에서 더러운 것이 동양인의 시각에서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4) 상징적 이론(symbolic theories) - 인간과 비슷하거나 인간의 행동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정결한 동물의 행동은 이스라엘 백성이 본받아야할 행동이며, 부정한 동물의 행동은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정결한 동물이 반추하듯이 인간은 율법을 명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유는 너무나 주관적이라 할 수 있다.
 (5) 사회인류학자인 메리 더글라스(M. Douglas)는 두르크하임(Emile Durkheim)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이유를 내세웠다. 더글라스는 두르크하임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여 제의 관습은 그 사회의 가치체계를 반영한다고 하면서 동물들을 분류하는 것 역시 그 사회의 가치체계를 반영한 것이라 하였다.  더글라스는 동물세계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다. 즉 땅과 물과 공중이라는 영역인데 각 영역의 동물들은 각기 다른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는 두 날개로 날고, 짐승은 네발로 걷고, 물고기는 비늘과 지느러미로 헤엄친다는 것이다. 각 영역 안에서 그 영역의 행동양식을 따르는 것은 정결한 것이고 이 영역을 넘나드는 것들은 부정한 것 즉 오물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날개가 있으면서 다리가 여러개 있는 곤충같은 것은 오물이 되는 것이다.  더글라스는 '오물(dirt)'이론을 주장하였는데 오물이란 있어야할 곳에 있지 않는 것 혹은 질서에 조화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그스(A. S. Meigs)가 지적하였듯이 제자리에 있지 않아도 오염시키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새 옷을 식탁 위에 놓았을 때 아무런 오염도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더글라스가 레위기 11장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짐승들의 '발바닥'을 뜻하는 카프 레겔 (27절)을 '손'으로 번역하였다. 휴스턴(W. Houston)은 지적하기를  쉐레츠를 더글라스가 동물의 움직이는 양태로 이해한 것은 오류이며 이 단어의 뜻은 '다수' 혹은 '무리'라고 하였다. 따라서 휴스턴의 주장은 더글라스의 동물 행동에 의한 분류에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동물분류에 있어서 레위기 11장은 네가지로 분류되어 있고 창세기 1장은 다섯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더글라스는 레위기의 분류를 세가지로만 보고 있는 약점이 있다.
 (6) 경제적 물질주의(economic materialism) - 헤리스(Marvin Harris)는 문화나 종교가 음식관습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에서 음식관습이 생겨나고 종교가 그 관습을 강화시킨다고 보았다. 예를들면 인도에서 소를 먹지않는 이유는 종교적 관습에 있다기 보다 경제적 이유에 있다는 것이다.  가뭄이 들고 기근이 닥쳐왔을 때 소를 먹어버리면 비가 왔을 때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됨으로 소를 먹지 않도록 종교가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낙타나 말은 귀중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헤리스는 주어진 생태계의 환경(ecological setting) 속에서 발생된 관습이 종교적으로 강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헤리스는 물고기와 새를 금지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였다. 동시에 고대의 생태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장된 헤리스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때로는 경제적 이유보다 문화와 종교적 이유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헤리스는 간과하였다. 예를들면 동일 지역에서 살고 있는 유태인과 이슬람인들이 서로 다른 음식법을 지키고 있는 점을 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7) 도덕적 상징적 이론(moral-symbolic theories)
 밀그롬(J. Milgrom)은 동물을 분류하는 것은 그 사회의 가치체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두르크하임과 메리 더글라스의 이론을 참고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였다. 우선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동물과 사람을 세가지 영역으로 각각 분류하면 서로 유사한 점을 또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거룩한 정도에 따라 "제사장 - 이스라엘 백성(과 나그네) - 인류"로 분류하고 동물은 "제물 - 먹을 수 있는 동물 - 모든 동물" 등으로 분류하면 서로 간에 유사한 점을 더욱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분류는 공간적인 구분인 "성전 - 이스라엘 - 온 땅"의 구분과도 비슷하다. 이러한 분류와 구분을 전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음식법은 이스라엘 땅과 이스라엘 백성의 영역에 해당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음식법은 인류와 구분된 이스라엘 백성의 선택의 표시이며 거룩한 땅으로서의 이스라엘 땅의 선택적 표시로 나타난다. 음식법이 이스라엘의 선택과 관련된다는 것은 초대교회의 논쟁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초대교회가 이방인 선교에 역점을 두면서 이방인기독교인에게 음식법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행 10:9-16, 27-28; 11:4-12)가 바로 음식법이 이스라엘 선택사상에 기인하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선택은 결국 '거룩'이라는 단어와 직결된다; "너희는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6). 그러나 피를 먹지말라는 금령은 그대로 존속시키고 있는데 이유는 이 금령이 온 인류에게 해당되는 금령이기 때문이다.
