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이대성
ㆍ작성일	2001-12-11 (화)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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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배아 복제시대 정녕 윤리는 죽었는가
[한 겨 레] 2001-11-29 (과학.의학) 칼럼.논단 23면 01판 1119자
[21세기를 여는 열쇠]인간배아 복제시대 정녕 윤리는 죽었는가
과학과 윤리의 문제가 나올 때면 대개 사람들은 과학과 윤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 민간기업 어드밴스트셀테크놀로지(ACT)가 인간 배아 복제와 단성생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과학과 윤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성생식이란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란과 배아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자 없이 난자만으로 배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곤충이나 도마뱀, 조류의 일부가 특수한 조건에서 이 생식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포유류의 경우엔 단성생식으로 배아가 생성되어도 정상 성체로는 자라나지 못한다.
그러나 배아 자체는 형성되기 때문에 이른바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에이시티를 비롯한 일부 생물공학 기업들은 이 방법으로 배아를 복제하면 골치아픈 윤리 문제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배아 줄기세포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어차피 아기가 될 수 없는 배아니까 파괴해 줄기세포를 얻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에이시티는 자신의 의도가 난치병 치료임을 구구절절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뺨치는 이 기발한 '꼼수'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학과 윤리의 조화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지경에 내몰리게 된 윤리를 애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시대의 윤리 담론이 오로지 '윤리 피해가기'나 '윤리 구색 맞추기'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에이시티의 발상은 인간 개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만 피하면 윤리 문제는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량의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과배란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윤리와 안전 문제, 의도적으로 창출될 '불구 배아'의 윤리적 지위 문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방법이 인정될 경우, 한층 더 교묘하게 윤리를 피해가는 기술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윤리는 점점 더 수세에 몰리고, 속된 말로 "윤리는 면피만 하면 된다"는 정서가 팽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일은 윤리의 적극적인 추구나 존중을 철없는 꿈으로 비웃고 현실론을 앞세워 윤리 비켜가기를 정당화하는 풍토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스며드는 사태이다. 김동광/과학세대 대표 kwahak@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