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이태규
ㆍ작성일	2001-12-07 (금)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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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안락사 의사는 자살 방조죄?

얼마 전 의사협회가 안락사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듯한 윤리지침을 발표하여 논란이 있었다. 이 지침을 보면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자율적 결정, 또는 가족 등 대리인의 판단에 따라 환자나 대리인이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할 경우 의사가 수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안락사는 그 조건과 성격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우선,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서 자발적 안락사와 비자발적 안락사로 구별할 수 있고, 환자가 사망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처하였는가, 아니면 환자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조처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가에 따라서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구별하기도 한다.
이런 구별에 따르면 이번의 윤리지침은 자발적/비자발적 유형을 불문하고 소극적인 안락사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법과 상충하는 점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사실, 자발적 안락사는 자살의 일종으로 간주할 수 있다. 자살도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행위의 억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자연의 힘이나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의도를 실현할 수도 있다. 자발적 안락사의 경우에, 환자 자신이 자신의 생을 끝내기로 결정하고 의사의 도움으로 그 의지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이 사람은 자살자요, 그 의사는 자살 방조자가 된다.
어느 사회에서도 자살을 불법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개의 사회에서 자살 방조는 불법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자살자는 처벌할 방법이 없지만, 자살 방조자는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자살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거라면, 그것을 방조한 사람에 대해서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살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없는지 명백한 문제가 아니라면, 자살 방조를 불법화하고 처벌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자살의 정당성이 문젯거리로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자살 방조의 처벌은 정당화될 수 있다. 자살 방조란 한 사람의 청에 따라서 그의 생명을 거두는 일이므로, "자칫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risky) 행동이다.
그러나, 남은 삶이 며칠 남지 않은 노인이 죽음을 집에서 맞고 싶어서 환자와 가족이 치료의 중단과 퇴원을 요구하는 경우(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이를 허용하는 의사는 자살을 방조한 것인가?
[한 겨 레] 2001-12-03 (문화) 기획.연재 37면 01판 1196자
민찬홍 교수의 철학산책/한남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