 음식법에서 동물들을 구분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선택 사상과 거룩성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생명을 존중하는 이유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동물의 종류를 제한하는 것은 일부의 식용 동물을 제외한 다른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성결법전(H)은 음식법의 의미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고기음식은 반드시 성전에서 도살하도록 하였으며(레 17:3-7), 여러 성전이 아니라 하나의 중앙성전에서만 도살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따라서 육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되었으며 동물의 생명을 그만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농경사회에서 육식을 먹을 기회란 특별한 축제 외에는 드문 일이었다. 왜냐하면 재산인 가축을 감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제사장신학은 육식을 더 어렵게 만드는 신학을 첨가하여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져 하였다.
 물고기의 경우 우선 해안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거기다가 또다시 신학적인 제한을 두기 때문에 극도로 제한된 물고기만 먹을 수 있었다. 결국 먹을 수 있는 동물들은 소, 양, 염소, 비둘기, 산비둘기, 메뚜기, 몇 종류의 물고기 등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음식법은 결국 (1) 먹을 수 있는 동물의 종류를 제한하고, (2) 도살하는 방법과 장소를 한정시키며, (3) 생명은 하나님의 소유라는 의미로 피는 먹지 말라고 금지함으로서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제사장신학에서는 먹을 수 있는 동물을 구별하여 한정시켰으며 동물을 도살할 때는 화목제를 드리도록 하였다. 이러한 의식과 음식법은 매일 매일의 식탁에서 시행되는 '밥상머리 교육'을 가능하게 하며, 가정을 정결하게 하고 가정에서부터 지켜지는 법으로 삶의 핵심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바로 자연의 생태계를 보호하며 나아가서 거룩한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체험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며 실제생활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V. 결론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 자연생태계만 눈여겨 본다면 신학적인 해결방안을 발견하기 어렵다. 자연생태계는 인간과 관련이 있고 나아가서 하나님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필자는 이 전체를 통틀어 '총체적 생태계'(total ecosystem)라 명명하면서 제사장신학을 활요하여 생태계 위기에 대한 신학적 대응방안을 모색하여 왔다.
 거룩한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핵심적인 존재는 바로 인간이며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죄가 문제이다. 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제의적인 방법인 정화제사(속죄제)나 배상제사(속건제)를 통해서 신속히 해결하는 방안이며 이는 곧 하나님과 사람이 올바른 관계에 있을 수 있도록 정상화시키는 방안이다.
 생태계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더욱 바람직한 것은 생태계 위기를 예방하는 방안이다. 제사장신학에는 피를 먹지 말라라는 금령과 더불어 음식법이 제시되어 있다.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고백하고 정결한 식생활을 통해 이스라엘이 선택된 백성이요 거룩한 백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하는 실제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동물을 보호하며 밥상머리 교육을 실시한 이 실천방안의 원리는 오늘날 생태계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실천전인 방안으로도 원용할 수 있다.

정중호, {구약논단} 제3집(1997) 108-128 에 게재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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