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 있어서 명상과 사회 행동 2 :제임스 노엘
1에서 이어집니다.
고난, 직관, 그리고 희망
흑인영가 "길리앗의 향유"는 노예제의 맥락에서 생겨난 아프로아메리칸 영성의 또 다른 면모를 묘사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예레미야서에서 "거기에 길리앗의 향유가 있느냐?"라는 물음을 지적하면서 노예들은 그들의 영성으로 그 질문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였다면 그것은 여전히 아름다운 영성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예들은 사변적 신학을 넘어섰다. 그들은 고난을 받았었고,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한 고난의 한가운데서 그들은 길리앗의 향유가 있는지, 없는 지를 묻지 않고 그 물음표를 "길리앗의 향유가 있구나!" 하는 감탄문과 선언으로 바꾸는 놀라운 신학적 통찰력을 배우고, 또 습득했다. 고난은 다른 노예의 노래들 속에 분명히 나타나 있는 것처럼 신비적 직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실존적 이해는 고난, 바로 누군가에게 "우리 주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런 종류의 고난을 통해 얻어진다. 그 노래가 불리어 졌을 때 그것은 노예들이 그들 자신의 고난을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시킴으로써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해 묵상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여기에 흑인영성의 비밀이 있는데. 그것은 시몬느 베이유가 "고난에 관한 인식"이라고 표현했던 기독교 핵심이기도 하다. "못이 파고드는 가운데도 그의 영혼이 하나님을 향해 있는 사람은 우주의 바로 그 중심에 못 박힌 자신을 발견한다. 그 중심은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것도 아닌 진정한 중심, 바로 하나님이다...이러한 놀라운 차원 속에서 육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장소를 떠나지 않고도 영혼은 시간과 공간 전체를 가로질러 하나님의 현존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그것은 조용히 앉아서 십자가를 묵상하고, 역사적 사건으로 십자가의 사건을 연구하여, 대속의 교리로서 십자가의 대속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억압이나 고난을 통해 십자가의 사건을 경험하는 것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흑인의 경험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것이다. 흑인의 영성은 그 경험으로부터 형성되고 자라났다.
명상, 역사적 상황, 그리고 사회 행동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에는 모든 측면에서의 흑인의 경험이 개재되어 있으며, 그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성과 속의 그릇된 이분법으로 본다면 그같은 영성에 있어서 인생의 개체적이고 집단적인, 수평적으로 수직적인 차원은 유럽인들의, 그리고 백인 미국인들의 영성 만큼 위대하지는 못하다. 그것은 흑인들의 어떤 특정한 덕목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흑인의 영성이 발전해 온 역사적 조건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은 전체 기독교의 영성형성에 공헌을 하였다. 즉 정통주의와 정통적 실천 사이의 이분법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다.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에 있어서 명상과 사회행동 사이에 모순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현재 실재하는 세계를 제외한 세계에 대한 어떠한 경멸도 없다.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은 그렇게 되어야 할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박애와 저항(사회행동)은 존재와 당위 사이의 간격을 메꾸는 영적 실천이다. 정의와 관계를 맺지 않는 영성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비성서적이며, 오로지 정치적, 심리적 억압의 구조를 강요하는 것일 뿐이라고 흑인의 영성은 말한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스스로 이타적인 사랑 속에서 이웃을 만나지 않는다면 명상을 통해 존재의 깊이 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그곳에서 하나님을 경험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을 통해 묵상된 성서의 하나님은 영원히 존재하는 분이실 뿐만 아니라 "별들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우리 주님은 찬란한 아침을 가져다주시네" 하는 영가 속에 반추되어 있는 비전, 바로 묶인 자들을 자유케 하시는 권능과 영광 속에 오시는 분이시다.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묵상은 억압받는 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억압을 비판하고, 희망 속에서 억압의 현상유지를 부정케 하며, 그리고 사회행동을 통해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게끔 만단다.
이 같은 영성을 통해 사람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정태적 용어로서가 아니라, 루벤 알비스(Ruben Alves)가 "사람이 일차원적 존재에서 벗어났을 때, 그의 의식은 사실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한 가운데 그 사실들의 반대 측면을 보게 된다. 이제 그 사람은 더 이상 세계와의 접촉에 있어서 반복적인 되풀이를 그만둔다. 사람이 비판적으로 되었을 때 그는 자유함 안에서 새로이 태어난다"라고 서술한 그런 의미에서 "거듭 나게" 된다.
