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신학과 윤리

ㆍ작성자	황선탁
ㆍ작성일	2001-12-03 (월)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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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엄성과 인간복제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복제

윤 정 모

최근 인간복제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종교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도 인간 복제를 거세게 반대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인간 복제가 비윤리적이고 생명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에 우주에서 가장 고귀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것인데 인간의 생명이 복제에 의하여 탄생되면 자연질서가 파괴되리라는 것이다.

나는 가끔 인간복제가 왜 비윤리적이며 생명질서를 파괴하는 것일까, 그 근거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곤 한다. 나 자신도 정서적으로는 분명히 인간복제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확실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꽤 오랜 침묵 속에서 마침내 그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생명은 곧 사랑이며 사랑은 곧 생명이라는 깨달음이 어두운 내 무의식의 언저리에서 환한 의식 속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로젠탈이 쥐를 가지고 실험한 일이 있다. 먹을 것은 똑같이 주면서도 한 무리의 쥐에게는 사랑과 관심을 보이면서 키웠고, 또 한 무리의 쥐는 구박과 무관심 속에 키웠는데 몇 개월 후에 보니 사랑 속에 큰 쥐는 털에 윤기가 흐르고 활발한 데 비하여 무관심 속에 큰 쥐는 털도 꺼칠하고 덜 활발하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쥐뿐만 아니라 식물까지 포함하여 생명을 가진 것은 모두가 다 그렇다. 사랑 속에서 큰 아이는 창조적이며 생명을 존중할 줄 알지만 무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는 파괴적이며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른다. 사랑과 생명은 같은 줄기이다. 그런데 사랑은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관계가 없으면 사랑도 없는 것이다.

나는 금년 2월달에 카나다의 에드몬톤에 갔다 왔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선생님이 말하기를 학생들에게 생명을 관찰하기 위하여 자연으로 실습을 나가자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컴퓨터를 통해서 숲속의 새나 벌레, 식물, 그리고 야생동물까지도 다 배워 알고 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정신세계가 황폐화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불가의 선승(禪僧)들은 깨달음을 얻을 때에 중간에 글자를 놓지 않고 반드시 스승과 제자가 가슴과 가슴으로 만나기를 고집한다. 그들은 이것을 생명법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속에서는 정보의 교류는 있겠지만 인간과 인간의 만남은 있을 수 없고, 글자의 매개 속에서도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인간복제는 무성생식(cloning)인데 이것은 인간관계가 결여된 생명의 탄생이다. 인간은 아담과 이브의 타락 이후로 일차적인 인간관계의 단절을 맛보았다. 그러나 인간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 단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무성생식에 의한 인간복제는 이차적인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런 이유로 인간복제는 비윤리적이며 하나님의 생명질서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시험관 속에서 새로운 새명을 탄생시키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인간복제의 가능성이라는 중대하면서도 위험스러운 문제에 직면하여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에 반하는 기존의 인간환경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는 이기적인 사랑으로 인하여 파괴되는 부부와 왜곡된 사랑으로 불건전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의 문제이다. 자녀들을 너무 과잉보호하는 한편 과잉통제하기도 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율성이 결여되고 무책임하며 감사할 줄 모르고 보복적인 성격을 형성한다. 이런 인격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구성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되기 어렵다. 올바르게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관계는 사랑이 오히려 사람을 병들게 하기도 한다.

둘째는 인간성을 파괴하는 상업주의이다. 현대의 상업주의는 경이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과 연합하여 인간들로 하여금 물질적 풍요와 감각적 즐거움을 누리게 하지만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있다. 특히 자아의 정체성이 아직 채 형성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이기적이고 무절제한 상업주의는 거의 독약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무절제한 포르노성 소설과 연극을 남발하는 사람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셋째는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는 인간들의 무지와 이기주의이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도 존중되어야 할 관계가 있다. 자연과 우주에도 그 나름대로의 생명이 있는데 이를 존중하지 않는 인간들에게는 자연은 결국 엄청난 보복을 할 것이다. 자연은 이미 오존층의 파괴, 환경오염 등으로 심각하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넷째는 무분별하고 집단이기적인 정치세력이다. 독재와 폭력을 수반한 정치세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여지없이 망가뜨린다. 우리는 이것을 히틀러의 나치집단에서, 광주사태에서, 그리고 유고내전 등에서 보아왔다. 이기적인 정치세력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유린되고 인간의 생명은 파리 목숨보다 하찮게 취급되었다.

3천년대를 맞으면서 인간은 이제 생명의 존엄성의 의미에 대하여 새로운 의식의 눈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모든 생명에 대하여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다.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고 수용하므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이것을 원하고 계시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의지에 반하여 생명을 경시하였으며 그 결과 인간은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어리석음을 범하였다. 하나님은 바로 이 사실을 보여주기 위하여 세상에 오셨고 수난을 당하셨다. 벤허는 복수를 하고서도 보이지 않는 무형의 칼을 여전히 손에 움켜쥔 채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으나 십자가 위에서 보인 예수님의 사랑으로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손아귀에서 그 무형의 복수의 칼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그 순간 문등병에 걸렸던 그의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치유를 경험했다. 이것은 생명의 회복은 사랑으로 이루어진다는 상징적인 이야기이다.

결론을 말한다면, 생명의 존엄성은 사랑 안에서 가능하며 사랑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것이 하나님의 참 뜻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의 실현에 애쓴다면 우리는 곧 다가올 3천년대에 희망을 걸어보아도 좋을 것이다.