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이태규
ㆍ작성일	2001-12-07 (금)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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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동거의 명암
최근 개봉한 영화 ‘와니와 준하’는 사랑하는 남녀의 동거 생활을 축으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동거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호기심에 동거를 매개해주는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남성회원은 유료입니다.’ 그리고 씁쓸한 자기소개도 이어졌다.
‘저를 먹여살릴 수 있는 분….'
동거는 윤리적으로 단죄받기 쉽다.
기성 세대의 동거가 그러했다.
그들에게 동거는 피치못할 이유로 맺는 사실혼의 형태로만 가능했다.
혼전·혼외동거는 성윤리의 경직된 권력적 작용에 의해 철저하게 ‘비정상적인 삶’의 형태로 낙인찍혔다.
젊은 세대들이 동거를 하나의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그러한 윤리적 권력이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동거는 경제적으로 얼룩질 수도 있다.
생활비를 줄이려는 대학생들의 동거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종속된 성을 두고, 인격의 성숙이나 주체적인 자아실현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동거문화가 무엇보다도 각자의 일과 사랑 그리고 성의 삼각관계 안에서 진실되게 자신의 삶을 이해해가는 반성적 경험의 과정으로 자리잡았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성과 사랑을 독점하려는 소유욕이 아로새겨진 결혼제도는, 그런 동거문화에 의해 좀더 합리적인 형태로 변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언론에 잠깐 불거진 간통죄도 그런 변화의 흐름에서 비껴갈 수 없다.
어쨌든 동거문화가 사랑의 무덤이 아니면 외로움의 무덤으로 들어가야 하는 딜레마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조선일보] 2001-12-05 (문화) 칼럼.논단 21면 45판 732자
[이상돈 고려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