영성은 사회행동을 통해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그러한 희망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 알비스가 말한 대로 사람이 자유로운 행동을 유발하는 의식 그 자체를 자각하게 되었을 때에만 그 의식은 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계획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을 통해 습득된 흑인의식은 그러한 의식이다. 따라서 새로운 미래는 주어진 상태 그대로의 사업의 논리에 의해 설계될 수는 없다. 실제로 그것은 흑인들과 그들의 영성에 의해 거부된 것과 동일한 논리이다. 오히려 흑인들은 주어진 것이 아닌 희망에 바탕한 논리를 역사 속으로 끌어들이기를 원한다. 흑인의식은 사실 논리, 바로 억압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궁극성을 부정한다. 이러한 새로운 의식은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것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인간상은 억압의 현실에 맞서는 의식을 가진 인간 주체의 창조물이다. 그러한 의식만이 희망 안에서 새로운 미래를 형상화할 수 있다.
아프로아메리칸 영성의 특징이랄 수 있는 묵상과 사회행동을 잘 조화시켜 나간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대표적 지도자는 마틴 루터 킹 박사였다. 한 설교에서 킹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허락하신 바 역사의 모든 과정에 대한 파노라마를 마음에 그리면서 무언가에 이끌리어 명상하는 듯한 자세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웅대한 이집트와 그리스 문명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대한 역사적 시기들을 보여준 뒤에 하나님은 킹에게 어떠한 시대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으셨다. 킹은 청중들에게 그 어떤 다른 시대에서도 온 세계의 사람들이 "우리는 자유롭기를 원한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자신은 그러한 외침이 울려 처지는 20세기 후반 바로 이 몇 년 안되는 시기 속에서 살려 한다고 대답하였노라 말하였다.
아프로아메리칸 민중들이 만약 그들을 짓누르는 압제를 이겨내려 한다면 그들은 그들 자신의 역사의 주체이자 창조자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자신과 하나님의 현존에 대한 "실존적 이해"는 역사, 바로 흑인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수반한다. 역사적인 것이 명상의 영역으로 들어올 때 그 결과물로서 사회행동이 도출된다. 킹에게 있어서 역사는 하나의 신비이자 그리스도 사건의 중심적 목표점을 행해 돌진하는 본래적 의미와 중요성을 가진 진보의 과정이었다. 흑인들이 명상을 통해 역사적인 것과 만나듯이 그들이 역사의 주체가 되는데 있어서도 그들은 사회행동을 통한 자유와 해방의 성취라는 역사적 임무를 발견하게 된다.
킹의 설교는 니콜라이 베르자예프(Nicolai Berdyaev)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인간의식의 내적인 정화와 치성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식의 심층을 뚫고 터져 나와 시간의 깊이 속으로 스며들도록, 다시 말해 그 자신의 심성이 깊이 속으로 침투하도록 만든다. 그 자신의 자아 깊숙이로 내려갈 때만 사람은 진정으로 시간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피상적이고 별난 어떤 것이 아니라... 그 자신 안에 내재된 가장 심오하고, 가장 신비스런 차원을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한 그러한 유형의 영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같은 명상은 킹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행한 설교에서 "나는 산꼭대기 위에 있었습니다..."라고 말하였던 신비스러운 역사의 높이에로 그를 인도하였다.
이제 그것은 의의 길에서 우리를 지키고, 하나님 나라에로 우리를 이끄는 검은 것의 영성, 흑인의 영성,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으로 남아 있으면서 흑인들을 그러한 영성으로 인도한다.
영성은 아프로아메리칸들의 독특한 세상 속에서의 존재양식을 형성한다. 그러나 오늘날 아프로아메리칸들은 그들이 노예로 있을 동안에 그들의 실존을 파괴시키려 했던 것과 똑같은 비인간화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비록 그 약령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띠고, 더 포착하기 어렵게 되어 있지만, 그 결과는 결코 덜 파괴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류계급"이라 개념 지워지는 계층 속으로 몰락하는 아프로아메리칸의 수가 나날이 증가되고 있는데서 입증된다. 우리는 분명 억압의 결과 희생된 사람을 책망하려 드는 이론적 해석에 반대한다. 동시에 우리는 일상성으로 가난의 짐을 걸머져야 했던 흑인들의 생활경험 속에서 억압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실존적 여파들의 원인적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아프로아메리칸들이 전체 구조상 자신들의 억압을 강화하고 영속화시키는 선택을 하도록 만듦으로써 억압의 주어진 조건들을 내면화하고 맑시스트들이 "허위의식"이라고 부르는 그러한 것을 갖게 될 때 이같은 여파들은 그 원인이 된다.
모든 문화는 그 자체의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특정 문화의 성원들은 실제적인 것이든 상상의 것이든 간에 선택 가능한 것이 어떠한 것들인지를 알고 나서 거기에 근거하여 자신의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인류학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이 명백히 죽음과 절망을 가져올 때, 우리는 그 양식이 기능장애를 일으켰다고 보아야 한다. 어떠한 문화이든 그것의 가장 기본적 기능 가운데 하나는 그 구성원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여러 해를 거치면서 아프로아메리칸의 후예들은 그들의 영적인 지원과 유산들을 점점 더 물려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만든 요인들은 너무나도 많고 복잡해서, 우리는 이를 위해 남부 주들의 재편입과 그 결과, 북부로의 이주, 전체 미국인들이 빠져 있는 소비주의, 그리고 희망의 상실과 꿈의 변질이 미친 영향 등의 유래를 더듬어 올라가야만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는 그의 시에서 다음과 같이 아주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미루어진 꿈이 어떻게 되었지?
햇빛에 말린 건포도처럼 말라 버렸나?
아니면 종기처럼 곪은 다음에 없어져 버렸나?
썩은 고기처럼 악취를 풍기나?
아마 무거운 짐처럼 축 늘어졌을거야.
아니면 터져 버렸던지."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은 흑인 아들딸들로 하여금 예언을 하게 하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계시의 영상을 보게 하며, 늙은이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만든다. 그러나 이제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풍부한 영성이 전달되지 못함으로 해서 흑인 공동체에 곪아터진 종기가 생기고, 약물중독, 살인, 그리고 그 밖의 죽음의 행위로 인한 의식의 파열이 생기게 되었다.
코넬 웨스트(Cornell West)는 이러한 상황이 흑인공동체에 있어서 의미구조의 붕괴, 즉 허무주의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체적인 사회변화는 제쳐 두고라도 향락적 소비주의와 질적인 인간관계의 유지를 어렵게 하는 신체적 자극에 대한 지속적인 욕구와 같은 발전상들은 레이먼드 윌리암스가 의미구조라 불렀던 문화적 자원의 붕괴를 가져왔다. 그것은 인간 유기체 스스로에 의한 고의적인 인간 유기체의 파괴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살아 있는 허무주의'이다. 교회 말고는 희망의 상실과 무의미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어떠한 전통도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그들의 오도된 상황이 따라갈 만한 것이라고 확신시켜 주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같은 수동성은 이제 극복되어 가고 있다."
세대차의 문제는 로레인 한스베리(Lorraine Hansberry)의 연극 "햇빛 속의 건포도"에서 영거 부인이 그녀의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다음과 같이 묘사되고 있다.
아들아, 너는 어떻게 맨날 돈타령만 하니?
그게 인생이기 때문이에요, 엄마.
오, 그게 인생이구나, 돈이 인생이라구. 한때 자유가 인생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돈이라구,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아니, 그것은 언제나 돈이었어요. 엄마, 우리가 그것을 몰랐던 거죠.
아니‥ 무언가가 바뀌었어, 얘야 너는 뭔가 좀 다르구나, 우리 때에는 린치 당하지나 않을까,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북부로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줌의 존엄성이라도 가질 수 있을까 걱정했었단다… 그런데 이제 너와 베니타한테 오니까 나와 네 아버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말하는구나. 너는 우리가 해 놓은 어느 것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않고, 자랑스러워도 않는구나, 너는 가정이 있쟎니, 우리는 너희가 자랄 때 어려움에서 너를 지켜 주고, 일하러 갈 때는 딴 사람 차 뒤꽁무니에 타고 갈 필요가 없었쟎니, 그런데 얘들아, 우리가 얼마나 달라진거니.
아프로아메리칸의 영성을 통해 회복시키고, 인간화시키며, 사랑하고 꿈꾸고 추구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가르쳐야 할 대상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개인이다. 이러한 과제는 "우리가 말없이 눈물 흘리던 어려웠던 시절의 하나님, 우리를 인도하신 도상의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영감을 받은 흑인 목사, 가수, 음악가, 시인, 극작가, 화가, 정치가의 협동적인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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